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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가' 박지원이 '형님'을 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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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가' 박지원이 '형님'을 친 까닭은?

[김종배의 it] '원세훈 이후'를 내다본 포석이라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노회한 정치인이다. 특정한 타이밍에 특정한 정보를 공개해 여권의 분열과 갈등을 유도하던 그다. 어디서 얻었는지 알토란같은 정보를 내세워 여권에 강도 높은 내상을 입히던 그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형님'을 공격했다. 어제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영일대군, 만사형통으로 불리며 국정 곳곳에서 대부 역할을 하는 사람이 누구였느냐"고 반문하면서 이상득 의원의 정계은퇴를 요구한 것이다.

우발적인 발언은 아니었다. 오히려 작정하고 한 말이었다. 보좌진이 작성한 연설문 초고에 없던 '형님' 내용을 직접 써넣었다고 하니까 작심하고 공격한 것이었다. 그래서 궁금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박지원 원내대표가 왜 지금 이상득 의원을 특정해 직공에 나선 걸까?

박지원 원내대표가 연설 말미에 지난해 말 예산안 날치기 과정에서 문제가 된 '형님 예산'을 재론한 점이 눈길을 끌지만 이를 공격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전략가이자 현실주의자인 박지원 원내대표의 면모와 지나간 버스를 지켜보면서 흘러간 옛노래나 읊는 행태는 어울리지 않는다.

▲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프레시안(김하영)

눈길을 사로잡는 건 따로 있다. 국정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국정원의 '코미디 첩보전'이 새나간 배경이다. 일부 언론이 국정원 내부의 암투설을 보도했다. 원세훈 국정원장 취임 후 뒷전으로 밀린 이상득계가 반전을 노리고 관련 정보를 언론에 흘렸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를 실마리 삼아 추론하면 박지원 원내대표의 '형님 공격'은 포석 깔기다. 다음 수를 보는 게 아니라 다다음 수를 내다보며 가하는 선제공격이다.

국정원 사태의 끝이 '원세훈 퇴진'이라고 전제하면 야당 화력을 '원세훈 퇴진'에 집중시키는 건 생산성이 없다. 투입 대비 산출 효과가 떨어진다. 생산성이 없을뿐더러 자칫하다간 엉뚱한 사람들에게 어부지리를 줄 수도 있다. 이상득계 말이다. 이들이 '원세훈 퇴진'을 틈 타 국정원을 다시 장악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좋을 게 없다. 당장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는 점을 참조하고, 대선에 즈음해 국정원의 '활동력'이 배가된 전례를 상기하고, 이상득계의 정치적 배경을 고려하면 결코 반길 일이 아니다. 선거에 즈음해 국정원의 정치색이 짙어지면 야당에게 좋을 게 하나 없다.

따라서 이중전선을 펴야 한다. '원세훈 퇴진' 전선을 폄과 동시에 '원세훈 이후' 전선에 대비해야 한다. '원세훈 퇴진' 요구가 이상득계의 활동공간을 넓혀주는 상황을 차단해야 하고, '원세훈 후임' 인사가 정치적으로 흐르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그 고리가 바로 이상득 의원이다. 이상득 의원의 '대부 역할'을 부각시켜야만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폭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형님'을 침으로써 '동생'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국정원 사태로 선거 공간을 넓히려는 것이다.

추가로 제기될지 모른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의도가 정말 이것이라면 민주당 안팎에서, 그리고 국정원 안팎에서 암투설과 관련한 의혹과 전언이 잇따라 제기될지 모른다. 제2전선에서 뜨거운 첩보전과 공방전이 전개될지 모른다.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 (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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