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이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무단 침입해 노트북을 훔치려했던 일과 관련해 "모두가 다 국정원이 한 일로 단정하고 있는데 경찰 수사가 뒷북을 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22일 제기됐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경찰은 의뢰한 수사만 할 뿐인데 그 수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실상 눈치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국익을 위해 한 일이라면 처벌해도 실익이 없다'고 주장한 것을 놓고도 "국정원 직원의 처벌 여부는 국정원 직원법이 따로 있다"며 "처벌할 권한은 경찰청장에게 없는데 괜한 말을 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서울 한 복판에서 국정원이 자유롭게 임무수행 못 하는 사정 있을 것"
"국정원이라고 보기에는 도저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일각의 반론에 대해서도 최 의원은 "아주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왜 그렇게까지 허술하게 했는지에 대한 의문점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그렇게 허술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 한 복판에서 국정원이 자유롭게 임무수행을 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지 않냐, 그래서 항간에 권력기관 간의 갈등 얘기가 또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는 국정원과 국방부 사이의 갈등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사건의 핵심 포인트는 왜 인도네시아에 파견된 우리 무관, 다시 말해서 국방부 소속 대령이 112를 통해 신고했는냐"라며 "세상에 드러내겠다고 작정하지 않으면 대령급의 무관이 112에 신고한 것을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의 정보수집을 놓고도 "대통령 만나는 날 정보수집을 해서 이렇게까지 한 건 과정도 용인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성과주의나 한건주의에 너무 집착한 결과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前 국정원장 신건 "코미디 영화 같은 실수 반복되지 않으려면 진상 철저히 밝혀야"
국민의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신건 민주당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코미디 영화에 속할 정도로 터무니 없는 유치한 실수"라고 말했다. 신건 의원은 "직원의 실수로 넘어가기에는 외교적 파장이 너무 크고 외국의 오지에서 힘들게 정보 활동을 하는 다른 국정원 직원을 위험으로 몰아갈 수 있는 치명적 실수"라고 덧붙였다.
신 의원은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성과만 내면 된다는 성과주의에 매몰돼 있어 이처럼 무리한 일을 하게 된 것"이라며 "이 사건으로 국가의 품격이 훼손되고 결과적으로 장기적으로 국익을 크게 해치는 일이기 때문에 '국익 때문에 합리화 된다'는 논리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철저한 처벌도 강조했다. 그는 "다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보기관과 정보원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작업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 진상을 먼저 철저히 밝히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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