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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TK 예산차별론’ 근거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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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TK 예산차별론’ 근거 있나

묻지마 홀대론보다 합리적 대안 위해 힘 모아야

데자뷰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때 많이 들어본 이야기가 다시 등장해 반복되고 있다. 이른바 ‘좌파정부’가 예산편성에서 대구경북을 차별한다는 말들이 무성하다.

지난 5월 조기대선으로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일찌감치 예산차별, 예산보복론이 고개를 들었다. 문정부가 새로운 예산안을 짜기도 전에 다짜고짜 비난부터 시작된 것이다.

보수정치를 지지하는 서 너 명만 모이면 “큰 일 났다. 좌파정부가 영남에 예산을 안주고 영남인재도 외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주민들의 이 같은 현실인식은 일부 보수언론과 야권정치인들이 부추긴 측면이 크다.

홀대론에 불이 붙은 건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문재인정부의 첫 예산안이다. 기다렸다는 듯 차별, 홀대, 보복과 같은 단어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이번 예산에서 대구경북의 SOC(사회간접자본)가 대폭 삭감된 것으로 비춰지면서 비난의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인 김광림(안동) 의원도 언론을 통해 이번 예산안의 SOC부분이 호남에 편중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SOC가 작년 대비 4조4000억원이 줄었는데 그 중에서 3조7000억원이 영남에서 줄었다”며 “호남에서도 줄었다고 하지만 비율로 보면 영남의 삭감폭이 커 영호남의 형평성을 잃었다”고 밝혔다.

야당 내 최고의 예산전문가로 불리는 김 의원의 발언은 기름을 부운 격이 됐다. 대구경북의 언론은 물론 지역정가, 주민들 사이에서는 차별론이 정설로 굳어지면서 급기야 지역주의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내년 SOC예산이 올해보다 줄었고 삭감된 예산 대부분이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됐다는 식의 표면적 주장은 사실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대구경북의 경우 이월된 예산이 많은데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정부의 해명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국토부의 이월 SOC예산만 2조5천억 원에 이르는데 이 중 규모가 큰 이월 SOC예산이 영남지역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새 예산을 받지 못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이월된 것이다.

실제 대구경북 주요 SOC이월 예상액은 대구선 복선전철(1천855억원), 울산~포항 복선전철(2천878억원), 부산~울산복선전철(2천222억원), 도담~영천 복선전철(1천555억원), 포항~삼척 철도(4천3억원) 등 모두 1조4천819억원으로 전체 SOC예산이월 예상액의 약 60%에 달한다.

경북도의 경우 내년도 SOC 예산을 제외하면 40여개 신규사업의 국비 확보는 오히려 차질없이 성공했다. 중부내륙단선전철 사업과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에 각각 1천300여억원이 증액되기도 했다.

정부의 새해 예산안을 TK차별로 보기 힘든 대목은 또 있다. 예산안 협상대표로 나선 자유한국당 측 인사들이 ‘대체로 만족’를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예산안의 전체 8개 쟁점 중 공무원 증원과 법인세 인상은 유보했고 6가지는 우리 쪽 요구가 상당히 반영됐으므로 괜찮은 성적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의장은 정우택 원내대표와 함께 예산안 협의과정에서 ‘지역구 챙기기’를 했다는 비판을 당내에서 받았을 정도로 보수야권과 대구경북의 요구는 존중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묻지마 차별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칫 지역주의로 흐르면서 해묵은 지역감정을 다시 조장하는 등 소모적 논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근거 없는 차별론과 홀대론 보다는 문재인정부와 대구경북의 이을 고리를 찾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로 안동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박근혜게이트 이후 고립된 보수정치권이 정쟁의 도구로 차별론을 내세우면서 주민들 사이에 불필요한 억측과 소모적 감정대립, 급기야 지역감정 부활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무조건적 비난보다는 합리적 대안을 찾는데 대구경북의 역량을 모아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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