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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숲과 유채꽃 사이로 아름다운 오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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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동백숲과 유채꽃 사이로 아름다운 오름 찾아간다

2018년 3월 오름학교

프로그램 마감됐습니다^^

2017년 11월 개교한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가 제1강 <애월의 오름>, 제2강 <안덕의 오름>에 이어 오는 3월, 제3강 <표선의 오름1> 특집을 준비합니다. 제주도 동남방 표선의 따라비오름, 큰사슴이오름, 족은사슴이오름, 붉은오름 등을 탐방합니다. 또 4‧3 대표유적지인 ‘사라진 마을’ 곤을동을 답사하고, 제주올레 18코스 일부 구간과 별도포구-환해장성-별도연대도 걷습니다.
(3월 24일 일정이 현지 사정으로 일부 변경됐습니다.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집합장소인 제주공항행 항공편 예약을 보다 수월하게 하기 위해 기사를 일찍 올립니다. 예약을 빨리 하면 보다 많은 혜택과 편의를 볼 수 있습니다.

▲따라비오름을 찾아간다. 저 길을 따라 갑마장길을 걷게 된다. Ⓒ이승태

미술평론가 유홍준 선생은 제주도를 다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곱 번째 책에서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는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의 말을 빌려 제주에서의 오름의 소중함을 설명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지난 11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이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를 개교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저명한 여행작가이며 제주오름 전문가인 이승태 선생님. 오름학교는 앞으로 격월로,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캠핑과 등산, 트레킹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작가입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으로, 그동안 산악전문지 <사람과산> 기자를 거쳐 편집장을 지냈고, 그 시절 우리나라 산줄기 답사를 위한 등산지도 가이드북인 <1대간9정맥 종주지도집>과 <한국100명산 등산지도집>, 국립공원 탐방안내서인 <북한산국립공원>, <지리산>, <설악산>을 제작했습니다. 2012년에는 일본 큐슈 지역의 대표적인 산 열다섯 곳을 소개한 산행보고 프로그램인 <마운틴TV>의 ‘큐슈의 산(9부작)’에 출연했으며, 일본 큐슈올레 전 구간을 취재했습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이 달의 걷기길’ 선정위원이자 취재작가, 한국여행작가협회에서 진행하는 ‘여행작가학교’ 강사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아일보> <화광신문>을 비롯한 여러 매체와 사보에 여행기사를 기고 중입니다.

2013년부터 제주 오름에 빠져 툭하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으며, 그동안 여러 매체에 오름에 관한 기사를 기고했습니다. 2018년에 오름 트레킹 안내서인 <제주 오름>(가칭)을 출간할 계획입니다. 지은 책으로는 <북한산 둘레길 걷기여행> <캠핑 주말여행 코스북>(공저), <걸어유 충남도보여행>(공저)이 있습니다.

▲입구에서 본 따라비오름. 여기서 볼 때는 그저 밋밋해 보이지만 능선에 오르면 놀라운 풍광으로 가득하다.Ⓒ이승태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오름학교>를 여는 취지를 들어봅니다.

올라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세상
화산섬 제주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오름이 모여 있습니다. 그 수가 자그마치 368개라고 하니 매일 하나씩 올라도 한 해가 모자랄 정도죠. 제주 섬 어느 곳을 가도 오름이 있고, 그 오름에 기대어 마을이 있습니다. 그 오름으로 억새를 베러 다니고, 거기서 고사리를 꺾으며 제주인들은 살아왔습니다. 오죽했으면 제주 사람들이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을까요! 오름은 제주의 마을과 마을을 형성하는 모태가 되었습니다. 각 오름에는 제주 사람들이 떠받들던 신들이 자리 잡고 있고, 오름과 그 주변으로 넓게 펼쳐진 거친 황무지인 ‘뱅듸(버덩)’는 예부터 말과 소를 키우는 터전이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 80퍼센트쯤은 오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 오름은 ‘육지’의 숱한 산들과 달리 오르기가 편하고, 어지간한 오름을 둘러보는데 한두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또 험한 곳이 거의 없으니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그리 부담이 없죠. 무엇보다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오름 자체가 그렇고, 오름 능선에 올라 조망하는 사방의 풍광은 숨을 멎게 할 정도입니다. 소와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오름 능선에 아무렇게나 앉아 제주의 바람을 느끼는 행복을 무엇에 비할까요! 기생화산인 오름은 대부분 분화구를 가졌고, 그 형태 또한 제각각입니다. 그 독특한 지형을 살피는 것 또한 흥미진진한 즐거움입니다.

▲따라비오름에서 본 석양 무렵의 갑마장 풍력발전단지.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을 닮았다.Ⓒ이승태

다시 ‘오름나그네’가 되어
368개의 오름은 한라산 백록담 바로 아래의 방애오름, 윗세오름을 시작으로 바닷가에 솟은 성산일출봉과 송악산, 비양도와 사라봉에 이르기까지 사방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제주 동쪽 송당리 일대엔 가장 많은 오름이 분포해 오름들이 겹치며 산너울처럼 펼쳐지는 신비로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그에 비해 서쪽의 오름들은 하나씩 뚝뚝 떨어져 있죠. 그러나 저마다 빼어나 찾는 걸음이 즐겁습니다.

1927년 제주에서 태어나 1995년, 일찍 생을 마감하기까지 제주의 산악인이자 언론인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고(故) 김종철 선생은 제주의 모든 오름을 답사한 기록을 <오름나그네>라는 세 권의 책으로 남겼습니다. 지금까지도 오름의 바이블로 통하는 귀한 책입니다. <오름나그네>의 책장을 넘기다가 오름을 향한 그의 열정과 사랑, 감동과 호흡이 전해져 가슴 뜨거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오를 수 있는 모든 오름을 올라보는 게 목표입니다. 모두 함께 ‘오름나그네’가 되어!

▲녹산 유채. 취하지 않고 이 길을 걸을 자 그 누군가!Ⓒ이승태

<표선의 오름1> 특집을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제주에서 오름이 가장 많은 곳은 조천읍과 구좌읍 일대입니다. 이곳은 제주를 4등분했을 때 동북쪽에 해당합니다. 오름이 그야말로 숲을 이룬 곳으로, 어딜 가나 오름이 뒷산처럼 마을의 배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동남쪽 성산읍과 표선면의 오름들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러면서 오름마다 주변의 문화를 끌어안으며 독특한 볼거리를 보여주죠. 대표적인 게 따라비오름입니다.

조선시대 최고의 말을 기르던 갑마장이 따라비오름을 중심으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고, 갑마장 둘레에 자리한 따라비와 큰사슴이오름, 족은사슴이오름을 이으며 걷는 ‘쫄븐갑마장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둘러보기에 그만입니다. 이번 오름학교 제3강 첫날엔 이 쫄븐갑마장길을 모두 걷습니다. 제주 중산간의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멋진 걷기길입니다. 환상적인 따라비오름과 목장의 울타리로 쌓은 잣성길을 따라 갑마장을 지나 사슴이오름을 돌아오는 원형코스입니다.

주변으로 600년 제주 목축문화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조랑말체험공원과 대한항공이 세운 정석항공관이 있어서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 우리가 찾을 때쯤이면 쫄븐갑마장길의 동백이 절정일 때라서 제주동백숲의 매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또 쫄븐갑마장길이 지나는 녹산로를 따라 유채꽃도 막 피기 시작하니 걷는 행복이 기대 이상일 겁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가시리 녹산로’는 녹산장과 갑마장을 관통하는 길입니다. 가시리사거리에서 조랑말체험공원과 정석항공관을 지나 대천동까지 구불구불 이어지는 이 길은 그야말로 ‘길 멀미가 나지 않는’ 환상의 코스죠. 이곳은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채꽃길로, 4월 초순이면 노란 유채꽃 위로 하얀 벚꽃도 만개해 녹산로 10킬로미터는 그야말로 천상의 꽃길이 됩니다. 우리 방문이 살짝 이르긴 하나 유채꽃은 막 피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술 한 방울 마시지 않고도 봄 풍광에 취하게 되실 겁니다.

붉은오름 또한 뒤지지 않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오르는 길에서는 금쪽같이 눈부신 작은 봄꽃들이 피어 웃음 짓고, 오름 능선에서 조망하는 동부 제주의 풍광은 ‘제주 아름다움의 8할이 오름’이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씩 알게 해줄 것입니다.

▲큰사슴이오름 가는 길Ⓒ이승태

봄빛이 아름다운 날엔 따라비오름!
-갑마장을 거느린 바람의 고향

이 꽃 저 꽃 다 피어 마음이 뒤숭숭한 봄날. 꽃향에 취한 나비가 춤을 추고, 온 대지는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들어 바야흐로 봄이 왔다며, 날 좀 봐달라고 한바탕 아우성입니다. 대자연의 화사한 초대… 다정한 이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은 그런 날이군요. 연둣빛 고운 숲속으로, 봄바람 부는 들녘으로 흐드러진 봄을 찾아 떠나라고,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운 막내아이 손을 꼭 잡고, 늙으신 부모님도 모시고 봄 맞으러 가라고 봄날이 성화입니다. 그 성화에 떠밀리듯 찾은 제주 바람의 고향 따라비오름. 가을 억새로 명성 자자한 곳이지만 봄바람에 씻긴 때깔은 또 다른 매력입니다.

‘제주 어딘가에는 분명 바람을 만드는 공장이 있을 거야!’ 제주를 자주 찾는 한 친구는 갈 적마다 이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제주는 막 시작된 봄을 스스로 만든 바람에 실어 자꾸만 육지로 밀어 올리는 바람의 땅 같습니다. 제주를 여행하다가 수시로 또 시도 때도 없이 이 바람을 만났습니다. 명성 자자한 제주의 바람을 오롯이 만날 수 있는 곳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중산간 마을 가시리(加時里)죠. ‘시간을 더하는 마을’이라니, 이름만으로도 얼마나 낭만적입니까! 바람처럼 날것 그대로의 제주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가시리에 따라비오름이 있습니다.

아들, 며느리, 손자까지 거느린 오름의 대부

“가시리는 바람 불 때 아름답다”고 한 어느 예술가의 말이 생각납니다. 이 ‘아름다운 가시리 바람’의 고향은 마을 북쪽에 솟은 따라비오름이죠. 억새가 뒤덮은 따라비오름은 찾을 때마다 바람이 연출해 내는 온갖 아름다운 퍼포먼스로 가득했습니다. 가을날, 바람결 따라 뒤척이는 은빛 억새의 춤사위가 그토록 환상적인 곳을 나는 본 적이 없습니다.

봄날의 따라비도 그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오름을 온통 뒤덮은 묵은 억새대궁 사이로 푸릇푸릇 돋아나는 새싹의 설렘은 말할 것도 없고, 사방으로 오름을 감싸며 펼쳐진 드넓은 화산평야를 따라 번져가는 제주의 봄 빛깔은 차라리 말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따라비 능선에 설 때마다 어느 오름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에 압도당하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움푹움푹 파인 네 개의 크고 작은 굼부리가 한 오름 안에 들어선 모양새가 그야말로 희한해서입니다. 동서로 마주 선 두 봉우리를 남쪽 능선이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북쪽으로는 아예 트이며 키를 낮춘 여러 봉우리가 연이어진 모습은 아무리 봐도 마냥 좋았습니다.

제주를 사랑해서 제주의 바람이 된 사진작가 고(故) 김영갑씨가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오름이 이곳 따라비입니다. 따라비오름과 서쪽의 큰사슴이오름[대록산] 사이 벌판인 갑마장에 그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며 카메라에 담아오던 광활한 억새밭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 갑마장을 따라 청정 섬 제주를 상징하는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또 다른 볼거리가 되었습니다.

따라비오름은 368개나 된다는 제주의 오름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경사가 부드럽고 오르내리는 길 대부분이 초지대로 이뤄져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어 또 매력적입니다.

▲갑마장 풀밭에서 본 큰사슴이오름Ⓒ이승태

600년 제주 목축문화의 유적들이 가득해

이 오름에 ‘따라비’라는 아주 독특한 이름이 붙은 것은 이웃한 오름들 때문입니다. 동쪽의 알오름을 품고 있는 어머니 모지오름과 장자오름, 북쪽의 새끼오름이 따라비오름과 더불어 마치 한 가족처럼 보여서죠. 가장격이라 하여 ‘따에비’라 하던 것이 ‘따래비’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 모지오름과는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형국이라고 여겨 ‘땅하래비’라 했다는 등 이름과 관련해 별별 재밌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그래서 한자로는 지조악(地祖岳)이라 씁니다.

따라비오름 서쪽으로 펼쳐진 광활한 초원을 무대 삼아 조선 최대의 산마장(개인 목장이던 사마(私馬)목장)인 녹산장과 우수한 말들만 따로 길러 진상했던 국영목장인 갑마장(甲馬場)이 설치되었습니다. 이곳은 600년이 넘는 제주 목마장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유적들이 풍부하죠.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잣성을 비롯해 목감막터와 목감집, 급수통, 목도 등이 지금도 살아남아 견고한 땅의 유전자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갑마장을 에두른 ‘갑마장길’이나 ‘쫄븐갑마장길’을 따라가면 이들을 차례로 만날 수 있습니다.

큰사슴이오름과 족은사슴이오름

이 두 오름은 따라비오름에서 한라산쪽으로 펼쳐진 드넓은 갑마장 건너편에 솟은 오름입니다. 제동목장이 펼쳐진 표선면 북서부 일대의 벌판에 솟았죠. 하나인 듯 둘인 오름은 옛날에 사슴이 살아서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높이 442m인 족은사슴이[소록산]의 서쪽 사면은 대규모의 송이(기생화산의 구성물로, 붉고 작은 화산 알갱이) 채취로 인해 온통 깎여나가 상처가 깊은 오름입니다. 남북으로 길게 누운 족은사슴이는 북동향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가졌습니다.

족은사슴이 남동쪽 능선을 따라 내려서면 바로 큰사슴이의 남서쪽사면으로 이어집니다. 높이 474.5m인 큰사슴이[대록산]는 대체적으로 가파르고 둥근 몸집을 보여줍니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기울어진 깊이 55m의 화구를 가졌으나 숲에 둘러싸여 분간이 쉽진 않습니다. 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대 조망이 좋습니다.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가 늘어선 갑마장 들판과 그 건너의 따라비오름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 송당리의 오름군락들이 잘 보입니다.

큰사슴이와 족은사슴이 남쪽으로 이어진 녹산로는 이 두 오름을 일컫는 말인 녹산(鹿山)에서 왔습니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일대의 광활한 목장을 녹산장(鹿山場)이라 불렀는데, 이 또한 이 오름에서 연유했습니다. 녹산장은 원래 남원읍 의귀리에 살던 김만일(金萬鎰, 1550~1632)이 말을 기르던 목장이었습니다. 그는 전쟁에 쓸 말 500필을 나라에 바쳤습니다. 임금은 특별히 오위도총관(五衛都摠管)이란 벼슬을 내렸고, 김만일의 아들 대길(大吉)도 200필을 헌마했습니다. 이에 조정은 그에게 감목관(監牧官)이라는 벼슬을 내려 세습직으로 삼도록 했습니다. 이때부터 이곳에서는 3년마다 200필을 헌상했고, 감목관은 문중에서 추천해 임명했다고 합니다.

현재 녹산장에는 제동목장이 들어서 있으며 주위로 큰사슴이, 족음사슴이를 비롯해서 구두리오름, 거문이오름, 붉은오름, 쳇망오름, 여문영아리, 물영아리가 있습니다.

▲바로 앞 정상부가 평평하게 보이는 오름이 물찻오름, 그 뒤로 물오름과 성널오름이 눈 내린 한라산을 배경으로 도드라져 보인다.Ⓒ이승태

휴양림 안에서 만나는 붉은오름

큰사슴이오름에서 정서쪽에 솟은 붉은오름은 붉음오름자연휴양림 안에 있습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경계가 이 오름을 반으로 가르며 지납니다. 그래서 오름의 북반부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남반부는 서귀포시 표선읍 가시리에 속합니다. 오름을 뒤덮은 흙빛이 붉어서 붉은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온통 숲이 울창해 붉은 흙빛을 확인하는 것은 힘듭니다.

높이 569m에 비고가 120m여서 꽤 가파른 오름에 속합니다. 그러나 휴양림에서 출발하는 탐방로를 따라 걷다보면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닿을 수 있습니다. 오름 탐방로를 따라 세복수초와 노루귀, 산자고, 개별꽃 같은 예쁜 봄꽃들이 즐비해 걸음이 여간 즐거운 게 아닙니다. 휴양림 입구에서 오름을 둘러보고 내려서는 거리는 2km쯤으로, 쉬엄쉬엄 2시간이면 넉넉합니다.

붉은오름의 분화구는 특이하게도 이중으로 형성된 굼부리(화산구)를 가졌습니다. 말굽형 화구가 벌어져 내리는 남사면 중턱에 움푹 팬 원형 화구를 가진 신비로운 형태입니다. 분화구 능선은 숲이 울창해 주변 조망이 트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정상에 오름전망대가 있어서 일대 풍광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전망대에 오르면 물찻오름과 말찾오름, 물장오리오름, 견월악, 절물오름, 거친오름, 민오름, 물영아리오름, 머체악, 거린악, 흙붉은오름, 동수악, 논고악, 사슴이오름, 따라비오름 등 수많은 오름이 봉긋봉긋 솟아오른 제주 동부의 풍광이 펼쳐집니다.

▲4․3유적지로 ‘사라진 마을’ 곤을동. 67가구가 모여 살았으나 모두 불타 없어졌다.Ⓒ이승태

‘제주의 만리장성’이라는 환해장성

올해가 제주4‧3사건이 발생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여서 제주에서도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오름학교도 올해 제주4‧3사건과 관련된 유적지를 몇 곳 포함시켜 둘러볼 예정입니다. 이번에 가게 될 곤을동이 대표적인 곳입니다.

1949년 국방경비대에 의해 ‘안곤을’과 ‘가운데곤을’, ‘밧곤을’의 67가구 모두가 불타고 인적이 끊기고 ‘사라진 마을’이 되었습니다. 당시의 아픔을 웅변하는 듯 돌담만 휑하게 남은 풍광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곤을동에서 화북천을 건너 예쁜 별도포구를 지나면 검은 돌담이 길게 이어진 성벽이 나타납니다. ‘제주의 만리장성’이라고도 불리는 환해장성이죠. 제주의 해안선을 따라 빙 둘러 쌓은 성으로, 왜구의 숱한 침입이 있었지만 온 섬을 둘러 싼 해안성담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별도 환해장성 안에는 해안을 경계하던 초소이자 연변봉수의 기능을 겸하던 별도연대가 남아 있습니다.

▲별도연대. 경계초소이자 봉수대 역할도 했다.Ⓒ이승태

오름학교 제3강은 2018년 3월 23(금)~24일(토)일, 1박2일로 제주도에서 열립니다. 상세한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3월 23일(금)>
09:00 제주공항 1층 3번 게이트 오른쪽(공항 내부임)에서 집합합니다, 참가자는 각자 항공편, 배편을 이용해 제주공항에 도착합니다. 정시에 출발하니 집합시각 엄수 바랍니다. 교통편 예약은 빠를수록 혜택이 많다고 하니 참고하시고, 참가신청 전에 교통편을 반드시 체크해주세요^^
-제주공항 집결 및 인원파악, 인사
-버스 탑승, 조랑말체험공원으로 이동
★쫄븐갑마장길 트레킹 / 따라비오름, 큰사슴이오름, 족은사슴이오름
-이날은 종일 10km의 ‘쫄븐갑마장길’을 걷습니다. 이 길을 걷다보면 위의 세 오름을 거치게 됩니다. 최고의 오름들입니다. 이날 점심식사는 오름을 걷는 중 적당한 곳에서 준비된 야외도시락으로 하겠습니다.
-예상보다 일찍 끝나면 ‘조랑말체험공원’이나 가시리의 ‘자연사랑갤러리’를 둘러보겠습니다.
★저녁식사 겸 뒤풀이
★숙소 이동 후 휴식
-서귀포시 ‘유채꽃플라자’(다인실)

<3월 24일(토)>
-아침식사
-붉은오름 트레킹
★점심식사
-4‧3유적지 ‘사라진 마을’ 곤을동 답사
-제주올레 18코스 일부 구간 트레킹
-별도포구/환해장성/별도연대
-제주공항으로 이동
★16:00 제3강 마무리모임. 공항에서 해산
※3월 24일 일정이 현지 사정으로 일부 변경됐습니다.
※당일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나 대상지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오름학교 제3강 <표선의 오름1> 순례 지도Ⓒ오름학교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보온 등산복·등산화·배낭(제주의 특별한 바람에 대비해주세요^^), 스틱(건강을 위해 쌍으로 준비), 방수방풍의, 보온모자, 선글라스, 장갑, 보온수통, 우의(+접이식 우산), 따뜻한 여벌옷(여벌양말), 간식, 자외선차단제, 헤드랜턴(또는 손전등), 세면도구, 세수수건,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참가 신청 안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인문학습원'을 검색해 홈페이지로 들어오세요. 유사 '인문학습원'들이 있으니 검색에 착오없으시기 바라며, 반드시 인문학습원(huschool)을 확인하세요(기사에 전화번호, 웹주소, 참가비, 링크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리 하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에서 '학교소개'로 들어와 '오름학교‘(3월)를 찾으시면 기사 뒷부분에 상세한 참가신청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인문학습원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참가하실 수 있는 여러 학교와 해외캠프들에 관한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회원 가입하시고 메일 주소 남기시면 각 학교 개강과 해외캠프 프로그램 정보를 바로바로 배달해드립니다^^
★오름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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