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과학벨트는 MB 약속, 책임도 MB가 질 것"

홍준표 겨냥 "입장 밝히라고? 당 지도부가 먼저 밝혀야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공약 파기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의 약속"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신이 한 약속이 아니니, 과학벨트 논란에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는 16일 국회 의원식당에서 열린 '국회를 빛낸 바른언어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이 "현안에 대해 침묵한다"고 지적하자 "말을 적게 하는 게 아니라 할 얘기가 아닌 것은 안하는 것"이라며 과학벨트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이 약속한 것인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면 책임도 당연히 대통령이 지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친박계 의원들이 "과학벨트 공약은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인데, 왜 박 전 대표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느냐"는 논리를 주장해왔지만, 박 전 대표가 본인의 입으로 이같이 말한 것은 처음이다.

박 전 대표는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싸고 부산과 대구·경북이 갈등을 빚는데 대해서도 "제가 답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발을 뺐다. 박 전 대표는 이어 "한 최고위원이 저에게 입장을 밝히라고 하시는데, 당 지도부이고 집권여당인데 이런 갈등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먼저 당 지도부가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을 요구한 홍준표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최고위원은 전날 "원래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기관이긴 하지만, 자기 지역구의 발전을 제일 첫째로 생각해야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박 전 대표는 대권주자이기 때문에 대구 뿐만 아니라 부산에서도 표를 받아야 되고, 충청도에서도 표를 받아야 되기 때문에 (동남권 신공항, 과학벨트 논란에) 침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었다.

박 전 대표는 또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여러 말들이 있더라"고 비판을 의식한 후 "먼저 법안을 내야지, 비판을 위한 비판은 안된다. 정치가 건설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가 과학벨트 논란, 동남권 신공항 논란에서 발을 빼겠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히면서, "유리한 현안에만 발언하고, 불리한 현안에 대해서는 발언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비판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갈등을 일으키기에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한 친박계 인사는 "약속은 약속한 사람이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는 원론을 말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