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특히 대표 격인 비트코인에 대한 투기 열풍이 한국을 휩쓸고 있다. 미국의 금융전문 매체 <블룸버그> 등 외신들도 "한국에 비트코인 광풍이 불고 있다"고 대서특필할 정도다.
7일 <블룸버그>는 "한국은 세계 어느 곳보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글로벌 가상화폐 마니아들 사이에서 한국은 일종의 '그라운드 제로(폭발의 중심점)'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한국의 비트코인 가격은 다른 나라보다 20% 이상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으며,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21%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1.9%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특이한 현상이다. 앞서 <뉴욕타임스>도 "한국처럼 일반인들까지 열광할 정도로 광풍이 부는 나라는 없다"고 전했다.
하루 새 몇백만 원 등락, '비트코인 좀비' 속출
7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의 가격은 폭등세를 이어갔다. 오후 5시 현재 300만 원이 넘게 오르며 1900만 원을 넘어섰다. 20% 넘게 오른 가격이다. 사실 이것도 오전보다는 좀 떨어진 것이다. 7일 오전 00시 기준 1599만 2000원에 거래되던 1비트코인은 오전 9시 30분에 1945만 원까지 치솟았다. 350만 원 정도 올랐다가 상승 폭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한두 달 사이에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120만 원 선에 거래됐다. 그러다가 지난달 26일 1000만 원을 넘어섰다. 이후 불과 열흘 만에 비트코인 가격은 1500만 원대로 올라선 뒤 1500만 원에서 1900만 원을 넘어서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비트코인 좀비', '비트코인 폐인'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요즘 직장인 두 명만 모여도 비트코인이 화제에서 빠지지 않는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직장인뿐 아니라 대학생, 주부 할 것 없이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일단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페 투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비트코인 좀비'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한번 시세 창을 들여다보면 낮이나 밤이나 눈을 떼기 어렵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주식시장처럼 폐장이 없고, 24시간 사고팔고 할 수 있고 눈 깜짝할 사이에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이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이다.
아직 소수의 투자자들이라고 하지만, 비트코인 거래단위는 0.0001 BTC, 즉 1만분의 1만큼만도 살 수 있다. 약 1000원(1000만 원 기준)으로도 비트코인 투자에 발을 들여다 놓을 수 있다. 코스닥 시장보다 하루 거래액에서 능가할 정도가 됐으니, 무시할 수도 없는 사회현상이 되고 있다.
급기야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청년, 학생들이 빠른 시간에 돈을 벌고자 가상통화에 뛰어든다거나 마약 거래 같은 범죄나 다단계 같은 사기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면서 "이대로 놔두면 심각한 왜곡 현상이나 병리 현상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는 뒤늦게 가상화폐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인지 고심을 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를 새로 구성하고 각종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가 해킹, 마약 거래, 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되거나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가상화폐에 대해 법인세, 상속·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며 매매차익에도 양도소득세나 거래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보고 법 개정을 포함한 제도적 보완사항을 검토 중이다.
현재 가상화폐를 거래할 때 수수료는 발생하지만, 관련 과세 근거가 없어 세금은 발생하지 않는다. 국세청은 과세를 위해서는 누가 어떻게 거래를 했는지 등 그 내역을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며 기획재정부와 가상화폐 거래소로부터 거래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받는 안 등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본격적인 규제에 나서는 순간 비트코인 광풍이 '제2의 튤립'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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