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민중들의 퇴진 요구로 결국 지난 11일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에 대한 우리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기어이 30년 독재를 종식시켰다는 역사적 평가에 대해선 일치하지만 한국 정치 상황에 빗댄 해석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랐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해석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13일 무바라크 퇴진과 관련해 개인 성명을 내고 "독재정권은 반드시 붕괴되고야 만다는 역사의 진리를 거듭 확인하고 있다"며 "이집트 시민혁명의 승리를 민주주의와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인들과 함께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이승만 대통령을 하야시킨 4.19 민주혁명,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을 붕괴시킨 부마민주항쟁,전두환 독재에 저항한 5.18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민주항쟁 등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투쟁사를 갖고 있다"며 "사랑하는 조국에 군사쿠데타라는 죄악의 씨를 뿌린 원흉이 바로 박정희 육군 소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일제 치하 36년에 버금갈 만한 32년 동안 군사정권이 이 나라를 지배했고, 독재자 박정희는 18년간 장기 집권하며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을 비난함으로써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한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이 지난 8-9일 있었던 개헌의총에서 박정희 정권 당시 '유신헌법'에 대해 맹비난하고 나섰던 것과 마찬가지다.
민주당 "MB가 부숴버린 민주주의"
한편 민주당은 무바라크의 퇴진을 이명박 정권을 비난하는데 활용했다.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14일 현안브리핑에서 손학규 대표와 이 대통령의 영수회담이 결렬된 것에 대해 "영수회담을 거부한 청와대에 한 말씀 드린다"며 "막강했던 무바라크 대통령도 결국 국민 앞에 무너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이 등원의 조건으로 제시했다가 청와대에서 반응이 없자 영수회담을 거부하면서 14일 등원 결정을 내린 과정에 대해 "영수회담과 관련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전혀 달랐다"며 "청와대는 영수회담을 위해 애를 썼다고 발표했지만, 민주당에 전달한 내용은 단지 등원 전에 영수회담을 할 필요가 있겠냐는 내용이었다. 그나마 지난 목요일 이후부터는 아예 통화조차 되지 않는, 말 그대로 '불통'이었다"고 책임이 청와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부숴버린 민주주의, 이명박 대통령이 망쳐 놓은 민생을 지키기 위해, 오직 국민과 함께 가겠다"며 거듭 이 대통령의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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