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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아성' 관악구, 2012년 '딜메이커' 혹은 '딜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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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아성' 관악구, 2012년 '딜메이커' 혹은 '딜브레이커'

[흔들리는 수도권 ③] '신림동'과 '봉천동' 이후의 관악은?

'54.23% 대 39.34%' 지난 해 6.2 지방선거 당시 서울 관악구에서 민주당 한명숙 후보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의 득표율이다. 관악구청장 선거도 민주당 유종필 구청장의 압승. 4명을 뽑은 시의원 선거도 민주당의 싹쓸이. 구의회 선거구 8곳에서도 민주당이 7곳에서 1등을 했다.

25개 구청장 중 21곳을 민주당이 석권할 정도로 야권 돌풍이 불었던 지난 지방선거지만 관악은 그 중에서도 도드라지는 모습이었다.

관악의 민심이 작년에만 이랬던 것은 아니다. 구청장 출신인 김희철 의원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이해찬 전 총리가 13대부터 내리 다섯 번 국회의원에 당선된 곳도 바로 관악을이다. 분당 전 민주노동당이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강북과 더불어 유이하게 서울 기초의원을 배출했던 곳도 관악이다.

▲ 관악구 신년인사회 모습, 유종필 구청장 외에 지역구 의원인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과 민주당 김희철 의원 그리고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있다ⓒ관악구청

서울대의 신림동과 서민의 봉천동

지난 2008년 강남구, 동작구 등과 법적 다툼까지 간 끝에 삼성동, 보라매동, 신사동, 조원동, 은천동 등 다소 생소한 이름으로 동명을 개편했지만 관악구는 본동부터 13동까지 14개 동을 거느린 신림동과 본동부터 11동까지 12개 동을 거느린 봉천동으로 대별됐었다.

오늘날 관악구의 정치색깔을 규정한 것도 서울대학교로 대표되는 신림동과 서민 이미지가 강했던 봉천동이다.

1990년대 초 서울대 입학 이래 대학 입학 이래 줄곧 관악구에 살고 있는 한 대학 교수는 "나는 관악구 사람,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신림동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열아홉에 대학 입학을 해서 학교 앞에서 하숙, 자취를 했고 지금도 집을 얻어서 살고 있다"면서 "20년 이상을 살아온 이 동네, 지금은 이름이 이리저리 바뀌었지만 신림동이 제일 편하다"고 말했다.

학생 운동권 출신인 이 교수의 경우 진보정당 운동에 대한 이해가 아주 깊은 편이다. 이 교수는 "내 정치적 성향을 말하자면 상당히 복잡한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어쨌든 열아홉살 때부터 지금까지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은 단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다. 앞으로도 변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런데 나는 민주당 계열도 한 번도 안 찍어봤다"고 덧붙였다.

관악구에 살고 있는 30대 후반의 직장인도 "5년 전까지만 해도 무조건 진보정당, 지금은 진보정당과 반한나라당 성향의 중간 쯤인데 한나라당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지난 대선은 기권했었다"면서 "내 주위 친구들도 거의 대동소이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학 사회가 많이 바뀐 것은 학생운동의 메카이자 '관악'이라는 호칭으로도 불렸던 서울대라고 다를 바 없다. '서울대도 총학생회 꾸리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몇 년이 됐지만, 서울대 출신으로 관악구에 거주하고 있거나 관악구를 '마음의 고향' 정도로 여기고 있는 30, 40대의 경우에는 또 다른 의미의 '묻지마 반 한나라당' 성향이 아직도 강한 듯 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 다니는 한 학생은 "학부 후배들이나 내 또래(20대 후반)에는 정치무관심층이 꽤 많고 나아가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없진 않은데 30대 중반 이상 선배들은 여전히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재학생'보다 '서울대 졸업생'들이 관악의 야당세에 일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관악 '뉴 커머'의 표심은?

하지만 관악구를 서울대라는 단일 변수로 설명하긴 어려워 보인다. 은천동의 한 부동산중개소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예나 지금이나 서울대가 버티고 있으니 참 좋다"면서도 "동네 민심에 서울대가 미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 사람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데모도 많이 했고 그래서 학생들이 동네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지만 요샌 어디 그러냐"고 반문했다. 그는 "관악 토박이들이 호남 출신, 서민 출신들이 많아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명박 대통령 찍었고 이 동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도 똑똑하다고 소문 났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얻은 관악 득표율은 45.4%에 달한다. 서울 25개구 중 꼴지이긴 하지만 정동영 후보를 16%포인트 차이로 제쳤었다.

'지방선거 때는 누구 찍었나? 요즘 분위기는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요샌 잘 모르겠다. 하지만 대통령 욕은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만 답했다.

"직장 때문에 한강 남쪽에 살아야 하긴 하는데, 전세값이 워낙에 비싸서 남현동에 산다"고 말한 30대 직장인은 2년 전에 관악구로 입성한 '뉴 커머(new comer)'다. 이 직장인은 "이웃에 별로 아는 사람도 없고, 정치에 별로 관심도 없다"면서 "작년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을 찍긴 했는데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직장인은 "아마 나 같은 사람도 꽤 많을 거다"고 덧붙였다.

'표심'을 헤아리기 가장 어려운 부류가 바로 '관악 뉴 커머'였다.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던 민주당 쪽 인사

큰 이변이 없는 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관악구의 야당 강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변수는 많다.

민주노동당의 총아인 이정희 대표는 지난 해 9월 "서울 관악구를 제가 앞으로 헌신해야 할 지역구로 선정했다. 선거구로는 관악(을)"이라고 공표했다.

이해찬 전 총리가 평소 극찬해 마지 않는 이 대표의 관악을 입성을 두고선 "이해찬 전 총리 측과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돌았고 민주당 쪽에선 "왜 하필 우리 (김희철) 의원이 있는 관악을이냐. 편한데 찾아가는 게 진보정치냐"고 아직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수도권을 돌파해야 하는 민노당과 이정희 대표 입장에선 관악만한 적지가 없다. 이 대표는 "시민사회운동의 뿌리가 깊고 유권자들의 정치의식도 매우 높아 진보진영이 꾸준하게 두 자릿수 득표를 올린 곳이다. 제가 태어나 30년 산 곳입니다. 아직도 동네 어귀마다 추억들이 서려있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배경"이라고 관악을 입성 배경을 설명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가 손쉽게 될 것 같진 않다. 2008년 진보신당의 노회찬 후보와 심상정 후보가 출마한 지역에서 민주당은 후보를 냈다.

당시 '어차피 2등도 아니고 3등 할 것인데 후보를 안 내면 어떠냐'는 질문에 당시 민주당 관계자는 "모르는 소리하지 말라"면서 "이번 총선에서 노회찬 후보가 당선되면 이 지역은 진보신당 자리로 낙인이 찍힌다. 우리는 계속 선거 나오기 어려워진다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결국 총선에서 노회찬과 심상정은 2등 했고 해당 지역의 민주당 후보들은 3등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두 지역 모두 기초단체장 자리를 거머쥐었다.

잘못하면 '딜 브레이커'될 수도

야권의 누구든 욕심을 부릴만한 관악 지역도 마찬가지 일 수가 있다. '대의'와 '명분'을 중심으로 야권 공조 이야기가 분명히 나오겠지만, 지역 현실 차원에서 일방의 양보를 강제하기 어렵고 지역 기반이 탄탄한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없진 않단 말이다.

만약 관악에서 야당이 '아름다운 공조'를 실현시키면 수도권의 여타 지역까지 파급력이 클 수 있다. '딜 메이커'가 될 수 있단 뜻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다른 지역의 상황까지 꼬아버리는 '딜 브레이커'가 될 수도 있다. 관악구를 주의깊게 봐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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