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피해 농민을 놓고 "도둑 잡을 마음 없는 집주인"으로 비유한 윤증현 지식경제부 장관의 발언에 대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구제역 사태의 책임을 축산농가 개개인에게 돌리는 듯한 윤증현 장관의 발언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자기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망언만 하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축산농민들도 "이렇게 되면 우리가 반정부 투쟁을 할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손학규 "대통령이 구제역 발생 50일이 지나서야 현장에 방문하니…"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8일 "신문을 보는 내 눈을 의심했다"며 "이 정부는 구제역으로 고통 받는 농민의 아픔을 아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앙을 부른 정부의 고위 당정회의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것부터가 이명박 정부가 얼마만큼 도덕적으로 해이된 분위기인지 그대로 반증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손 대표는 "(윤증현 장관이) 구제역 피해 농민을 한 명이라도 만나봤는지 모르겠다"며 "구제역 발생 50일이 지나서야 현장을 방문하는 대통령의 정부니까 장관에게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이런 정신상태가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퍼진 지 2달이 되도록 잡지 못하고 창궐하게 만든 것"이라며 "꼼작도 못하고 동네에서도 움직이지 못하게 감시해 인심이 흉흉해진 농촌 사정을 이 정부는 엄중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산농민단체 "정부 부처 국무위원이…이 나라에서 살기 싫다"
축산농민단체들도 격분하는 분위기다. 남호경 한우협회장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부처의 국무위원이라고 하는 분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면 정말 이 나라에서 살기 싫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남호경 협회장은 "이 마당에서 제일 고생하는 사람들이 아마 축산농일 것이다. 대부분의 축산 농가는 지금 못죽어 산다"며 "정부나 국민, 농민과 관계부처간에 서로 그런 싸움하면 축산 농가는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지만 이 시점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참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몇십억, 몇백억 보상받고 베트남에 골프치러 나갔다더라'는 식의 정부 관계자 비난을 두고는 "그런 사람들이 있을 수는 있을 것이나 (정부가) 그런 부분을 잘 가려서 보상금을 안준다든지 매뉴얼을 잘 만들어야지"라고 비판하고는 "이렇게 되면 우리가 정말 반정부 투쟁할 수밖에 없는데, 흘러가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싶은 심정"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구제역 창궐 원인을 과거정부가 만든 매뉴얼 때문이라고 전 정권 탓을 한 것을 두고도 "방역당국에서 계속 유지해온 것인데 그에 대한 심각성을 누구에게 (묻느냐)"면서 "설사 (과거 정부가) 못했다고 하면 지금 정보가 하면 되고, 지금 서로의 잘잘못을 떠넘기고 누가 어떻다, 정치적으로 (논란)되는 부분도 안타깝다"고 질타했다.
이에 앞서 윤증현 장관은 지난 27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일부 기업형 축산농가의 경우, 보상비 수백 억 원을 형제들이 나눠서 받는 경우도 있다"며 "무작정 시가 보상을 해주기 때문에 일부 농가에서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증현 장관은 또 "경찰이 백날 도둑을 지키면 뭐하나. 집주인이 도둑을 잡을 마음이 없는데 제대로 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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