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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 시대의 '리만(李萬)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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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 시대의 '리만(李萬)노믹스'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16>마음만 편한 복지라도 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사전적으로는 '지나침은 오히려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이다. 중용을 소중히 여기라는 가르침이 숨어있는 말이다. 쉬운 예로 하루 밥 세그릇이면 되는데 네끼나 다섯끼 먹으면 오히려 좋지 않다는 이야기다. 요즘 같으면, 마음속에 기분좋게 남아있어야 할 좋은 일이, 자랑이 도를 넘는 바람에 오히려 꺼림하게 남게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럴 때 전라도 사투리로 "껄쩍지근하다"는 표현이 있다.

요새 꼭 그런 느낌이다.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해낸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작전'이야기다. 이야기 자체는 엄청나게 통쾌하고 기분 좋은 뉴스였다. 납치될 때마다 큰돈을 주고서야 인질을 빼내올 수 있었고, 때마침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로 국민과 군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져있을 무렵이었다. 그야말로 국민들의 갑갑한 가슴을 탁 트이게 하고 군이 자신감을 되찾은 쾌거였다.

허나 처음부터 좀 찜찜했다. '껄쩍지근'했다. 제1보가 청와대의 생중계 방송으로 시작되었다. 대통령의 직접 발표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작전 명령을 내려, 청해부대 장병들이 성공적으로 해적들을 제압하고 인질들을 구출해냈다고 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몇날며칠을 TV에서 그 작전 이야기가 주요뉴스로 나왔다. 구제역은 그렇게만 보도하면서도 그 뉴스에 대해서는 그랬다. 같은 내용도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야당의 대표란 분이 대통령의 '작전능력'에 찬사를 보내기까지 했다. 군사기밀까지도 다 까발려 놓았다. 급기야 여당내부에서조차 '과잉 홍보'라는 지적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복기(復棋)를 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다.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작전명령을 내렸다해서 이상할 건 없다. 그러나 이 '작전명령'부분은 국방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약간 차이가 있어 보인다. "한민구 합참의장이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승인을 건의하고, 국방장관이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다"는 게 국방부 브리핑 내용이다.

'승인'이 곧 '작전 명령'일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들은 2~3일 전까지만 해도 "작전은 현지 부대가 판단해서 진행할 것이며, 청와대는 결과만 보고받을 뿐"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대통령을 전면에 부각시켰다>는 보도도 있다. 게다가 MB는 '가로채 생색내기' 전력까지 있다.

지금은 '규모나 방법'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랍에미리트 원전수출때도 그랬다. 한전이 거의 다 성사시켜놓은 단계에 뛰어들어 자신의 노력으로 '국운 융성의 기회'가 만들어졌다고 생색을 내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다 과유불급이다. 그래야 할 필요가 절실했겠으나 오로지 생색내기에 너무 급급하는 것 같다. 아무도 그럴 엄두를 못내고 있을 때 대통령이 혼자 고안해내 지휘한 작전이나 명령이 아닌 이상 '작전 능력' 찬사받을 일도 없다.

제1보는 국방부가 발표하는 게 모양새였다. 작전에 대한 엠바고(보도유예)도 국방부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요청했었다. 그것도 이유다. 작전성공 발표에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작전을 수행했노라" 덧붙이면 되었다. 그리고 청와대 대변인이 별도로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청해부대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발표했으면 딱이었다. 그게 중용이다.

21일 오후 삼호주얼리호의 선사인 삼호해운의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을 한다. 그의 첫 마디는 "이명박 대통령님께 감사를 드립니다"였다. 해외의 프로권투시합에서 우승하고 귀국하는 복서가 공항에서 대통령에게 감사인사를 하던 5공 '땡전 시대'를 연상시키는 대목이었다. 챔피언을 태운 비행기가 서서히 멈추면, 기관원이 재빨리 트랩을 뛰어올라가 기내에서 선수를 먼저 만났다.

이윽고 챔피언이 두 손을 흔들며 내려와 중계방송 아나운서 옆자리에 앉는다. "챔피언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우선 소감부터 한 말씀 해주시죠." 아나운서가 예정된 질문을 하면, 챔피언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한다. "먼저 전두환 대통령각하께 감사드립니다." 5공 때 세계챔피언을 땄거나 국제대회에서 승리하고 귀국하는 선수들은 대개 이렇게 중계방송 인터뷰를 시작했다. "경애하는 장군님의 하해와 같은 은덕으로…"와 별로 다를 바 없다.

물론 "내가 명령해 작전을 수행했다"고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는데 그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그와 비슷한 흐름으로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저 "무엇보다 목숨을 걸고 우리 선원들을 구출해주신 청해부대 장병들께 큰 절 올립니다. 정부에도 감사드립니다"했으면 될 일이었다. 그 정도가 중용이었다. 그랬으면 이렇게 느끼하고 '껄쩍지근'한 느낌은 들지 않았을 듯싶다.

뒤이어 구출작전 3일전의 청해부대 1차작전 실패를 보도했던 <부산일보> <미디어오늘> <아시아투데이> 등 3개 언론사가 청와대 기자실에서 쫓겨났다. 구출작전에 대한 엠바고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엠바고는 국방부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요청했는데도 기자를 몰아낸 것은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였다. 대통령실은 '몰아내는 조치' 내용을 청와대 출입기자실인 춘추관에 '공고문'으로 내붙였다. 으스스한 이야기다. 분명한 과유불급이다. 너무 많이 나간 것 같다. 삼호해운의 대표의 '대통령께 감사'도 마찬가지다.

요즘 만발한 복지 논쟁에도 바야흐로 과유불급이 철철 넘쳐나고 있다. 특히 야당의 '복지 논의 점화'를 놓고 정부여당이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이는 것은 이상하다 못해 수상한 느낌까지 든다. '무상복지 3+1'을 내건 것만으로도 '나라를 망쳐먹는 행위' 쯤으로 몰아치고 있다. 그러나 복지는 이제 도도한 시대적 흐름일 뿐만 아니라 이미 '지출만 하는 부담'도 아니다.

필자는 경제분야에는 문외한에 속하지만, 복지는 '사회적 투자'라고하는 학자들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벌이가 없거나 적으면 결혼률이 낮아지고 초혼연령도 높아진다.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갈 수 밖에 없다. 지금 이 나라가 그렇다. 지원(복지)이 반드시 필요해진 상황이 됐다. 어쩔 것인가.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비정규직과 양극화 문제에 매달리면서 주거복지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 노동생산성과 경제성장률의 개선을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고 했다. 또 있다. 여성의 노동참여를 촉진하는 것도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길이라고 볼 때 육아와 보육복지도 필수적이다.

따라서 고용안정·주거복지·보육복지는 '사회적 투자'라 했다. 결혼률이나 저출산 문제 해결과도 다 연결되는 이야기다. 의료문제나 초중고생들의 급식문제까지도 사회적 투자로 봐야 한다고 했다. 당장 해결방법이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런 이정표를 세울 필요가 있다. 방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건 맞는 이야기다. 무슨 피해의식 때문인지, 들어보지도 않으려 하면서 공짜 시리즈니, 퍼주기 복지니,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니 하는 건 그야말로 과유불급이다.

요즘 오세훈 서울시장은 잔뜩 화가 나 있다. 서울시내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문제 때문이다. 시의회와 한판 붙어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서울시내 초등학교 6개학년 중 5·6학년 학생들의 무상급식 이야기다. 1·2·3학년은 교육청이 맡기로 했고 4학년은 서초·강남·송파·중랑구를 제외하고는 구청이 다 무상급식에 동의한 상태다. 5·6학년 급식비용 695억 원을 내놓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도움이 필요없는 부유층 아이들에게까지 공짜밥을 줘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시장후보때 그는 '3무 학교'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준비물 없는 학교'도 포함돼있었다. '도움이 필요없는 부유층 아이에게도' 공짜로 준비물을 대주는 내용이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출신 지역구인 과천에서는 2001년부터 전면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도움 필요없는 부유층에도' 공짜밥을 주고 있다. 오 시장은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 주민투표해보자"했다. 무상급식을 전면 수용한 김문수 경기지사가 안타까웠던지 한마디 했다. "학생들 밥을 먹이니 안 먹이니 하는 문제로 주민투표 한다는 게 누구에게 득이 되는 것인지…"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자기가 무너지면 MB정권의 '무상복지 반대' 전선이 무너지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주민투표에 지더라도' 6·25때 낙동강 전선 사수하듯이 전면무상급식 막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과유불급이다. MB정권의 속앓이는 아마도 '4대강 사업'과 '부자감세'인 듯하다. 4대강 사업에 돈을 쏟아붓다보니 '복지'에 쓸 돈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부자감세 정책은 절대로 바꿀 수 없는 '신성불가침'일 것이다. 진퇴양난일 것이다.

'Trickle down 이론'이라는 게 있다. 부유층을 더 부자되도록 밀어주면, 그 부(富)가 아래로 흘러 저소득층도 혜택을 보게 돼 경기를 자극한다는 이론이다. '李'명박 대통령과 핵심참모 강'萬'수 씨가 신봉하는 경제이론으로 알려져 있다. 부유층을 지원했다. 부자감세도 그런 것이었다. 부가 아래로 흐르지 않았다. 부자들만 더 부자가 됐다. 양극화만 더 심해졌다. 과유불급 정책이었다.

사람들은 한국에서의 이 이론을 파산한 미국 '리만브러더스'(Lehman Brothers) 은행에 빗대어 말한다. 'Lehman(李萬)omics'라 했다. MB정권은 '복지'를 위해 '더 부자된' 세금 거둘 생각이 추호도 없다. 오히려 그들의 '바람막이'가 되고자 한다. 다 '무상복지 결사반대'와 이어지는 이야기다. 가슴 아픈 이야기다. 복지란 행복이다. 최소한의 행복은 '속상하지 않고 마음이 편함'이다. MB정권은 우리가 그 정도의 행복만이라도 복지로 누릴 수 있게 해주면 안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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