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은 누군가에겐 환희가, 누군가에겐 절망이 된다. 누군가는 들썩이는 집값에 환호하고, 누군가는 이곳을 떠나 머물 곳이 없어 현수막을 내걸고 철거반과 싸우다 내몰린다. 하지만 그 둘에겐 공통의 기억이 남는다. 길게는 수십 년간 살아온 집들이 그곳에 담긴 추억과 함께 허물리는 기억이다. 새로 들어선 번듯한 아파트로는 그 추억과 정서가 '재개발'될 수 없다.
2006년 1월 제3차 뉴타운으로 지정된 휘경동에 사는 6명의 작가가 지난해부터 철거현장을 지켜보며 사라져가는 기억의 조각을 모아 18일부터 서울 종로구 통인동 보안여관에서 21일간 열리는 <揮景: 휘경, 사라지는 풍경>전을 선보인다. 이주와 철거로 버려진 집기와 건물 잔해를 모으는가하면 버려진 건물들의 모습을 화폭에, 사진에 담아냈다. 일제시대부터 서 있던 보안여관에 사라질 집들의 흔적을 남기려는 시도다.
전시회에서는 작가들이 작품 활동과 동시에 진행했던 공공프로젝트 <어디 사시나요?>의 결과물 역시 만날 수 있다. 휘경동 주민 300여 명이 직접 그린 '자신이 꿈꾸는 집'과 인터뷰 영상이 함께 전시된다.
전시회 첫날인 18일에는 보안여관 한옥 마당에서 동요밴드 '부추라마'의 공연이 오프닝 행사로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후 6시로 제한되지만 이메일 예약을 통해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연장 관람이 가능하다. 연장 관람을 신청한 이들은 손전등을 이용해 색다른 시각으로 작품을 관찰할 수 있다. 추석 연휴가 낀 10월 1일부터 5일까지는 휴관한다. 문의 및 신청: 02-720-8409, changpaK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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