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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하는 중형 조선소를 그냥 내버려두겠다는 것인가?"

경남 조선 노동자들 "정부 회생정책 전무...대정부 투쟁으로 이끌어낼 것"

“위기의 중형 조선소 회생을 위한 정부 정책은 여전히 전무할 뿐이다. 고사하는 중형 조선소를 내버려두겠다는 것인가?”

STX조선해양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이 지난 23일과 24일 각각 3척과 4척에 대해 이뤄지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곧 이은 사측의 감원 바람이 불며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성동조선해양도 일감 부족으로 노동자들의 90%가 휴직 상태인데다,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까지 나와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이에 조선업 노동자들이 중형 조선소 회생정책에 대한 정부의 노력이 전혀 없다며 대대적인 대정부 투쟁을 결의하고 나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와 노동자생존권보장 조선산업살리기 경남대책위가 27일 오전 경남도청 광장 앞에서 중형 조선소 회생 정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대정부 노동자 투쟁을 전개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조선산업살리기 경남대책위

■“고사하는 중형 조선소를 내버려두겠다는 것인가?”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와 노동자생존권보장 조선산업살리기 경남대책위는 27일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정책의 부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88억 달러로 반토막 난 중형 조선소의 수주량과 통영 신아sb의 위기를 알리며 정부에 조선업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며 “무려 10년이 지난 지금과 당시의 요구는 모두 동일하게 운영자금 지원과 선박금융 확대 등이었지만 나아진 게 없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또 “현 정부도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를 통해 중형 조선소의 RG 발급을 원활하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신 해양수산부가 주도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내년 6월까지 설립한다고 밝혔지만, 서비스업인 해운업만 전담하는 것으로 결정이 나 중형 조선소가 말라죽는 것을 두고만 보겠다는 것과 같다”고 힐난했다.

현재 STX조선해양의 경우 지금 당장 RG를 발급받았다고는 하지만 조건부 발급으로 희망퇴직이 실시되고 있어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또, 지난 2월부터 노동자들이 휴직에 들어간 성동조선해양도 7월 이후에도 수주가 없어 생산직 노동자 90% 이상이 휴업에 들어간 상태이며, 최근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마저 존속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조선업 노동자들은 지난 2015년 파산한 신아sb의 경험이 되풀이될 것을 우려하며 대정부 투쟁으로 중형 조선소 회생정책을 이끌어내겠다는 각오이다.

하원오 경남대책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가 중형 조선소 회생 정책을 빠르게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질타한 뒤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 산업은행을 찾아가는 등 노력을 다하는 것처럼 더불어민주당도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 권한대행이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와 만나 RG 발급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정용석 KDB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장(부행장)을 방문해 건의하는 등 힘을 보탠 것과 관련해 민주당 측에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주문한 것이다.

강기성 성동조선지회장도 “회사는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더 높다는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가지고 모종의 결정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자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기다리다가는 앉아서 죽을 수도 있다는 절박한 마음에 거리로 나서서 죽을 각오로 투쟁할 것”이라고 비장함을 드러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다음달부터 중형 조선소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국회는 물론 서울지역 곳곳을 거점으로 선점하고 노숙을 비롯해 천막농성에 돌입할 것”이라며 “대규모 지역 집회 등을 통해 중형 조선소 회생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중앙정부에 강력하게 전달하고 정책이 마련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남도, 범도민 지원 ‘민관협의체’ 구성키로
경남도는 위기의 조선업계 정상화를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앞서 경남대책위는 STX조선해양 RG 발급과 관련해 민·관·도의회·경제계·정치권·학계·언론 등 경남도민의 노력으로 성사된 결과물이라며, 특히 경남도의 대응은 지자체 활동의 좋은 사례가 될 만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은 27일 도청 간부회의에서 경남도와 유관기관, 지역 국회의원, 은행, 상공계 언론, 조선업계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 구성을 지시하고 범도민적 지원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핵심은 중견조선업체 위기 대응방안에 맞춰졌다. 전국 조선업의 절반이 경남에 있고, 도내 전체 생산액의 25%가 조선산업에서 나오는 만큼 정상화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철강, 기계, 전자, 해운, 수산업, 관광산업 등에 전후방 연계효과가 막대한 만큼 포기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포기해서도 안 되는 사활적 이익을 가진 산업이므로 단순히 금융논리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경남발전연구원의 이날 보고에서도 지난 2015년 기준 경남지역 제조업 생산액 중 조선업이 31조 원으로 22.2%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국 생산액 대비 40.9%를 점하고 있을 만큼 경남에서 조선업이 차지하는 위상 크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장 직무대행은 “조선업은 다른 산업분야와의 연계효과가 크고 고용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며 “따라서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등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견조선소를 반드시 회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호 권한대행은 이에 “경남도가 중심이 돼 조선업계가 정상화될 때까지 민관협의체를 상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라”며 “단발성 개입이나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협의체 참여 기관별로 역할분담을 하고 피드백이 가능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해 중소 조선산업 지원대책이 경남도 차원에서는 한결 힘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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