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개헌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예고했던 의원총회를 하루 앞두고 이를 연기하기로 24일 결정했다.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구제역이 아직도 창궐하고 있고, 많은 의원들이 해외출장을 가거나 귀향해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설 연휴 이후에 의총을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불씨살리기냐, 확인사살이냐 '기로'…"일단 연기한다"
이는 안상수 대표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배 대변인은 "의총을 연기하자는 제안에 대한 이견은 없었고, 최고위원들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다음 달 8일부터 3일 동안 '릴레이 개헌의총'을 열기로 했다.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구제역 사태나 참석률 등을 의식해 의총을 연기하기는 했지만, 설 연후가 지난다고 해서 상황이 변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의총을 통해 개헌특위 구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등 꺼져가는 논의의 불씨를 다시 살려보자는 게 친이계의 판단이지만,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입장의 차이만 재확인할 경우에는 개헌론이 오히려 소멸하는 장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누구를 견제하기 위한 개헌? 망신스러운 일"
개헌의총 개최 자체에 부정적인 기류를 보였던 친박(親朴)계나 소장파 의원들도 여전히 친이(親李)계가 주도하고 있는 현재의 개헌논의에 대해 강경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 의원모임인 '민본21'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태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전체 의원들이 하나로 단결해도 힘들 일인데,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의총에서 과연 무슨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의심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민본21은 개헌의총의 연기를 당 지도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성태 의원은 "현재의 개헌논의는 국민의 절실한 희망을 정치권이 받은 과정과 절차가 아니라, 정치권의 자기발전 개헌론에 국민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라며 "야당과의 협상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도 소모성 개헌론에 휘말리는 것"이라고 했다.
또 김 의원은 "차기 대권주자 누구를 견제하고, 누구를 위해 개헌론을 들고 나온다면 이것은 정말 국민들에게 망신스러운 일"이라며 "그것이 집권 여당의 모습은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시기를 놓쳤다…이미 개헌은 불가능"
친박계 이성헌 의원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임기 중 개헌논의를 할 수 있는 시기를 상실했다"며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 3당 합당을 통해 민자당이 218석이었을 때도 개헌을 못 했다"고 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합의가 안 되어 있고, 야당도 반대하는 상황에서 개헌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이재오 특임장관은 분권형 개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지지도는 10%도 안 나오고 있다"며 "그런 제도를 논의하겠다니 어떤 다른 의도를 갖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친이계가 제기하고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친박계 전반은 '박근혜 견제용'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또 이 의원은 "다수의 국민들은 개헌보다는 오히려 민생 문제에 치중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구제역이 창궐해 온통 국민들 마음이 흉흉한테 한가하게 개헌논의를 하고 있으면 국민들이 정부와 한나라당을 어떻게 바라보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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