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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소탕의 뒤끝…엠바고와 작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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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소탕의 뒤끝…엠바고와 작전공개

[김종배의 it] 기자 입은 막고 제 입엔 확성기 댄 국방부

정부가 초고강도 제재를 준비하고 있단다. 실패로 끝난 청해부대의 18일 1차 진압작전을 보도한 세 언론사를 상대로 모든 부처 출입금지 또는 자료제공 금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단다. 국방부 기자단이 수용한 '엠바고(보도유예)'를 어겼다는 이유로 이같이 조치한단다.

전례를 찾기 힘든 제재다. 엠바고를 어긴 언론사에게 해당 부처 출입을 한시적으로 금하던 이전의 제재에 비하면 초고강도라고 할 만하다. 회초리 대신 몽둥이를 든 것에 비유할 만한 초고강도 제재다.

이해한다. 논란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이해한다.

'엠바고'를 지키지 않은 세 언론사 가운데 '부산일보'와 '미디어오늘'은 국방부 출입 언론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엠바고' 수용 주체는 출입기자단이란 점에서 형식상 두 언론사는 '엠바고' 준수 의무가 없지만 그래도 이해한다.

군이 1차 작전 직후 해적이 본거지와 교신하는 걸 막기 위해 전자전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다시 말해 '엠바고' 파기로 인해 작전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용상 '엠바고' 미준수가 끼친 악영향이 없지만 그래도 이해한다.

무엇보다 우리 선원과 군의 생명이 최우선 돼야 한다는 점에서, 아울러 군의 원활한 작전 수행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엠바고' 요청은 정당했다고 보기 때문에 이해한다. 이런 경우엔 '만에 하나'의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니까.

▲ 한미 연합훈련 '불굴의 의지' 사흘째인 지난해 7월 27일 훈련에 참가한 한국형 구축함 '최영함'이 동해상에서 공중으로 침투하는 적을 향해 5인치 포를 발사하고 있다. ⓒ뉴시스
한데 이해 못하겠다. 다른 한 가지 사안만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군이 미주알고주알 밝혔다. 청해부대의 진압작전이 성공한 후 '작전상보'를 방불케 하는 내용을 공개했다. 우리 군이 어떤 작전을 펼쳤는지, 우리 군이 어떤 장비를 사용했는지, 우리 군이 다른 나라 군대와 어떻게 공조했는지 세세히 브리핑 했다. 그 뿐인가. 실패로 끝난 1차 작전과 성공리에 막을 내린 2차 작전의 전술을 비교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삼호주얼리호 선장의 '기만술'까지 공개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해적에게 사실상 군사기밀을 넘겨주는 것과 같다는 점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또 모른다. 청해부대의 진압 성공으로 상황이 종료된 거라면, 다시는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우리 배가 납치되는 일이 없다면 모른다. 그럼 청해부대의 진압작전은 '과거완료형'이 되니까.

하지만 아니다. 소말리아 해적의 본진은 소탕되지 않았고, 우리 배의 소말리아 해역 운항도 금지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또 다른 납치극이 벌어질지 모른다. 자신을 해적이라고 밝힌 사람이 위협하지 않았는가. "한국 선박을 납치하면 돈을 요구하지 않고 선박을 불태우고 선원을 죽일 것"이라고 위협하지 않았는가.

이런 상태에서 군이 제 입으로 '작전상보'를 공개하면 해적은 그걸 '교본'으로 삼는다. 혹여 있을지도 모를 제2, 제3의 진압작전을 군 스스로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군의 과도한 정보공개는 '엠바고'와 상응하지 않는다. 군과 선원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요청한 '엠바고'에 견주면 군의 정보공개는 이율배반적이다. 기자들 입은 틀어막으면서 제 입엔 확성기를 갖다 대는 꼴이다. 군, 나아가 정부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원칙을 어긴 꼴이다.

묻고 싶다. 제 입에 확성기를 대고 미주알고주알 군사정보를 공개하는 군과 정부는 도대체 '엠바고'를 통해 뭘 지키려고 했던 것인가. 작전 개시 사실만 차단하면 되는 것인가.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 (www.mediatossi.com)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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