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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온' 안상수ㆍ'방역' 이재오ㆍ'뗑깡' 오세훈…정치개그 종결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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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온' 안상수ㆍ'방역' 이재오ㆍ'뗑깡' 오세훈…정치개그 종결자는?

[프덕프덕] 물 오른 '개그감 3인방' 모르면 간첩

최근 '보온병'과 '자연산' 사건을 통해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우뚝 올라선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나섰다. 2007년 대선이 끝난 이래로 한 번도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낙마 가능성을 예고했다. 안 대표는 박 전 대표의 현재 지지율이 '선호도'에 불과하며 앞으로 여당 내에서 후보군이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우리 가카께서 자신에게 사사건건 개기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순순히 후보 자리를 물려주실 생각이 아직은 없으시다. 가카와 운명을 함께하는 소위 '친이계'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누가 30%대 중반을 넘나드는 "선호도"를 기록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대항마'가 될 것인가? 따라잡는 게 불가능해 보이지만 유난히 입이 무겁고 감정 표출이 없는 '얼음공주' 박 전 대표에 맞서는 친이계 후보군들의 강력한 무기가 있으니 바로 '개그감'이다. 웃음이 경쟁력이다.

▲ 안 대표가 대권주자로 부상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바로 그 '보온병'. 이날 이후로 '보온병 블랙홀' 정국이 전개됐다. ⓒ연합

최근 들어 친이계 후보들이 '개그감'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가장 선두에 안상수 대표가 있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온 국민이 충격과 공포에 빠졌을 때 그는 살신성인의 자세로 자신을 낮춰 국민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이어 '자연산' 발언을 통해 '보온병'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 타고난 '개그감'의 발로임을 입증했다. 많은 이들이 '연평도 블랙홀'을 걱정했지만 정작 현실로 나타난 것은 '보온병 블랙홀'이었다. 초등학생마저 그를 알아볼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보온병 아저씨'를 모르면 '간첩'이다.

웃기기만 한 게 아니었다. 안 대표는 가카께서 '마음의 빚'이 있다는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 사태를 주도하는 주도면밀함도 보여줬다. 이를 통해 여권 대선주자들의 필수 코스라는 가카와의 차별화에도 일정 정도 성공했다. 뒤통수 제대로 맞은 가카께서 "딱 한 사람에게만 유감이 있다"며 안 대표에게 '경고 메시지'를 날렸지만, 이는 오히려 안 대표의 '실력'을 인정해준 꼴이 됐다.

안 대표의 배짱은 가카께 고개를 디미는 수준이 끝이 아니다. 가카의 '형님'에게도 도전장을 던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당초 얘기됐던 대전이 아니라 '형님'의 지역구인 포항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안 대표가 과감히 나섰다. '형님'까지 꺾고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과천으로 과학벨트를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또 지난 14일 박종철 열사 24주기 추모식에 참석하는 등 자신의 정치적 반대세력까지 끌어안는 광폭 행보까지 보이고 있다. 안 대표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에서 실무 담당 검사이기도 했다.

이런 안 대표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선 이가 있다. 바로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안 대표가 사안을 꿰뚫는 촌철살인의 '외마디 개그'의 달인이라면, 이 장관은 '몸 개그'의 대가다. '90도 직각 인사'로 '얼음공주'이자 정치적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웃게 만들 정도다.

그는 또 여러 차례 가카를 코너로 몰아붙였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는 '엄지손가락' 하나로 맞장을 떴다. 이 장관은 지난 연말 예산안을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박 원내대표에게 아무말 없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뒤를 가르키며 "나가"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역시 '왕의 남자'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다.

▲ 15일 축산농가를 방문해 직접 구제역 백신을 주사하고 있는 이 장관. ⓒ이재오 장관 홈페이지
이런 이 장관이 최근 구제역 사태와 관련해 축산농가를 방문했다가 '개그감'이 제대로 작렬했다. 이 장관은 지난 15일 경북 영양군 영양읍 화천리의 축산 농가를 방문했다. 이 장관은 하얀 방역복을 입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았다. 무려 7마리의 소에 직접 백신을 주사했다. 구제역이 발생한지 50여일이나 지났지만 도통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전국의 소, 돼지 등 가축 200만 마리 이상을 살처분함에 따라 전국이 거대한 동물묘지가 됐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날이 풀려 봄이 되면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나마 현 정부 관료 중 구제역 사태에 관심을 갖고 일찍이 "구정 때 고향 방문을 최소화하자"는 선구적 아이디어를 내놓았던 게 이 장관이다. 그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방역 현장을 찾았으니 어땠겠는가. 현장의 무거운 분위기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는 '한방'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법하다. 과중한 업무에 지친 방역요원들도 위로하고 구제역 사태를 걱정하는 일반 국민들에게도 잠시나마 웃음을 주고 싶었을지 모른다.

이런 고차원의 '몸개그'를 야박한 야당은 이해하지 못하고 깎아내렸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19일 "수의사법에 의하면 동물에 대한 방역 진료행위는 수의사 자격이 있는 사람이거나 수의과 대학을 다니면서 교수지도하에 실습하고 있는 사람이거나, 직접 사육을 하는 사육주만 할 수 있다"면서 "이 장관의 행위는 수의사법에 의해 징역 2년 이하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구제역이 날로 확산돼 200여만 마리의 소와 돼지를 매몰 처분하고 축산농업인들의 가슴이 찢어지는 상황에서 범법적인 행위로 국민 앞에 쇼할 시간과 여유가 있는지 이 정부를 상대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에 필적하는 또 한명의 '개그 달인'이 있으니 바로 '5세 훈이'다. 요즘은 너무 반복되는 그의 '뗑깡 개그'에 짜증나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우리 훈이가 빨리 커서 초등학교에 가서 좀 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

ⓒ뉴시스
(어이없어 실소만 나오는 일들을 진지하게 받아쳐야 할 때 우리는 홍길동이 됩니다. 웃긴 걸 웃기다 말하지 못하고 '개념 없음'에 '즐'이라고 외치지 못하는 시대, '프덕프덕'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풍자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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