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우리 가카께서 자신에게 사사건건 개기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순순히 후보 자리를 물려주실 생각이 아직은 없으시다. 가카와 운명을 함께하는 소위 '친이계'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누가 30%대 중반을 넘나드는 "선호도"를 기록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대항마'가 될 것인가? 따라잡는 게 불가능해 보이지만 유난히 입이 무겁고 감정 표출이 없는 '얼음공주' 박 전 대표에 맞서는 친이계 후보군들의 강력한 무기가 있으니 바로 '개그감'이다. 웃음이 경쟁력이다.
▲ 안 대표가 대권주자로 부상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바로 그 '보온병'. 이날 이후로 '보온병 블랙홀' 정국이 전개됐다. ⓒ연합 |
최근 들어 친이계 후보들이 '개그감'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가장 선두에 안상수 대표가 있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온 국민이 충격과 공포에 빠졌을 때 그는 살신성인의 자세로 자신을 낮춰 국민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이어 '자연산' 발언을 통해 '보온병'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 타고난 '개그감'의 발로임을 입증했다. 많은 이들이 '연평도 블랙홀'을 걱정했지만 정작 현실로 나타난 것은 '보온병 블랙홀'이었다. 초등학생마저 그를 알아볼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보온병 아저씨'를 모르면 '간첩'이다.
웃기기만 한 게 아니었다. 안 대표는 가카께서 '마음의 빚'이 있다는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 사태를 주도하는 주도면밀함도 보여줬다. 이를 통해 여권 대선주자들의 필수 코스라는 가카와의 차별화에도 일정 정도 성공했다. 뒤통수 제대로 맞은 가카께서 "딱 한 사람에게만 유감이 있다"며 안 대표에게 '경고 메시지'를 날렸지만, 이는 오히려 안 대표의 '실력'을 인정해준 꼴이 됐다.
안 대표의 배짱은 가카께 고개를 디미는 수준이 끝이 아니다. 가카의 '형님'에게도 도전장을 던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당초 얘기됐던 대전이 아니라 '형님'의 지역구인 포항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안 대표가 과감히 나섰다. '형님'까지 꺾고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과천으로 과학벨트를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또 지난 14일 박종철 열사 24주기 추모식에 참석하는 등 자신의 정치적 반대세력까지 끌어안는 광폭 행보까지 보이고 있다. 안 대표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에서 실무 담당 검사이기도 했다.
이런 안 대표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선 이가 있다. 바로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안 대표가 사안을 꿰뚫는 촌철살인의 '외마디 개그'의 달인이라면, 이 장관은 '몸 개그'의 대가다. '90도 직각 인사'로 '얼음공주'이자 정치적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웃게 만들 정도다.
그는 또 여러 차례 가카를 코너로 몰아붙였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는 '엄지손가락' 하나로 맞장을 떴다. 이 장관은 지난 연말 예산안을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박 원내대표에게 아무말 없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뒤를 가르키며 "나가"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역시 '왕의 남자'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다.
▲ 15일 축산농가를 방문해 직접 구제역 백신을 주사하고 있는 이 장관. ⓒ이재오 장관 홈페이지 |
이런 고차원의 '몸개그'를 야박한 야당은 이해하지 못하고 깎아내렸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19일 "수의사법에 의하면 동물에 대한 방역 진료행위는 수의사 자격이 있는 사람이거나 수의과 대학을 다니면서 교수지도하에 실습하고 있는 사람이거나, 직접 사육을 하는 사육주만 할 수 있다"면서 "이 장관의 행위는 수의사법에 의해 징역 2년 이하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구제역이 날로 확산돼 200여만 마리의 소와 돼지를 매몰 처분하고 축산농업인들의 가슴이 찢어지는 상황에서 범법적인 행위로 국민 앞에 쇼할 시간과 여유가 있는지 이 정부를 상대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에 필적하는 또 한명의 '개그 달인'이 있으니 바로 '5세 훈이'다. 요즘은 너무 반복되는 그의 '뗑깡 개그'에 짜증나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우리 훈이가 빨리 커서 초등학교에 가서 좀 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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