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여당 실세들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의혹으로 곤란에 처한 자유한국당이 '검찰 특수활동비도 들여다보자'며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를 추진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다른 정당에서는 "물타기", "정치공세"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당은 24일 의원총회에서,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법무부에 상납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회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법 도입을 추진하자고 당론을 정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경찰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관련 오늘 중으로 국정조사 요구안을 제출하기로 했다"며 "특검법도 제출하기로 당론이 정해졌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또 "마구잡이 칼날을 휘두르는 검찰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특검법이 발효되기 전까지는 검찰 수사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으로 검찰이 최경환 의원을 소환한 데 대해 "특수활동비 문제와 관련한 검찰 수사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관련 기사 : 홍준표 "특검 아니면 검찰 수사 협조하지 말라")
한국당은 이와 관련, 24일 오후 국회 사무처에 국정조사 요구안을 제출했다. 특검 요구서도 이날 의안과에 제출됐다. 앞서 홍 대표는 "전체 의원 116명 공동 발의로 특검법 발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같은 한국당의 입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반응이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특수활동비 검찰 수사까지 막아서겠다는 한국당의 얼토당토하지 않은 주장"이라며 "한국당의 국정조사 요구와 특검법 발의는 전형적인 물타기 행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또 홍 대표가 한국당 의원들에게 검찰 수사에 응하지 말라고 한 데 대해 "법과 원칙이 있는데 그마저 아무런 기준 없이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은 정당인으로서 기본적 도리도 모르는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원내대변인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특수활동비는 검찰에 독자적으로 편성된 게 아니고, 법무부에 배정된 것을 검찰이 받아서 쓰는 형태여서 근본적으로 특검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한국당의 공세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우리 당은 전혀 응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검사 출신이다.
김 원내대변인은 홍 대표의 '수사 불응' 지침에 대해서도 "국법 질서를 침해하자고 선동하는 공당 대표의 부적절한 언동"이라고 비판하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재 검찰에서 최 의원에 대해 진행중인 국정원 특활비 수사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며 "국정원 특활비가 과거 정부의 관행이었기 때문에 김대중·노무현 특활비도 공정하게 수사하도록 특검을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했을 뿐이다. 마치 특정 의원을 비호하기 위해 특검 추진을 하는 것인 양 보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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