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이날 '국민통합포럼' 토론회 축사에서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에서 많은 진통을 겪고 계시는 점에 대해 제가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진통이 대한민국 정치의 밝은 미래를 위해 겪는 그런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네며 "새로운 미래를 위해 정치가 할 일에 대해 고민한다면 우리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정책이든 선거든 앞으로 크게 협력할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이어 "국민들은 정치공학적인 이야기, 선거를 앞두고 유불리만 따지는 정치 행위를 꿰뚫어보고 있다"며 "어떤 통합을 하더라도 진지한 고민 끝에, 우리가 가려는 새로운 길이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다같이 명심하면서 앞으로 진지한 협력, 연대, 통합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기대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국민통합포럼'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는 연구모임이다.
안철수 대표도 축사에서 "거대 양당으로 회귀하려는 힘이 정말 강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며 "이념 정당과 문제 해결 중심 정당, 기득권 양당과 개혁 세력 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는 바른정당도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오늘이 시작점"이라며 "여러 사안에 대한 정책적 공조를 통해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되고 여러 공조 경험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통합 찬성파는 여론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통합포럼 국민의당 측 간사인 이언주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나와 "저희가 야권의 중심 세력이 돼서 극우를 주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지난 촛불집회 민심"이라며 "저희가 중심 세력이 돼서 짧게는 2당이 되고 그것을 통해 정치 내의 기득권을 교체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총선 때 1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희가 야권에서 헤게모니를 잡게 되면 야권 내의 개혁적 세력들은 다 저희 쪽으로 수렴되게 될 것"이라는 희망론을 폈다.
안 대표는 토론회 축사에서 "저희들이 (21일) 의원총회를 했었고, 오늘 (오후) 또 원외 지역위원장 모임이 있다"며 "여러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안 대표의 측근인 이태규 의원이 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당 부설 정책연구소 '국민정책연구원'은 통합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더 높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공표하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이달 20일에 이어 비슷한 결과의 조사가 3차례 발표된 셈이다. 단 이번 조사는 당원 대상 조사가 아니라 일반 유권자 대상 조사였다.
국민정책연구원은 보도자료에서, 당의 진로에 대한 질문에서는 45.6%가 '다른 정당과 연대·통합해야 한다'고 답했고 40.0%가 '독자 세력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당의 노선에 대해서는 '중도'가 36.1%, '진보에 가까운 중도' 21.7%, '진보' 15.2%, '보수에 가까운 중도' 9.1%, '보수' 6.2%라는 답이 나왔다고 한다. '중도'와 '진보·진보적중도'라는 답이 모두 36%였다.
이 조사에서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연대 및 통합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서는 '공감'이 36.6%, '비공감'이 58.0%로 나왔으나, '만약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한다면 어떤 정당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서는 더불어민주당 47.5%, 국민+바른 통합정당 19.2%, 자유한국당 11.7%, 정의당 4.2%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국민정책연구원은 밝혔다. '통합하면 제2당이 된다'는 안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국민의당 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 시행, 18~19일 이틀간 유권자 1050명 대상. 상세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면 국민의당 내 통합 반대파도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불을 질렀다"며 "분명히 '통합 안 하겠다'고 해 놓고 세 시간 있다가 기자들한테는 '통합만이 살 길이다'라고 하면 신뢰성이 있느냐. 사람을 앞에다 두고 병신을 만들지 않느냐. 제가 병신 될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박 전 대표는 안 대표 측에서 '의원총회는 통합 관련 결정권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정당은 물론 당원, 원외 지역위원장 모두의 공동체지만 정치는 원내 중심으로 하게 돼 있다"고 반론하며 "오죽 불리했으면 안 대표가 그런 얘기를 했겠느냐. 누구 말마따나 찬성이 더 훨씬 많다고 하면 왜 그 얘기를 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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