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는 22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전날 의원총회에 대해 "양당 체제로의 복귀를 저지하고 다당제 유지를 통해 우리 당이 정치 발전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평가하면서 "창당 정신을 지키며 외연을 확대하는 노력과 함께 당내외 의견수렴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날 "저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라고 밝힌 데 이어 통합 추진 의사를 재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 반대파는 이에 대해 "구상유취한 이야기", "인위적 이합집산"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통합 반대 모임 '평화개혁연대'를 주도하고 있는 정동영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및 YTN 라디오와 연달아 인터뷰를 갖고 "DJP 연합 때도 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정체성이 달랐기 때문에 통합이 아니라 선거연대를 해서 집권한 것"이라며 "바른정당 정체성이 국민의당과 다른데 '묻지 마 통합', 인위적 이합집산으로 국민들이 감동을 받을 수 있겠나. 이것은 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통합뿐 아니라 선거연대 관련 논의에 대해서도 "선거연대는 선거 때 임박해서 될 수 있는 문제"라며 "예를 들어 바른정당 서울시장 후보가 누구고 우리 당 후보가 누구냐? 후보도 없는데 무슨 연대 이야기를 지금부터 꺼내는 저의는 통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금은 아예 꺼낼 필요조차 없는 얘기를 굳이 하는 것은 통합 밀어붙이기의 징검다리"라는 것.
정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 대해 "통합을 관철해야 한다는 강한 의견을 가진 의원 숫자는 9명쯤 됐고, 통합을 멈추라고 분명하게 반대하는 의원들이 14명쯤 됐다. 그리고 양비론·양시론적 입장을 가진 분들이 6~7명"이었다며 "시종 안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 불만이 표출됐고 특히 안 대표의 거짓말에 초점이 많이 맞춰졌다. '안 대표 리더십이 실패했다', '그 지도력이 뭐냐'는 말을 초재선 의원들한테 듣는 그런 민망한 장면들이 많이 표출됐다"고 전했다.
박지원 의원도 평화방송(C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30명의 의원이 발언을 했는데 통합을 찬성하는 사람은 9명이라고 하면 그 분위기, 아시지 않겠나"라며 "이 이상 통합 논의는 하지 말자고 결론이 났는데 나중에 또 안 대표 측에서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또 다시 시작하는 것 같다. 포기하지 않았다"고 안 대표를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건 개인 회사가 아니다. 정당이다. 그리고 정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게 현역 의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가느냐"라며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것이지, 자기 혼자 회사 사장처럼 끌고 간다고 해서 따라가는 게 아니다"라고 안 대표의 리더십을 직격했다.
박 의원은 "바른정당에 남을 분들은 수도권·호남권 한 5명과 영남권 2~3명"이라며 "(통합으로 2당이 된다는 것은) 괴상한 논리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하면 이십 몇 퍼센트가 나와서 한국당보다 높게 나온다. 당장 2등 올라간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구상유취한 얘기"라고 통합론을 정면에서 비판했다. 그는 "당이 단결해서 정책연대를 잘 해나가면 선거 때 필요에 의해 선거연대를 할 수도 있는 것이고 당대당 통합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51석(국민의당 40석+바른정당 11석) 갖고 법안 통과시킬 수 있나? 그게 뭔가. 그래서 안 대표처럼 그렇게 과학, 수학으로 정치를 보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과 정 의원은 향후 평화개혁연대를 통해 통합 반대 세력을 결집할 뜻도 분명히 했다. 박 의원은 "절대 다수가 통합 논의를 하지 말자고 했으면 당 대표가 하루라도 참고 생각해 보고 소통해 봐야지, 바로 한두 시간 후에 '통합만이 살길이다' 외치는 것은 '평화개혁연대 당신들도 해라'는 신호와 같다"며 "안 대표가 어제 (의총에서) 통합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는데도 계속하겠다고 하고, 내일 원외 위원장 회의도 하고 당원들에게도 의사를 묻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평화개혁연대를 계속하고 원내 의원들 서명은 물론 원외 위원장들에게도 평화개혁연대 가입 문을 열어놓겠다"고 당내 세력전을 선언했다.
정 의원도 "평화개혁연대가 커지면 (통합) 밀어붙이기가 불가능하다. 당내 소수파를 거느리고 어떻게 통합을 밀어붙이겠느냐"며 "어제 아마 안 대표도 충격을 받았겠지만 지금까지 해온 행태로 보면 멈추지 않을 것이고 계속 밀어붙일 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저는 평화개혁연대를 중단할 생각이 없다. 당을 살리기 위해 안철수 믿고 따라갈 수는 없다는 의원들이 많기 때문에 평화개혁연대로 당을 지키기 위한 길을 만들겠다"고 했다.
통합 찬성파들도 반박에 나섰다. 최명길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실제 논의된 방향과 다르게 일제히 오늘 아침 인터뷰들을 하면서 논의 방향을 언론에 잘못 전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고 박지원·정동영 의원을 겨냥하며 "실망스럽다"고 했다.
최 최고위원은 "어제 '연대 통합 모두 안 된다'라고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한 분은 9명이고, 9명 외에 분명히 반대하는데 외국에 가신 분(천정배)이 한 분 있고, 말씀을 안 하신 분(이상돈)이 한 분 있다. 그러면 (통합 반대파는) 11명"이라며 "분명히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 분이 9명, 10명이고 '선거연대·정책연대부터 먼저 열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신 분이 8~9명, 그리고 도저히 어떤 쪽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말씀하신 분이 3명"이라고 이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통합 찬성파가 "소수파"(정동영)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다.
최 최고위원은 "판세는 분명하다. 3분의 2가 통합은 안 된다고 한다고 인터뷰들을 하고 있는데 사실은 반대"라며 "찬성하신 분이 26명이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수는 연대·통합을 하자는 것"이라며 "전반적 분위기를 왜곡하는 공개적인 말은 서로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경고했다.
박주원 최고위원도 "어제 대체적으로 선거연대·정책연대에 많은 의원들이 공감하지 않았나"라며 "통합 찬반 전당원 투표, 국민 여론조사를 제안한다"고 맞불을 놨다. 박 최고위원은 "안 대표 리더십 문제까지 연계해서 투표에 붙인다면 모든 논란이 '원샷'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며 "연대는 되고 통합은 안 된다? 연애는 하고 결혼은 안 된다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한편 바른정당에서는…
이날 바른정당은 유승민 대표 주재로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었지만 국민의당과의 통합 문제에 대해서는 공개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 유 대표는 전날 국민의당 의원총회 결과를 기자들에게 전해듣고 "국민의당이 미래를 위한 이 진통을 잘 극복해서 바람직한 길을 찾으면 좋겠다"며 "국민의당이 뭔가 새로운 길을 찾았을 때 협력 공간이 있으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자신이 지난 주말 미국 미시간대 강연에서 안철수 대표를 '진보 정치인'으로 소개했다면서 "발표 도중 '국민의당과 안 대표가 진보냐 보수냐'라고 묻길래 '진보 쪽에서 중도보수 쪽으로 옮겨오는 중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단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가 얼마 안 남았으니 '패권 청산 선거연대'를 위한 정치협상을 시작하자"고 국민의당에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하 최고위원은 "당장 선거가 얼마 안 남았다. 1월 되면 후보들 등록한다. 그러니까 선거연대는 연내로, 다음달 중순 전까지 결론내야 한다"면서 "공동 선대위도 구성해야 하고, 공동 공천 룰이 필요하다. 이런 방향의 생산적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 최고위원은 다만 "안 대표는 합당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것 같은데 문제는 저희 당 지도부가 '아직 합당은 너무 이르다'(는 입장이란 것)"라며 "당 내에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합당을 서두르지 말자. 지방선거 전에 굳이 안 해도 된다"고 속도 조절론을 폈다.
하 최고위원은 "영호남 개혁세력의 대연합이라는 아주 공명정대한 명분이 있기 때문에 잘 좀 힘을 합쳐 보자. 그리고 그 성과가 있으면, 또 국민들도 박수치면 지방선거 이후에는 '결혼'까지 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멀리 보고 가자"고 제안했다. 그는 박지원 의원 등 국민의당 내 통합 반대파를 겨냥해 "당내 권력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왜 바른정당을 적폐정당으로 보냐. 너무 심하신 거 아니냐"고 푸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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