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0일 이례적으로 '부적격' 판정을 내린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거취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여당조차도 공개적으로 '비토'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정 후보자가 이틀째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 더 나아가 정 후보자는 11일 오후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문회 준비를 하느냐"는 질문에 "할 건 하겠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이어 "청문회에 임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오전에는 서초동 정부법무공단에 있는 개인 사무실로 출근했었다.
정 후보자의 이런 행보는 여당의 '선상반란'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가 신속히 거취를 결정할 경우 자칫 여당에 밀리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에선 최대한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정 후보자의 사퇴 시점에 대해 "시점을 고민하는 데는 (당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분노도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 확산, 치솟는 물가 등으로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민심에 한나라당이 "더 이상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겠다"는 생각에 청와대에 '선제공격'을 한 것을 이 대통령이 되받아치는 모양새다. 정 후보자가 끝까지 사퇴를 하지 않고 오는 19-20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에 응할 경우, '공'은 한나라당에 넘어가게 된다. 감사원장은 인사청문회에 이어 국회 본회의의 인준표결을 통과해야 한다. 실제 인준표결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앞서 지도부가 결정한 대로 "정동기 불가" 입장을 밀어붙일지, 아니면 막상 청문회가 끝난 뒤 본회의 인준표결에서 '찬성' 표를 찍을지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들다. 2012년 총선에서 공천을 걱정해야 하는 개별 의원들 입장에서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찬성' 표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
또 안상수 대표가 총대를 멘 전날 '선상반란'을 두고 이날 김무성 원내대표가 "난 정동기 부적격에 찬성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나서는 등 '안상수 체제'에 대한 당내 갈등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끝까지 '정동기 카드'를 버리지 않을 경우, 이번 사태는 당청갈등 뿐 아니라 당 내홍으로도 번질 수 있다.
민주당 "지금이라도 물러나는 게 그나마 남은 명예 지키는 일"
한편 정 후보자와 청와대의 이같은 '이상기류'에 민주당은 거듭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정 후보자는 이미 감사원장으로서 여러 가지로 부적격한 분이라는 것이 인사청문회 준비과정에서 확인됐다"며 "지금이라도 물러나는 것이 그나마 남은 명예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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