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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이 박희태 국회의장 '저격수'가 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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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이 박희태 국회의장 '저격수'가 된 까닭?

야4당 원내대표, 박희태 사퇴 촉구…"노욕에 연민 느껴"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은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 다음으로 의전 서열 2위의 자리다. 대한민국 '넘버 2'인 셈이다. 그런 국회의장이 '동네북' 신세가 됐다. 야당 원내대표에게 "한나라당 원내대표 수하에 있냐"는 노골적인 비난까지 들었다.

지난 연말 "자연산"이라는 성희롱성 발언으로 "집권 여당 대표자리를 서푼짜리로 전락시켰다"는 비아냥을 들었던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못지 않게 박희태 국회의장도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회의원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국회의장의 위신을 추락시켰다는 비난이 과도하지 않아 보인다. 박 의장의 이런 과도한 '충성 행보'와 관련해, 박 의장이 측근들에게 19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박지원 "모든 언어 동원해 박희태 사퇴 촉구"

박희태 국회의장이 이처럼 수세에 몰린 것은 지난해 12월 8일 예산안 강행 처리 과정에서 보인 행태 때문이다. 박 의장은 일찌감치 새해 예산안과 직결된 예산부수법안 14건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가 8일 오전 10시까지 심사를 완료해달라는 내용으로 심사기일을 지정해 직권상정 의지를 밝혔다. 이날 오후 본회의엔 정의화 국회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겨 30분 만에 새해 예산안을 여당 단독으로 날치기 처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의회 수장으로 여야간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앞장서야할 국회의장이 청와대와 여당의 사실상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임기 동안 직권상정을 가장 많이했다는 '오명'을 남긴 김형오 직전 국회의장도 실제 직권상정을 발동하기 전에는 여러 차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박 의장은 한점 고민 없이 정부 여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과정을 도왔다.

야당의 성토가 쏟아진 것은 익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바지 의장"이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박 의장은 지난 연말 면담을 요구하는 야당 원내대표들의 요구를 "지역구에 내려가 있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물리쳤다. 결국 해를 넘겨 박 의장은 지난 5일 오후 야 4당(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원내대표들과 면담을 가졌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오랫동안 끌어오던 박 의장과 면담이 성사된 배경에 대해 "그제까지도 피하던 면담이 어제 왜 이뤄졌냐면 '만약 야당 원내대표 회담을 회피하고 (6일) 외유를 나간다면 박지원 혼자라도 공항에 나가서 피켓시위를 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야당 원내대표 항의방문에 사라진 방송 카메라

이 면담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연말 예산안 강행처리 관련 항의를 하겠다는 야당 원내대표들의 요구에 박 의장 측에선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같이 보는 게 어떠냐"는 답이 왔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한나라당 원내대표 수하에 있냐"고 격노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또 항의 방문차 의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방송사 카메라가 일제히 사라졌다. 박 원내대표는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 물었더니, 박 의장은 "모르는 일이다. 기자들이 알아서 나간 것"이라고 잡아뗐다. 민주당은 "날치기에 대한 대국민사과 발언이 방송에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꼼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더 나아가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까지 면담 도중 들어왔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가 세배 드리러 온 것으로 착각하느냐, 이런 무례한 일이 어디 있냐"고 박 의장 측에 다시 한번 의전을 문제 삼았다.

이 자리에서 박 의장은 지난 달 8일 있었던 예산안 날치기와 국회 폭력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박 의장은 "이런 사태가 빚어진 데 대해 국민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국회는 여야가 합의해서 운영하는 기구인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의장은 "내가 (여당) 원내총무 할 때 민주당 정부에서도 날치기 처리를 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과거 유신독재했으니까 유신독재하자는 말인가, 고구려 시대 있던 일로 돌아가자는 말인가"라고 반박했다.

"구제역에 민주당 장외투쟁 탓하며 본회의 열자더니 국회의장은 열흘간 외유?"

박 원내대표는 6일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전날 있었던 박희태 의장 면담 결과에 대해 "야 4당 원내대표가 항의방문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언어를 동원해 사퇴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박희태 의장은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 행사에 가서 '미래 권력'이니 '복지의 중시조'니 국회의장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말을 했다"며 "그 노욕에 연민의 정을 느낀다"고 박 의장의 부적절한 언행을 거듭 문제 삼았다. 박 의장은 지난달 20일 박근혜 전 대표의 사실상 대선 출정식인 사회보장법 전부 개정안 공청회에 참석해 이같은 발언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더욱 가관은 구제역으로 이렇게 어렵고 지금 국회가 어떻게 되느냐하는 문제가 있는데 박 의장은 오늘부터 10일간 알제리, 크로아티아, 프랑스로 외유를 떠난다고 한다"면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자유선진당 원내대표와 함께 간다. 박 의장이 오늘 외국 안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박 의장의 외유와 관련해 "알제리, 크로아티아, 프랑스 굉장히 경치도 좋고 아름다운 나라를 방문하시는 것 같은데 아마 대한민국 구제역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며 "구제역 사태로 가축전염예방법 처리를 위해 본회의 열자고 한나라당이 얘기하지 않았냐. 그런데 막상 민주당이 본회의를 열자고 하니까 국회의장이 해외출장을 가다니 소와 돼지가 울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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