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새해를 맞아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5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MBC는 53.3%, KBS는 50.0%, SBS는 48.2%였다. 집권 4년차 대통령의 지지율로는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과연 이런 조사 결과가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한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로 전화면접 조사로 실시되는 현재 방식의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도 문제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이미 한번 논란이 됐었다. 서울시 등 주요 지역에서 선거 직전까지 한나라당 후보들이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실제 선거 결과는 반대였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이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0.3% 차이로 가까스로 눌렀다. 서울시 구청장들도 여론조사 상으로는 25개 중 21개를 한나라당이 이긴다고 예측했는데, 결과는 민주당이 21개 구청장을 석권했다. 지방선거 직전 이 대통령 지지율도 50%대를 기록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일부 누리꾼들은 '미네르바 사태' 등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억압적인 국정운영 방식에 위축돼 여론조사에서 실제 표심과 다른 응답을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이 실제 결과를 뒤집을 만큼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는 힘들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집전화'로 여론조사 샘플링을 한정짓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 상당수의 가정이 집전화를 이용하지 않고 있고, 이들 중 절대 다수가 20-30대 젊은 층이다. 또 지역, 연령 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일과시간에 집전화를 받을 수 있는 20-30대가 일반적인 동 세대의 정서를 대표한다고 보기 힘들다. 이처럼 집전화를 통해 여론조사에 응하는 표본 자체가 '보수 쏠림' 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치권 내에서도 이런 문제제기가 나온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4일 MBC라디오 <뉴스의 광장>에 출연해 연초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가 넘게 나온 것에 대해 "샘플링이 잘못됐다는 얘기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 최고위원은 "지난 지방선거 여론조사 잘못 됐다는 거 보지 않았나"며 "이건 2007년 대선 이후에 집전화 번호가 나오지도 않고, 그 이후로 휴대폰 보급률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집전화를 가진 가정 60% 밖에 되지 않게 됐다"고 강조했다. 홍 최고위원은 "2007년 이후 전화번호 책도 나오지 않아서 3년 동안 2007년 전화번호부 갖고 하니 샘플링도 문제 많다"며 "별로 의미 없는 여론조사 하는 거 아닌가 하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휴대전화를 여론조사에 포함시키는 것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가 프라이버시 보호인데 이는 집전화도 마찬가지"라면서 "2중, 3중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된다"고 말했다. 첫째, 현재 집전화를 통한 여론조사와 마찬가지로 전화번호를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할 때 성별, 이름, 지역 등 개인정보를 뺀 번호만 주고, 둘째 여론조사 주체를 정부나 위탁 받은 기관으로 한정하고, 셋째 여론조사 기관이 조사를 한 즉시 번호를 폐기 처분하게 하고 이를 유출하거나 다른 목적에 사용했을 경우 기 여론조사기관은 다음부터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게 하면 된다는 얘기다.
홍 최고위원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해서 휴대전화를 활용한 여론조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마련, 1월 발의할 예정이다. 그는 개정안 추진과 관련해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게 없는 법이고 국정의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며 "여야가 타협해 조속히 개정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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