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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건희 차명 계좌 과세, 다음은 다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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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건희 차명 계좌 과세, 다음은 다스다"

[인터뷰] 민병두 민주당 '이건희 차명 계좌 과세 TF' 위원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4조4000억 원대 차명 자산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빼갔다는 사실이 지난 10월 국정감사 기간에 드러났다. 여론은 들끓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30일 이건희 회장의 차명 자산이 '차등 과세 대상'이라고 인정했다. 차명 계좌를 전수 조사하겠다고도 밝혔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삼성 비자금'의 존재가 알려진 지 10년 만이다.

'이건희 회장 차명 재산'이 세상에 확인된 것은 2008년이다. 당시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1987년부터 2007년까지 이건희 회장의 차명 계좌 1021개에 분산돼 들어있던 4조5000억 원을 찾아냈다. 돈의 출처를 두고 '회삿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삼성 그룹은 선대 이병철 회장(1987년 사망)으로부터 상속받은 돈이라고 주장했고, 이를 특검이 그대로 받아들였다.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었다.

금융위원회는 이건희 회장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 재산을 "금융실명제에 따른 실명 전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다. 금융위원회의 '유권 해석' 덕분에 이건희 회장은 막대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9년 뒤, 금융위원회는 이전 정부 시절 자신의 해석을 스스로 뒤집었다. 이건희 회장도 차등 과세 대상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차명 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려면 이자, 배당 소득의 90%를 차등 과세해야 한다. 여기에 차명 계좌에 대한 '증여세'까지 추가로 매길 수 있다고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건희 회장은 수조 원대의 추가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논란거리는 과세 당국이 불법적 차명 자산에서 발생한 '이자나 배당 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차명 자산 전체를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아직 없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50억 원 이상의 횡령, 배임이 선고된 사건에 대한 범죄 수익을 소급해 환수하도록 한 '이학수 방지법(특정 재산범죄 수익 환수법)'을 발의했지만, 이는 보수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에서 '범죄 수익 환수법' 등 관련 규제를 시행 중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행 법체계 내에서 차명 자산에 대해 실제로 제대로 과세하려면 추가 단계가 필요하다. 금융위원회가 차명 계좌 거래 내역을 낱낱이 밝혀내야 하고, 국세청은 과세해야 한다. 이 과정을 제대로 감시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14일 '이건희 등 차명 계좌 과세 및 금융실명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민병두 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박용진 의원이 간사를, 금태섭, 김종민, 박찬대, 이학영 의원이 위원을 맡았다.

14일 <프레시안>과 국회에서 만난 민병두 '이건희 차명 계좌 TF' 위원장은 삼성그룹 차명 계좌는 시작일 뿐이라고 예고했다. 삼성 외에도 차명 계좌로 검찰이나 금융당국 등의 조사를 받은 기업은 다스, CJ, 신세계, 동부건설, 빙그레 등 10여 곳에 이른다. 민병두 위원장은 "다스를 포함한 회사 10여 곳에 대해 제대로 과징, 과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 ⓒ연합뉴스

프레시안 :
'이건희 등 차명계좌 과세 및 금융실명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는 왜 출범했나?

민병두 : 차명 거래가 불법 증여나 재벌 총수들의 비자금의 온상이 됐다. 그 부분을 드러내 제대로 보자는 취지다. 이건희 회장 차명 재산의 경우 소득세, 증여세 등에 대한 시효가 올해부터 만료된다. 적어도 사회적으로 공분한 불법 차명 재산 문제에 대해 그에 걸맞은 과징금과 징세를 실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지하 경제를 양성화한다고 공언했지만, 정경유착과 같은 깊숙한 뿌리를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을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삼성뿐 아니라, 그동안 차명 거래 의혹이 제기된 다스를 포함한 회사 10여 곳에 대해서도 제대로 과징, 과세해야 한다. CJ, 신세계, 동부건설, 빙그레, 한국콜마, 한국철강, 천일고속 등이 있다. CJ의 경우 고(故) 이맹희 회장의 차명 상속 재산을 두고 민사 소송 중이다. 다스도 차명 계좌들이 다스 명의로 실명 전환했을 때가 2008년이고, 금융실명법에 따른 과징금이나 차등 과세가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실명제와 관련해 제도적 개선안이 있으면 최종 대안도 만들 예정이다.

프레시안 : 이건희 회장에게 어디까지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고 보나?

민병두 : 먼저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차명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나 배당 소득에 대해서 소득세 90%를 부과해야 한다. 주민세 9%까지 합하면 99%다. 둘째, 차명 계좌에 돈을 집어 넣으면 증여가 되지만, 이건희 회장은 차명 주식 계좌에 대한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이것도 내야 한다. 증여세 등 세금에 대한 일종의 시효인 제척 기간이 올해부터 만료되기 시작한다. 서둘러야 한다.

프레시안 : 시민단체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얻은 '이자'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할 게 아니라, 불법적으로 조성된 차명 계좌에 든 돈 전액을 국고로 환수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학수 방지법(특정재산범죄 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민병두 : 이건희 회장의 차명 자산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학수 방지법', '최순실 방지법'에 곧바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은 국정 농단이나 횡령, 배임과 같이 불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을 국가가 몰수하도록 한 법안이다.

이와 관련해 20대 국회에는 민병두법, 안민석법, 박영선법이 계류 중이다. 민병두법(국헌문란 등 행위로 인한 부정수익의 국가귀속 및 피해자 권리구제에 관한 특별법, 일명 '최순실 방지법')은 국기문란 행위를 했다고 의심받는 당사자가 합법적으로 재산을 취득했다고 입증하지 못할 경우, 그 재산을 국가가 몰수하도록 했다. 박영선법(특정 재산범죄 수익 환수법)은 50억 원 이상의 횡령, 배임이 선고된 사건에 대한 범죄 수익을 소급해 환수하는 법이다. 안민석법(박근혜 정부 국정농단행위자 소유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은 최순실 등 국정농단 세력의 재산을 국고에 환수하는 특별법이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더라도, 이건희 회장의 차명 계좌에 든 돈 4조4000억 원이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증명이 있어야 환수가 가능하다. 2008년 삼성 특검은 이건희 회장의 차명 계좌를 발견했지만, 삼성 측은 이 돈의 출처가 '회삿돈'이 아니라, 선친인 이병철 회장에게 물려받은 합법적인 '상속 재산'이라고 주장했고, 특검은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돈의 출처를 밝혀내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차명 계좌에 들어있던 돈을 몰수할 방법은 없다.

유럽에서는 21세기 들어서 범죄 수익으로 얻은 재산을 소급해서 환수할 수 있게 법을 만들어갔는데, 우리는 아직 거기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프레시안 : 현행 법의 테두리로 돌아가보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이건희 회장 차명 재산이 '비실명 자산으로서 차등 과세 대상'이라고 인정했다. 어떤 의미가 있나?

민병두 : 지난 10년 동안 금융당국이나 과세 당국은 이건희 회장의 차명 재산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으로 해석해왔는데, 우리 당 박용진 의원의 활약으로 이번 금융위원회가 이를 무너뜨렸다. 금융당국은 관성에 따라 미온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볼 수도 있었는데,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차명 자산에 대한 징세를 할 수 있는 새 물꼬가 트인 것이다.

10대 기업뿐 아니라, 추가로 은닉된 차명 자산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2014년도에는 국회가 남의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할 경우, 그 계좌에 든 돈을 계좌 명의자의 것으로 간주하는 '금융실명법 개정안(차명거래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 돈의 실소유주가 돈을 빼낼 수밖에 없다. 이 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2014년 6~10월 5개월간 1억 원 이상 현금으로 추가 인출된 금액이 무려 89조 원에 다다른다. 평년보다 25% 늘었다. 거기에도 탈세가 있는지 들여다 봐야 한다.

프레시안 : 제도적 개선책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민병두 : 금융실명법의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겠다. 내가 19대 국회에서 이 법안을 발의했을 때는 원안에는 차명 계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수정 통과되면서 '원칙적으로 차명 계좌 허용, 불법적 차명 계좌는 금지'하도록 바뀌었다. 소급 적용도 안 됐다는 허점이 있다. 원칙적으로 불허하도록 법리적 보완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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