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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분양제 두번 우는 피해자…"신용불량자 되게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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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분양제 두번 우는 피해자…"신용불량자 되게 생겼어요"

"군부대가 근린공원"?…건설사·시청 "입주 문제 없다"

지난 2월 경기도 파주 아동동에 있는 신안실크밸리 아파트가 '안전 불감증' 논란 속에 화제가 됐다. 입주 예정자들은 발코니 확장에 따른 비상시 대피 공간이 없었고 인근엔 군부대마저 위치하고 있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또한 시공사가 약속했던 단지 내 초등학교 건설도 이루어지지 않아 '과대광고' 논란까지 불러왔다.

그후로 반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총 539세대 중 300여 세대가 넘는 입주 예정자들은 당시 제기한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대출받은 중도금의 이자 납부를 거부하는 등 공동 대응을 펼치는 한편 파주시가 신안건설에 입주를 허가한 사용검사처분을 취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이들은 억울한 형편을 알리기 위해 국회와 청와대 등에서 1인 시위를 펼치기로 했다.

▲ 파주 신한실크밸리는 지난 1~2월 입주전 사전검사에서 방송 보도 등을 통해 '안전 불감증'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신한실크밸리의 맞은 편에 위치한 군부대의 탄약고로 추정되는 건물과 위성사진으로 본 군부대 사격장과의 거리를 나타냈다. 입주 예정자들은 사격장이 250여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레시안, 파주 신안실크밸리 사랑방 카페 제공.

"군부대가 근린공원?"…"입주 거부하자 신용 불량자 전락 위기"

▲ 신안실크밸리 입주 예정자들은 입주 지연에 따른 이자 납부를 거부하자 일부의 신용카드가 정지되는 등 신용 불량자로 몰릴 위기에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경기 일산에 사는 곽동남(여, 42세)씨는 1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신안실크벨리 입주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섰다. 파주 신안실크벨리 입주 예정자인 곽 씨는 "올해가 되면 막내인 둘째까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돼서 좀 더 넓은 아파트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 분양을 신청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시공사가 아파트 인근에 근린공원이 있고 2010년엔 단지 내에 초등학교를 짓겠다고 약속해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곽 씨는 "근린공원이 있다고 한 장소엔 사격장을 가진 군부대가 있었고, 그곳 장병들이 탄약고로 추정되는 건물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다"며 "탄약고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는 70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아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금 짓고 있어야 할 초등학교 역시 없었다.

곽 씨는 또 "시공사가 발코니를 확장하면서 화재가 났을 때 대피 공간으로 다용도실을 이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막상 다용도실을 보니 보일러가 설치되어 있었다"며 "이제 자기들끼리 음식을 할 정도로 큰 아이들인데 실수로 불을 내 다용도실에 들어갔다가 보일러가 폭발하면 어떻게 되겠나"라며 눈물을 보였다.

▲ 입주 예정자들은 화재시 대피공간에 보일러가 설치되어 있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파주 신안실크밸리 사랑장 카페 제공.
곽 씨와 함께 1인 시위를 나온 입주 예정자 역시 시공사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한 입주 예정자는 "(대피 공간 문제를 지적하자) 시공사가 '아파트의 사업 승인이 2004년 12월에 나서 대피 공간을 따로 설치하라는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며 "그뿐만 아니라 지하 주차장은 비가 오면 바닥에 물이 흐를 정도로 넘치고 일부 동은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화재시 큰일이 날 수 있다"고 개탄했다.

게다가 이들은 지금 아파트 입주를 위해 은행에서 빌린 돈의 이자 납부를 거절하면서 자신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곽 씨는 "은행에서 빌린 중도금 대출의 경우 이자를 납부하지 않으면 기한이익상실에 의해 원금과 이자를 만기 전에 다 갚으라는 안내서를 받았다"며 "처음엔 기한이익상실이란 말이 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제2금융권에서 신용 대출로 빌린 중도금의 경우엔 이자 연체로 25%의 연체이자를 물게 생겼다"고 덧붙였다. 곽 씨는 "입주를 거부하는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신용카드 거래가 정지돼 일상생활에 고통을 겪고 있다"며 "우리는 투자 목적이 아니라 정말 이 아파트가 필요해서 입주하려는 사람들인데 요구 사항을 모른 척한 채 건설사와 은행이 대출금을 무기로 빨리 입주하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분양을 유도하는 건설 정책이 문제"

파주시청 주택건축과의 이현기 씨는 "보수가 필요한 부분에 행정지도를 내렸고, 군부대 문제는 군이 이의가 없는 한 거리가 가까워도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고 건설사의 손을 들어줬다.

신안건설 측은 "입주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뿐이다. 입주를 거부하는 이들에 따르면 건설사 측에서 이제와서 "학교 건설 등의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파주 신안실크밸리의 안전성와 과대광고 문제는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고 있어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분양제도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선분양으로 분양된다. 건설사가 짓지도 않은 집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과대광고와 부실시공이 비일비재하고 발생하고 있다. 파주 신안실크밸리가 이런 선분양제도의 문제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감시국의 서두진 간사는 "미국과 일본에서만, 그것도 극히 일부만 존재하는 선분양 방식이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시공의 99.9%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일부 건설사의 횡포 문제를 떠나 선분양을 유도하는 건설 정책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서 간사는 "선분양 방식의 장점은 분양자에게 미리 중도금을 받아 초기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지 않아 주택 공급이 크게 부족하거나 건설사가 영세했던 과거에나 효과가 있던 방식"이라며 "현재 전 국토의 주택 공급률이 100%가 넘어서는 마당에서 선분양제는 건설사들의 배만 불리는 특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는 주택 경기를 살린다는 명분 아래 지난해 9월 재건축 아파트의 후분양제를 폐지하는 등 건설사의 이익를 지키는 방향으로 역행하고 있다.

경실련은 지난 3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주택관련 대책의 47건 중 30건이 건설사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한 수혜정책이었다"며 "부실 건설사들을 구조조정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후분양제를 전면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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