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도 이런 경우에 속한다. 남들은 그가 '보온병' 발언으로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산' 발언을 한 어제의 오찬자리에서 그가 한 다른 말을 보면 그렇다.
"이번에 수능 끝난 고3 학생을 대상으로 고등학교에서 강연을 했다. 내가 '안녕하세요. 보온병 안상수입니다'라고 말했지. 그랬더니 다들 난리가 났다. 옆 사람을 치고 웃으면서 죽더라 죽어. 그래서 내가 '이게(보온병 발언 파문) 그렇게 나쁜 영향만은 아니네'라고 느꼈다."
안상수 대표가 이런 '깨달음'을 '자연산'으로 확장하면 어떻게 될까?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게 나쁜 영향만은 아니네"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역대 어느 대표보다 존재감이 미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그이기에 더더욱 그러기 십상이다.
그가 내놓은 해명만 봐도 그렇다. "오해의 소지"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본뜻'만은 정당하다고 강변했다. 발언 취지는 "성형 부작용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는 점을 극구 강조했다.
▲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뉴시스 |
'자연산' 발언이 지면과 화면에 도배되다시피 했으니 인지도는 끌어올린 셈, 이제 남은 건 자신의 이미지를 '성형'하는 것인데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그가 강조한 '본뜻'이다. 성형술 남발에 거부감을 느끼는 국민들, 특히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에게 '본뜻'을 호소하면 '자연산'은 자연스럽게 희석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한나라당 의원은 안상수 대표가 '보온병' 발언에 이어 '자연산' 발언까지 해 "물러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예측했지만 이건 속단이다. 돌아보면 전례를 찾기 힘들다. 한나라당 인사 치고 설화 때문에 물러난 사람이 거의 없다. 오히려 여교사 비하 발언을 한 의원이 그 후에 당당히, 좋은 성적으로 최고위원회에 입성했다.
굳이 찾자면 강용석 의원의 경우가 있긴 한데 이는 사정이 좀 다르다. 그가 한나라당에서 제명된 결정적 이유는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과 그 부인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비하' 못잖게 '불경'이 문제가 된 경우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자연산' 발언 때문에 물러날 정도라면 '보온병' 발언 때 진즉 물러났어야 한다. 그 때가 어느 때인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여권이 총력을 다 해 '안보'를 외치고 있을 때였다. 바로 이 때 '보온병' 발언을 해 '안보' 분위기 조성에 초를 치고, 병역면제자(이 표현은 적당하지 않다. 건강 등의 이유로 정당하게 면제를 받은 사람들까지 한 두름으로 엮는 표현이니까. 가장 적절한 표현은 '병역 기피자'인데 안상수 대표가 기피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쓰자) 집합소 면모만 부각시켰다. 그런데도 안상수 대표는 건재했다. 안보와 직결된 황의돈 육군참모총장이 8년 전의 재산문제로 물러났는데도 안보 분위기 조성에 초를 친 안 대표는 살아남았다.
이게 현실이다. 한나라당, 여권의 현주소다. 보기엔 답답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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