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군 사이버사령부를 동원해 정치 공작에 관여했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도 김 전 장관과 함께 구속됐다.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정권 시절 국방부 장관, 박근혜 정권 시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냈다. 두 정권에서 '실세' 역할을 했던 김 전 장관의 정치 공작 관여 혐의는, 정확히 이명박 전 대통령을 몸통으로 가리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11일 새벽 4시경 "주요 범죄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두 사람은 곧바로 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연제욱 전 국군 사이버사령관 등에게 이명박 정부와 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을 지지하고 야당을 비난하는 대국민 심리전을 펴도록 지시했다. 이는 군형법상 정치 관여 금지에 해당한다. 김 전 장관은 대국민 심리전에 동원한 503심리전단 군무원 선발 과정에서 호남 지역 출신을 배제하는 등의 혐의(직권 남용)도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이 구속되면서 여론의 관심은 당시 김 전 장관의 '직속상관'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로 쏠리고 있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사이버사 활동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관련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이 사이버사 확대 등을 지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군의 '정치 관여'를 지시했다는 정황도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과 '공모'를 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셈.
다만 김 전 장관의 영장에는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혐의 내용은 적시되지 않았다. 향후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공모 여부를 두고 추가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김효은 부대변인은 김 전 장관 구속에 대해 논평을 내고 "군 댓글공작의 지휘부 김관진 전 장관이 구속됐으니 이제는 이를 지시한 총책과 조직도를 밝혀야 한다"며 "김 전 정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댓글 공작 개입을 인정했으니 이 전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대변인은 "여러 의혹과 문건, 진술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실체규명을 거부하고 왜곡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판사 출신 박범계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김관진 전 장관의 구속, 어제(10일) 김재철 전 MBC 사장의 영장을 기각한 강부영 판사가 발부했으니 범죄사실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아야 (한다)"며 "열차가 목적지에 다다르고 있는가?"라고 촌평했다.
박 의원은 "김 전 장관은 그 자신도 호남출신이면서 군사이버 심리전단 요원에 호남출신 배제지침을 내렸다. MB가 우리 사람을 철저하게 가려 뽑으라고 지시한 정황이 담긴 문건도 있다니 (이 전 대통령의 혐의도) 법률적으론 같은 선상"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온라인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전 대통령의 출국 금지 청원이 시작됐다. 검찰 수사와 관련된 청원이라 실제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변호인단을 선임하는 등 혹시 있을지 모를 검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찬, 권재진 전 민정수석 등이 이 전 대통령의 법률 자문을 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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