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가 꺼내든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는 소문난 잔칫상이다. 보육, 교육, 직업훈련, 보건, 주거, 노후생활 등에 대해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구체 방안이 빠져있다. 생애주기별 맞춤 복지 의사만 있지 방안은 없다.
그래서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좋아서 뭐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평가할 건더기가 없어서 뭐라 하지 않는다. 학교 다닐 때 배운 '원론', 보편타당한 '공자님 말씀'에 누가 토를 달겠는가.
관건은 '킬러 콘텐츠'다. 박근혜 전 대표도 언젠가는 야권의 무상급식과 같이 자신의 복지 구상을 상징하는 대표 공약을 내놓을 텐데 이때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가 되면 박근혜 전 대표도 오세훈 서울시장 꼴이 날지 모른다.
▲ ⓒ뉴시스 |
박근혜 전 대표가 이런 기조를 고수하면 또 한 번 소문난 잔치판을 연출한다. 이것저것 다 건드리지만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하는 '찔끔찔끔' 복지책을 내놓는다. 구체적인 재원조달계획을 제시하지 않아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전의 모습을 보면 그렇다. 무상급식 예산 하나에 주판알을 이리저리 튕기는 여권의 모습을 봐도 그렇고, 감세논쟁에 미온적이었던 박근혜 전 대표의 이력을 봐도 그렇다. 그가 보육, 교육, 직업훈련, 보건, 주거, 노후생활을 모두 아우르려 하다보면 복지는 필연적으로 '박리다매'로 가게 돼 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이것저것 다 건드려도 이전보다 진일보한 구체안을 제시하면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박근혜표 복지' 하나만 고려했을 때 성립되는 평가다. 야권의 복지책을 고려대상에서 제외했을 때 성립되는 평가다.
만에 하나 야권이 무상급식에 이은 또 하나의 '보편적 복지' 플랜을 제시한다면 박근혜 전 대표는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신의 '박리다매' 복지노선을 고수하기 위해 야권의 '창고개방' 복지에 태클을 거는 모습을 연출해야만 한다. 바로 오세훈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야권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화살을 날리는 건 과민반응이다. 조바심에 사로잡혀 앞뒤 재지 않는 태도다. 자기 프레임에 박근혜 전 대표를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박근혜 프레임에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행보다.
야권이 지금 신경 써야 할 것은 '박근혜표 복지'가 아니라 자신들의 '후속곡'이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한테 차용해온 무상급식 공약을 이을 제2의 보편적 복지안을 내놓는 것이다. '번안곡'이 아닌 '창작곡'을 레퍼토리 삼는 것이다.
삿대질 할 때가 아니라 '열공'할 때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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