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안 처리가 10일로 연기됐다. 여당 추천 이사들만 참여한 가운데, MBC 사장 해임안을 처리할 경우, 발생할 절차적 정당성 문제 등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판단이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원 이사회는 8일 7차 임시이사회를 열고 김장겸 사장의 해임안을 처리하려 했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 참석 이사는 이완기 이사장을 포함 총 5명으로 모두 여권 추천 이사들이었다. 나머지 야권 이사 3명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방문진 이사회는 10일 다시 임시이사회를 열고, 불참한 세 명의 이사 참여를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10일 이사회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김장겸 사장 해임안 늦추려 의도적 출장?
현재 이들은 7~11일 타이 방콕에서 열리는 ‘2017 한-태국 국제방송 세미나’에 참여한다는 명분으로 임시이사회에 불참했다. 하지만 이는 김장겸 사장의 해임안 의결을 늦추려는 의도적 출장이라는 게 중론이다.
알려진 바로는 이번 세미나에서 실제 세미나는 9일 하루밖에 진행되지 않는다. 나머지 기간에는 관광지 순방 등 세미나와는 상관없는 일정들이 들어있다. 방문진 이사회는 이번 임시이사회 소집도 그런 일정을 감안해서 8일로 잡았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빠진 채 임시이사회를 여는 것은 의결권 침해라며 지난 6일, 법원에 임시이사회 개최·결의 무효를 요청하는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방문진 이사회는 가처분 신청에 관한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기에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었다.
앞서, 여권 추천 이사들은 이들에게 해외 출장 자제 공문을 발송하는 등 의결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5분 만에 발길 돌린 김장겸 사장
어렵게 열린 임시이사회였지만 이날 상정된 단 한 건의 안건인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은 연기됐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김장겸 MBC 사장이 출석해 자신의 해임 사유 관련, 소명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이날 이사회가 열리는 오전 10시께 방문진 이사회실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MBC노조원들의 항의가 있자 단 5분 만에 "물리적으로 참석이 어렵다"며 발길을 돌렸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소명을 서면으로 대체하겠다고 방문진 측에 밝혔다.
이 때문에 방문진 이사회는 오전 10시 30분께 정회한 뒤 오전 11시 20분께 다시 개회했다. 그동안 이완기 이사장 등 방문진 여권 이사들은 김 사장에게 다시 돌아올 것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김 사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유기철 이사는 "김장겸 사장은 오늘 이사회에 왔다가 일부러 돌아간 것 자체가 애초에 출석하고 싶은 마음이 없고 코스프레만 하고 돌아가겠다는 의미"라며 "사무처에서 몇 번이나 오라고 했지만 오지 않고 있다"고 분노했다.
최강욱 이사는 "김장겸 사장이 소명서를 제출했지만 왜 이사회에 불참하는지를 비롯해, 제출한 소명 내용 관련, 질의할 내용이 상당히 많다"고 말하며 김 사장의 출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진순 이사도 "출석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아닌데 서면으로 제출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게다가 제출한 소명서는 첫 페이지부터 자신은 하나도 잘못한 게 없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자신은 언론인의 사상과 자유를 짓밟은 적이 없고 부당노동행위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며 "이러한 내용 관련해서 직접 질의하고 들을 필요가 있기에 서면으로만 소명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10일 오후 5시에 임시이사회 재개하기로
이날 이사회에는 불참한 야당 추천 이사들도 도마에 올랐다. 유기철 이사는 "이사들에게 출장을 자제하는 등 일정을 조율해달라고 했는데 가처분 신청을 냈다"며 "집에서 불이 났는데, 단풍 구경 가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김경환 이사는 "세미나 vs 사장 해임안이 걸린 이사회 중에 세미나를 택한 것"이라며 "발제자도 아니고 그냥 참여하는 세미나인데도 사장 해임안을 앞두고 갔다는 점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방문진 이사회는 절차적 문제가 있을 것을 우려, 이날 임시이사회를 정회한 뒤, 10일 오후 5시에 다시 임시이사회를 개회하기로 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김장겸 사장을 참석시켜 직접 소명을 듣기로 했다.
최강욱 이사는 "해외 출장을 핑계로 이사들이 안 왔을 뿐더러, 김 사장에게도 출석을 봉쇄했다는 빌미를 만들 구실을 줄 필요가 없다"며 "한 번 더 이사회를 열고 질의응답을 통해 사장으로서 자질과 자격, 판단에 대해 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완기 이사장은 "이사들에게 출국하지 말고 이사회에 참여해달라고 공식 요청했으나 그러지 않았다"며 "방송 파행으로 사안이 시급하지만 김 사장의 거취문제는 중요하기에 가급적 많은 이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결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또한, 오늘 소명서를 제출하고 불참한 김장겸 사장은 직접 이사회에 참석해, 질의응답을 갖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임시이사회를 정회한 뒤, 10일 다시 임시이사회를 개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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