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입 열다 "원세훈, '盧 타격 가하라'고 했다"

이인규, '논두렁 시계' 사건은 국정원 작품 "심증"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이른바 '논두렁 시계'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국정원이 자신에게 와서 노 전 대통령에게 '도덕적 타격'을 줄 것을 주문한 것이 사실이라고 증언한 셈이다.

'논두렁 시계' 사건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공작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은 더욱 커지게 됐다.

이 전 부장은 7일 입장문을 내고 "노 전 대통령 수사 중인 2009년 4월 14일 퇴근 무렵 국정원 전 직원 강 모 국장 등 2명이 저를 찾아와 원세훈 전 원장의 뜻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노 전 대통령에게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라며 "국정원이 노 전 대통령 시계 수수 관련 수사 내용을 어떻게 알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들의 언행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화가 난 제가 '원장님께서 검찰 수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오전 기자 브리핑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려 감사한 마음을 표시하겠습니다. 원장님께도 그리 전해 주십시오'라고 정색하며 말했다"라고 했다.

이 전 부장은 "이에 강 국장 등이 크게 놀라면서 '왜 이러시냐?'고 하기에 제가 화를 내면서 '국정원이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에 강 국장 등 2명은 '자신들이 실수한 것 같다면서 오지 않은 것으로 해 달라'고 하고 사죄한 뒤 황급히 돌아갔으며 저는 이러한 사실을 위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전 부장은 이어 "그 후 2009년 4월 22일 KBS에서 '시계수수 사실' 보도, 같은 해 5월 13일 SBS에서 '논두렁에 시계를 버렸다'는 보도가 연이어져, 국정원의 소행임을 의심하고 나름대로 확인해 본 결과 그 근원지가 국정원이라는 심증을 굳히게 되었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은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2015년 2월 23일 경향신문 기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검찰이 시계수수 사실을 흘려 망신을 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보도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국정원의 노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보도 관련 사실을 언급하였는데 약속을 어기고 보도를 하였던 것이다. 이것이 노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보도와 관련하여 알고 있는 대략의 내용"이라고 했다.

이 전 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도중 세상을 달리하신 것은 진실로 가슴 아픈 일이다, 저 개인적으로도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하여 검찰이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일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라며 "만일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하여 제가 잘못한 점이 있어 조사 요청이 오면 언제든지 귀국하여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은 자신에게 '도피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데 대해 "저는 일하던 로펌을 그만 둔 후 미국으로 출국하여 여러 곳을 여행 중에 있다. 이로 인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의 잘못을 회피하기 위하여 해외로 도피하였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하여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일은 없었으며 검사로서 소임을 다하였을 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