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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력' 김성회 의원만 심판하면 국회 폭력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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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력' 김성회 의원만 심판하면 국회 폭력 사라질까?

[기자의 눈] 18대 국회 폭력의 불씨는 '직권상정'

<조선일보>는 말한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등을 놓고 벌어졌던 여야 격돌 때의 주·조연들 가운데 다수가 이번 난투극에도 앞장섰다. 국민이 과거 그들의 폭력을 표로 심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의사당에서 주먹을 휘두르고 의자를 내던지고 자기네끼리 멱살다짐을 한 의원들의 얼굴과 이름을 똑똑히 기억해뒀다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표로 응징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회의장은 폭행 의원들의 실태를 조사해 그들의 이름과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動映像)을 1년 내내 인터넷에 게시해야 한다."


8일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를 둘러싼 국회의 '폭력사태'에 대한 해법이다. 9일 <조선일보>는 "모양새 좋지 않은 연말 국회의 예산 처리"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런 대안을 제시했다.

<동아일보>의 해법도 똑같았다. 이 신문도 9일 사설에서 전날의 국회 사태에 대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나라의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는 짓"이라면서 "유권자들은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의회민주주의 유린 의원들을 잘 기억했다가 2012년 총선 때 표로 심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7일 밤부터 8일까지 '1박2일' 동안 국회에서 일어난 폭력은 유권자 입장에서 보기에 가히 충격적이었다. 본회의장 입구의 '강화유리'가 깨졌고, 민주당 여성 당직자와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몸싸움 과정에서 실신해 병원에 실려갔다. 이정희 대표는 여의도 한 병원에 입원 중이다. 여당 의원들이라고 안 맞은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이 한 민주당 의원(김진애 의원으로 지목되지만 본인은 부인하고 있다)이 던진 의사봉에 머리를 맞는 일도 일어났고, 홍준표 의원도 와이셔츠 단추가 다 뜯겨져 나갔다고 한다.

'1박2일' 폭력사태의 백미는 단연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과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혈투'였다. 서로가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조선일보>의 사설에서 언급한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 두 의원간 '주먹질'은 김성회 의원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자고로 더 많이 피를 본 사람이 피해자가 되는 게 '싸움의 법칙'이다.

특히 다른 의원들과 구별되는 점은 김 의원이 강 의원을 겨냥해 '표적 가격'을 한방 정확히 날렸고, 그 한방에 강 의원의 "악관절"(턱)이 나갔다. 김 의원은 이날 이밖에도 민주당 여성 당직자의 머리채를 휘어잡는 장면이 <머니투데이>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됐고, 본회의장에서 의장석을 점하고 있던 민주당 의원들을 끌어내는데도 혁혁한 공을 올렸다고 한다. 김성회 의원은 이날 인터넷과 트위터를 뜨겁게 달군 '화제의 인물'이 됐다.

▲ 김성회 의원(뒷모습)이 강기정 의원(정면)에게 주먹을 날리는 모습. ⓒ뉴시스

그렇다면 김성회 의원 등 이번에 폭력 사태를 주도한 의원들을 2012년 총선에서 표로 심판하면 국회 폭력이 사라질까? 또 그러면 다음 총선 전인 2011년에도 뻔히 예상되는 국회 폭력은 어떻게 예방해야 하나?

<조선일보>는 이번 국회 폭력의 원인이었던 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점잖게 표현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3년 내내 '예산안 날치기 처리'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건데 그렇게 '쿨'하게만 볼 일은 아닌 듯 싶다. 특히 이번 예산안 날치기 처리는 앞선 두해와도 다르다. 여야간 계수조정도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여당이 돌연 예산 심사를 포기하고 강행 처리한 사태는 의정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숙원사업인 종합편성채널 선정 발표를 연말에 앞두고 있는 보수언론들조차 시원하게 정부와 여당의 손을 들어주기 힘든 이유다.

<동아일보>는 2008년의 '외통위 해머 사태'와 2009년의 '공중부양' 사건을 언급하면서 18대 국회에서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국회 폭력을 방지할 제도 마련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타고난 싸움꾼'들로 낙인찍힌 18대 국회의원들은 억울할 수도 있을 법하다. 왜 18대 국회에서 폭력이 반복되는가? 미디어법, 예산안 처리 등 여야간 극단적 충돌이 일어났던 일들을 되짚어보면 '청와대의 의지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라는 배경을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8일이라는 예산안 통과시점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기국회 이전 처리"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8일 본회의에 앞서 오전 한나라당은 단독으로 예결위를 열어 3분 만에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박희태 의장은 UAE 파병안, 서울대법인화법안, 친수구역특별법 등 10여 건의 법안에 대한 심사기일을 지정해 직권상정 의지를 밝혔다. 한나라당의 국회 본회의장 입성에 성공한 이날 오후 3시께 박 의장은 사회권을 이미 본회의장에 들어가 있던 정의화 부의장에게 넘겼고, 한나라당이 단독처리한 새해 예산안과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하지 못한 직권상정된 법안들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박 의장에 앞서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았던 김형오 전 의장은 임기 중 직권상정을 가장 많이 한 의장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대화와 협의를 기본으로 하는 의회정치의 수장인 국회의장에게 대화단절과 물리력 동원을 의미하는 '직권상정'은 그 자체로 불명예다.

김 전 의장은 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블로그에 "의장 취임 후 직권상정 '압력'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바로 나 김형오였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해 미디어법 통과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기도 했었다. 그는 지난 5월 27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 스스로의 권리와 의무를 저버리는 후진적 국회를 개선하려면 직권상정을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의회주의자'를 자처하는 김 전 의장이 정치인 개인 입장에서 '직권상정'이 얼마나 괴로운 일이었는지 엿볼 수 있다. 취임 6개월 만에 '직권상정'이라는 카드를 꺼낸 박희태 의장이 어쩌면 김형오 전 의장의 '불명예'를 씻어줄 지도 모르겠다.

'행동대원'에 불과했던 김성회 의원 등 '우발적 폭력'을 휘두른 몇몇 의원을 심판한다고 국회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직권상정을 없애야 한다"는 김형오 전 의장의 퇴임사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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