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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터널 근처 사고 '윤활유 폭탄트럭' 90㎞ 거리 달려와 '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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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터널 근처 사고 '윤활유 폭탄트럭' 90㎞ 거리 달려와 '펑'

운반물품·양 등 위험물안전관리법 규정 위반하고 일반화물처럼 운송하다 참사

지난 2일 창원터널 부근 도로에서 차량 화재·폭발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윤활유 드럼통 등을 실었던 사고 화물트럭이 울산에서 사고지점까지 최소 90㎞ 이상을 달려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사고 화물트럭은 위험물안전관리법을 지키지 않고 일반화물로 수송함으로써 화를 자초한 격이어서 법 규정 위반과 관리감독 부실이 이번 참사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일 창원터널 창원 방향 출구로부터 1㎞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한 윤활유 화물트럭 화재 폭발 사건 당시 앞서가던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 화물트럭이 중앙분리대를 들이박으면서 화재가 발생한 뒤 곧이어 폭발이 발생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자료제공=프레시안 독자

“마치 전쟁터, 화공작전 같았다”

사고는 지난 2일 오후 1시20분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터널관리소 앞 도로에서 발생했다.

금속가공유와 산업유 등 특수윤활유를 비롯해 방청도료, 그리스 등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H업체의 울산 온산공장에서 출발한 사고차량은 기계를 움직이는 데 사용되는 윤활유인 유압작동유 6,800ℓ를 싣고 창원시 의창구에 있는 같은 회사 공장으로 가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압작동유 200ℓ짜리 드럼통 30개와 20ℓ짜리 40개를 실은 5톤 화물트럭은 장유터널을 빠져나와 내리막길을 달리던 도중 지그재그로 비틀거리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으면서 화재가 발생해 폭발했다.

이와 동시에 화물칸에 실려 있던 유압작동유 통들이 중앙분리대를 넘어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차량들을 덮쳐 운전자 윤모(76) 씨와 피해차량 2대의 운전자 유모(55)·배모(23) 씨 등 3명이 숨졌다. 또 다른 차량 운전자 등 5명도 부상을 당했다.

사고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려진 당시 상황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목격자들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고, 불붙은 기름통들이 날아다녀 화공작전이 벌어지고 있는 듯했다고 전했다.

사고현장은 처참했다. 타버린 차량들은 차체만 남은 채 그을려 있었고, 주변 도로 화단도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또, 도로 위에 설치된 과속단속카메라도 그을려 폭발 당시의 위력과 화염의 정도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사고조사를 하고 있는 창원중부경찰서는 3일 오전 10시30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창원소방서 등과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벌였다. 경찰과 국과수 등은 차량의 결함과 파손 여부를 비롯해 트럭 운전자 윤 씨의 과거 병력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자세한 원인을 찾고 있다.

현장감식 결과는 참여한 기관들이 의견을 종합해서 낼 예정이며, 경우에 따라 원인규명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 2일 오후 5시 30분께 사고현장 모습. 도로변이 화재로 검게 탔고, 사고 차량들을 포클레인 등 중장비가 동원돼 수습하고 있다.ⓒ김병찬 기자

위험물안전관리법 위반한 ‘폭탄트럭’

이날 참사의 시작점이 된 5톤 화물트럭은 법 규정을 어긴 채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있는 공장에서 출발해 사고지점까지 90㎞ 가량을 달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최종 목적지는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에 있는 공장이었다.

경찰이 파악한 내용 등에 의하면 이 화물트럭에는 모두 6,800ℓ의 유압작동유가 실려 있었다. 무게로 따지면 대략 7톤 가량에 이른다.

현행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윤활유의 경우 인화성 물질인 석유류로 나뉘기 때문에 6톤 이상을 운반할 땐 위험물 운송차량 지정 운전자가 수송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사고 화물트럭은 이 규정을 무려 1톤이나 초과해서 어기고 일반화물로 수송을 하면서 제대로 된 결박조차 하지 않아 사실상 도로 위를 달리는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따라서, 대략 추정되는 이날 운행경로 몇 가지와 최종 도착지를 감안할 때 차량이 많은 도심지 구간이나 폭발 위험성이 큰 물질 등을 실은 화물차량들이 옆에 있었다든지, 창원터널 등 터널 내부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더 큰 참사로 번졌을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3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같은 내용을 지적하며 법 규정을 어긴 무리한 운행과 관리·감독의 부실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직접적인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도 브레이크 파열 등 차량 결함을 비롯해 운전자 과실이나 급박한 상황 전개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터널 안에서부터 지그재그로 휘청거렸다는 목격담과 블랙박스 영상 등을 분석해볼 때 차량의 결함보다는 운전자에게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차량 결함이 있었다면 운전자가 어떤 식으로든 주변 차량들에게 위험상황을 알리는 표시나 행위를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일 오전 창원터널 장유 입구 위쪽에 터널 내 차량사고 발생을 알리는 문구가 안내되고 있다. 이날 화물트럭 화재 폭발 사고는 이로부터 3시간여만에 이곳 반대쪽 출구에서 1,000m 정도 떨어진 도로 위에서 발생했다.ⓒ김병찬 기자

창원터널 연결도로 급경사 ‘마의 구간’

창원터널은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과 김해시 장유를 잇는 지방도 1020호선에 있으며,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어 양방향 출구와 입구 쪽으로 이어지는 도로 모두가 경사도 5% 이상의 긴 내리막이다. 따라서 2,345m 터널 구간을 빠져나온 차량들은 출·퇴근 시간대 등 차량이 막히지 않는 시간대이면 고속으로 질주하기 십상이다.

김해에서 창원으로 출·퇴근 하는 한 40대 직장인은 “가끔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 지나다보면 터널 구간에서조차 시속 100㎞ 가까이 달리는 차량들이 많다”며 “제한속도 70㎞를 알리는 표지판과 과속단속카메라가 터널 연결 도로 양쪽에 있지만 카메라를 지날 때만 속도를 줄일 뿐 과속주행이 일상화돼 있어서 사고 위험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런 구조적 위험성 탓에 대형트럭이나 버스 등이 터널을 빠져나온 뒤 돌발상황에서 브레이크 파열 등을 일으켜 연쇄추돌을 하는 등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빈발해 ‘마의 구간’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고가 발생한 날에도 장유에서 터널 쪽 오르막길에는 차량추돌 사고로 추정되는 파손된 차량부품과 차체 일부 등이 도로 위에 널브러져 있기도 했다.

따라서, 하루 6만~7만5,000대 가량이 오가는 창원터널 양방향 연결도로 급경사와 사고위험 상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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