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친박근혜계 재선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에 반대하고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 최경환 의원을 출당시키면서 뒤늦은 '친박 청산' 모양새를 내고, 바른정당을 흡수 통합하려던 홍준표 대표의 구상이 흔들리게 됐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1일 '친박 청산'을 둘러싸고 치열한 수싸움에 돌입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들과 오찬을 했고, 저녁에는 초선 의원들과 만찬을 하며 '친박 청산'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재선 의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에 반대하며 맞섰다.
애초 자유한국당은 오는 3일 최고위원회를 열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 문제를 정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태흠, 정우택 등 친박근혜계 최고위원이 반기를 들면서 3일 최고위원회가 열릴지도 불투명해졌다. 최고위원 사이에서는 현재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에 대한 찬반이 팽팽한 상황이다. 홍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들과 점심을 먹으며 "당내 문제는 최고위원들과 합의해나가겠다"고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김진태, 김도읍, 이장우 등 일부 친박근혜계 재선 의원 10여 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회동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에 반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단, 이들은 애초 홍준표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에 반대하는 선으로 요구사항 수위를 낮췄다.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 37명도 이날 국회에서 회동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서청원 의원, 최경환 의원의 출당 문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내분에 빠진 데 대한 '홍준표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이 전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5000만 국민이 북핵의 인질이 되어 있는 이 중차대한 시점에 나는 해묵은 당내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을 시간이 없다"고 적으며 여론전을 펼쳤다. 홍 대표는 "당내 문제는 국민 여론대로 원칙적으로 진행하고 더 중차대한 나라 살리는 안보와 경제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서청원 의원, 최경환 의원에 대한 출당이 '국민 여론'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출당에 사활을 거는 것은 자신의 정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친박 청산에 대해 지난달 26일 "홍 대표도 내년 지방선거를 이끌어야 하는데 이 문제로 흔들리면 앞으로 공천 등 여러가지 당 문제에 대해 어떻게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초선 의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이 '박근혜 체제'에서 공천을 받은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걸며 '진박 마케팅'으로 총선에서 당선된 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내치기에는 심정적으로 부담이 갈 수도 있다. 여기에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일부 친박계 의원들도 반격에 나서면서 자유한국당의 내홍도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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