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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재협상, 국회에 또 '해머'가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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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재협상, 국회에 또 '해머'가 등장할까?

[분석]한나라 "훈장은 못줄망정" VS 민주 "협정 자체가 무효"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과 관련해 여야의 입장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번 재협상 결과를 별도 부속서 형태로 제출하기로 해 야당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즉 지난 2008년 상임위원회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해머 사건'을 겪은 후 한나라당이 밀어붙여 가까스로 본회의 상정 대기 상태인 기존 비준안을 폐기하지 않고, 이번 재협상 결과에 대한 새 비준안을 별도로 작성해 총 2개의 비준안을 국회에 올리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말 바꾸기' 정부, 비준안도 '편법' 처리?

정부는 기존에 국회에 제출된 한미FTA 비준동의안과 별개로 이번 재협상에서 합의된 내용에 대해 별도로 국회 비준동의를 추진할 방침이며, 한나라당 외통위 간사인 유기준 의원도 이같은 정부 방침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은 '편법' 논란을 낳을 수 있다. 협정문의 본질적인 부분을 다시 다루게 될 경우에는 부속합의서 형식으로 재협상 결과를 반영하더라도 기존 협정문의 성격 자체가 바뀌게 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존 협정문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는만큼 이미 상임위를 통과한 FTA 비준동의안 자체를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하는 문제다. "이미 통과된 것은 그대로 둔다"는 정부의 방침에 동의할 경우 국회의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경필 국회 외통위원장도 지난달 11일 "본질적인 내용을 건드리거나, 또는 부록이나 부속서 등의 내용이 변경된다고 해도, 국회 비준을 (처음부터) 새롭게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말했었다.

가뜩이나 "당이 청와대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이 있어온 만큼, 한나라당이 정부의 '비준안 분리 처리' 입장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위해 일방적으로 정부의 '대리인' 노릇을 한다는 비판도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외통위 해머 사태'의 추억이 떠오르는 이유

또 현재 지도부가 나서서 "훌륭한 업적을 쌓은 정부와 공무원들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훈장을 줘도 부족하다(김무성 원내대표)"고 칭찬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지나치게 '정부 편의'대로 가는 데 대한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달 22일 종합정책질의에서 김황식 국무총리를 상대로 "김종훈 본부장이 3년 반 동안 국민을 속이고 사과 한마디도 없이 재협상을 한다"며 김 본부장의 해임을 주장한 뒤 한나라당은 완전 바보가 됐다. 국회에서 해머, 전기톱이 동원돼 그 난리를 쳤는데 그때 그 사람(김종훈 본부장)의 말을 믿고 비준을 했다면 지금 우리는 국제 망신을 당했을 것"이라고 비난했었다.

▲ 2008년 외통위 '해머 사태' 당시 풍경 ⓒ프레시안(김하영)

"우리가 먼저 비준해 미국이 재협상 얘기를 꺼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던 한나라당 '매파들'의 입도 주목된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한미FTA 비준안 상정-처리를 이끌었던 박진 당시 외통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었다.

"설사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쉽게 재협상을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먼저 우리 숙제를 하고, 미국에게 숙제를 하도록 촉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박 의원은 '외통위 해머' 사태의 주역 중 한 명이다. 2008년 12월 18일 한나라당 외통위원들은 새벽부터 회의장에 나와 문을 걸어 잠그고 비준안을 '날치기'로 상정했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민주당 의원, 보좌관들이 외통위 회의장 문을 뜯어내는 과정에서 문학진 의원이 해머를 사용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회의장 내 집기를 쌓고, 경위들로 하여금 문 밖의 민주당 의원들에게 소화기를 뿌리도록 하는 등 민주당의 '공세'를 방어해 냈다. 이는 국내외 언론에 대서특필 됐었다.

민주당 "비준안 처리? 재협상 자체가 무효인데 무슨!"

민주당은 이같은 정부의 논의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재협상 자체는 '무효'이며 아예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학규 대표는 "어제는 정말 국민 모두가 굴욕을 느끼고 배신을 느끼고, 국가적 수치를 느낀 날"이라고 정부의 재협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연평도 도발사건 등 한미관계에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미국 의존적인 분위기와 역학관계가 형성돼 있는 시점에 협상에 나서서 일방적으로 치욕적이고도 굴욕적인 퍼주기 협상을 한, 그런 한미 FTA 재협상안에 대해서 결코 비준해줄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전 의장은 나아가 "이명박 정부가 얼렁뚱땅 해치워버린 한미FTA 재협상안은 즉시 폐기하고 전면적인 재협상을 벌여서 미국과 한국의 이익이 균형 맞춘 FTA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별도의 비준안을 내는 것은 물론, 협상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보수 정당인 자유선진당도 이번 재협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민주당에게 불리하지만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지금처럼 일방적인 재협상 요구를 (미국으로부터) 수용해야 한다면 대외협력체결에서 한국의 위상이 무엇이 되겠는가"라며 "국가의 격이 중요하다"고 이번 재협상에 찬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 정부가 내년 초 쯤 협상문을 작성키로 함에 따라 우리 정부의 '타임테이블'도 그에 맞춰질 공산이 크다. 내년 초,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난 2008년 12월의 '외통위 악몽'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쇠고기 협정과 관련해 미국 측 고위 관료의 입을 통해 추가 협상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것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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