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일 오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에 따른 시정연설을 통해 개벌개혁 등 경제개혁,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등 정치개혁, 국가권력기관 개혁 등 사회개혁 등에 관한 새 정부의 기조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지난 6월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 연설 이후 두 번째다.
20년 전 IMF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과 전국민적 실업의 공포를 떠올리며 연설을 시작한 문 대통령은 "한국경제는 국가부도사태를 맞았던 그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자부심 표출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외환 위기가 바꾸어놓은 사회경제구조는 국민의 삶을 무너뜨렸다"면서 "세월호 광장과 촛불집회는 지난 세월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한꺼번에 드러낸 공론의 장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선언이었다"면서 "국민들은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부정부패와 단호히 결별하고, 불평등과 불공정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다"고 했다.
'촛불 정부'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며 각 분야의 중단없는 적폐 청산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보다 민주적인 나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는 국민이 요구한 새 정부의 책무"라고 이를 확인했다.
그러면서 "이 책무를 다하는 것을 저의 사명으로 여긴다. 저는 다른 욕심이 없다"며 "제가 이 책무를 절반이라도 해낼 수 있다면 저의 시대적 소명을 다한 것으로 여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벌 경제 우리의 미래 보장 못해"
이어 문 대통령은 경제 개혁을 국가 혁신의 앞머리에 두고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재벌대기업 중심 경제는 빠르게 우리를 빈곤으로부터 일으켜 세웠지만, 정체된 성장과 고단한 국민의 삶이 증명하듯이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가 표방하는 '사람중심 경제'를 "우리 자신과 후대들을 위한 담대한 변화"라며 "경제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라고 했다.
또한 "일자리와 늘어난 가계소득이 내수를 이끌어 성장하는 경제, 혁신창업과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경제, 모든 사람, 모든 기업이 공정한 기회와 규칙 속에서 경쟁하는 경제"라고 했다.
"권력기관 개혁이 선결과제"
문 대통령은 이어 "국가권력기관의 개혁은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선결과제"라며 국가정보원,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우선 "국정원은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면서 "국정원이 국내정치와 절연하고 해외와 대북 정보에만 전념하도록 개혁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 개혁에 대한) 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해 주시기를 기대하고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검찰도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서 "법무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방안을 마련한 것은 이러한 국민들의 여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 관련) 법안이 통과된다면, 대통령인 저와 제 주변부터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될 것"이라며 "법안이 조속히 논의되고 법제화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아울러 "최근 드러난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우리 청년들이 무엇 때문에 절망하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줬다"면서 "공공기관의 전반적 채용비리 실태를 철저히 규명하여 부정행위자는 물론 청탁자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했다.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 무력충돌 안 돼"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 고조된 한반도 위기에 대해선 "평화 정착"을 원칙으로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은 안 된다"며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사전 동의 없는 군사적 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며 "남북이 공동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따라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용납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다. 우리도 핵을 개발하거나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을 천명하며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식민과 분단처럼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우리 운명이 결정된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접근법으로 "제재와 압박은 북한을 바른 선택과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히 대응"을 언급하며 "이를 위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확보해야겠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국제사회와도 적극 공조하겠다"고 했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에 역할 다할 것"
문 대통령은 이날 "개헌은 국민의 뜻을 받드는 일"이라며 "변화한 시대에 맞게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헌은 내용에 있어서도, 과정에 있어서도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국민개헌이어야 한다"면서 "국민주권을 보장하고 정치를 개혁하는 개헌이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시기를 놓친다면 국민들이 개헌에 뜻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의 조속한 개헌 논의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개헌과 함께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제도의 개편도 여야 합의로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며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으로 새로운 국가의 틀이 완성되길 기대하며 정부도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안보와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의 운영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했다.
"내년도 예산안 사회 개혁을 위한 고민의 산물"
문 대통령은 한편 올해보다 7.1% 증가한 내년도 429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며 "예산안과 세제개편안은 '일자리', '가계소득 증대', '혁신성장', '국민안전과 안보'에 중점을 두었다"고 했다.
올해보다 2조1000억 원 증가한 19조2000억 원 규모의 일자리 예산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 특히 청년들에게 가장 절실한 예산"이라며 "요즘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데, 고용상황이 개선된다면 우리 경제는 더욱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경찰, 집배원, 근로감독관 등 민생현장 공무원 3만 명을 늘리고, 보육, 요양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1만2000개 만들겠다"고 했고, "고용을 늘린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은 1인당 전환지원금과 세제지원이 대폭 늘어납니다. 임금을 인상한 중소기업의 세액공제율도 2배 확대된다"고 했다.
가계소득 증대와 관련해선 "주거급여와 교육급여를 인상해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현실화하겠다"면서 "저소득층 청년들이 활용하도록 청년희망키움통장 제도를 신설했다"고 했다.
또한 가계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을 4대 중증질환에서 모든 질환으로 확대하고, 치매안심센터와 요양시설 등 치매국가책임제 시설을 확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5세 이하 아동의 아동수당을 도입하여 내년 7월부터 월 10만원씩 지원하겠다"고 했고, "기초연금을 월 25만원으로 인상하고 지급대상을 확대하겠다. 어르신 일자리 지원 대상을 51만4000 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장애인연금을 기초연금과 함께 25만원으로 인상하고, 장애인 일자리도 1만 6천명으로 확대하겠다"고 했고,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2조9704억 원 편성했다. 1인 영세자영업자에게는 2년간 고용보험료 30%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 유공자 예우를 위해 참전수당과 무공수당을 인상하는 한편 "지금까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었던 독립유공자 후손들께는 최대 46만8000 원까지 생활비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초고소득자의 소득세율과 과표 2000억 원 이상 초대기업의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설명하며 "부자와 대기업이 세금을 좀 더 부담하고, 그만큼 더 존경받는 세상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벤처 창업 등 혁신성장 예산과 관련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융합기술 개발을 위해 총 1조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며 "특히, 중소기업간 공동연구 지원을 확대하고, 스마트 공장 지원 등 지능정보화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이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창업으로 연결시키는 핵심기반으로 한국형 창작활동공간을 75곳 설치하겠다"며 "젊은이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사업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 아울러, 지역의 혁신도시를 대단지 혁신클러스터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국민 안전과 안보 관련 예산에 대해선 "미세먼지 등 환경 개선을 위해 노후경유차와 화물차 조기폐차를 늘리고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피해구제를 받는 데 차질이 없도록 가습기 특별구제 계정에 정부가 100억 원을 신규 출연하도록 했다"며 "유사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살생물제 안전관리 예산 183억도 반영했다"고 했다.
먹거리 안전을 위해선 "농수산물 안전성 조사를 확대하여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며 "되풀이되는 가축질병에 조기 대응하기 위한 예산도 확대했다"고 했다.
또한 재해와 재난 대책으로 "연례적 가뭄에 대비한 저수지간 수계연계사업을 실시하겠다며 "버스와 화물차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첨단안전장치 장착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어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인 6.9%를 증액한 국방예산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방위력 개선 예산을 10.5% 대폭 확대했다"며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형 3축 체계를 조기에 구축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병사 봉급을 병장기준 월 21만6000 원에서 40만6000 원으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 사람의 국민이 대한민국에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국방예산, 안전예산, 일자리예산, 아동수당, 창업예산 등이 씨줄 날줄로 엮여 뒷받침되어야 한다"면서 "이번 예산은 당면한 우리 경제・사회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라고 원만한 예산안 처리를 국회에 당부하며 시정연설을 마쳤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