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국방장관의 임명으로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정치권의 단기 차원 논의는 일단락 된 가운데 , 내주부터는 예산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예산안 처리 시한은 오는 9일이다.
특히 4대강 사업 관련 예산을 두고 민주당이 "70%를 삭감해 복지 및 국방예산으로 돌릴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등, 9일 이전 처리를 주장하는 한나라당과 의견 차이가 극심해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높다.
예산을 제외한 다른 상황도 여야 경색 국면을 더 공고히 해주고 있다. 특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과 관련해 야당이 "굴욕적 협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경남도로부터 낙동강 사업권을 일방적으로 회수한 것 역시 야당을 불편하게 만든 일이었다. '대포폰'으로 불거진 총리실 민간인 사찰 재수사 문제, 청목회 사건 등 아직 죽지 않은 정치 이슈들도 여야간 대화를 불편하게 하는 요소다.
예산안 '단독 처리' 외치는 한나라…8~9일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일단 여야는 현재 계수조정소위를 구성해 예산안 감액 절차에 들어간 상황이다. 특히 4대강 사업 예산 감액 문제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견이 좁혀질 기색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6일까지 계수조정소위의 예산안 감액 절차를 끝내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즉 6일 예결특위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한 뒤 정기국회 종료 시점인 9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최종 처리한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데다, 심사 진행 속도도 늦어 현실적으로 6일 예결특위에서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수자원공사 예산 3조8000억원을 포함해 9조 6000억원인 정부안에서 6조6600억 원을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계수조정소위에서 야당이 끈질기게 요구해 4대강 사업 주변 송유관 이설 비용 등을 25억 원 삭감하기도 했지만 핵심 쟁점인 수자원공사 예산, 국토해양위 예산안 등을 둘러싸고 현재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한나라당은 연일 '강행 처리 가능성'을 천명하고 있다. 지난해 예산 처리 과정에서처럼 단독으로 예결특위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하고, 곧바로 본회의 상정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기국회 종료를 앞둔 8~9일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직권상정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친정인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실력 저지를 예고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4일 "4대강 예산 때문에 한 번은 치든지, 맞든지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 시점에 대한 합의는 없었던 만큼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정한 시점에 졸속 처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5일 '4대강 공사 중단 및 2011년 예산저지 범국민대회'를 열고 장외투쟁도 병행하기로 했다. '여론전'을 통해 4대강 사업 예산안 저지의 명분을 축적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4대강사업 국민소송단이 '한강 소송' 1심에서 패소해 한나라당이 4대강 사업 예산안 처리를 위한 명분을 쥐고 있는 듯 보이지만, 오는 10일 '낙동강 소송' 1심 결과가 나올 예정이어서 야당에게도 아직 명분은 살아 있다.
18대 국회 들어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이 처리된 적이 없다는 전례를 볼 때 "지난해 처럼 '예산 전쟁'이 12월 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끼워팔기' 논란의 UAE파병, '끼워넣기' 논란의 '형님예산'
이 외에도 정기국회를 달굴 쟁점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사실상 원전 수주에 대한 대가성 파병인 UAE(아랍에미리트) 특전사 파병 문제도 연말 국회의 '뇌관'이다. 보수 야당인 자유선진당을 비롯해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 판국에 UAE 파병 동의안을 내놓은 것은 말이 안된다(유승민 의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와 관려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일 청문회 과정에서 "(UAE 파병으로 인한) 우리 전력에는 손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파병 동의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또한 올해에도 '형님 예산'을 두고 논란이 있을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 야구장 건립비가 심사 과정에서 22억5000만원 증액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4세대 방사광 가속기' 구축 사업으로 200억 원이 포항에 신규 책정된 데 대해서도 민주당은 "공모 절차도 거치지 않고 추진하는 '형님 예산'의 일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4년까지 총 4000억 원이 든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의 격전도 정치권 긴장조성에 한 몫하고 있다. 연말 정국 이곳저곳이 지뢰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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