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증식 문제와 학벌주의 조장 논란으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학생 딸뿐 아니라, 홍종학 후보자 본인도 장모로부터 고가의 건물을 증여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야권은 재벌개혁론자인 홍종학 후보자의 재산 증식 과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할 전망이다.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에 따르면, 2012년 홍종학 후보자 가족의 재산은 21억7000만 원이었지만, 2016년에는 49억5000만 원으로 늘었다.
재산 증식은 대부분 장모에게 증여받은 데 따른 결과다. 홍종학 후보자의 중학생 딸은 외할머니로부터 2015년 서울 중구 충무로의 8억 원대 상가 건물을 증여받았고, 상가 월세 소득으로 한 달에 500만 원씩의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종학 후보자 본인은 장모로부터 2014년 평가액 8억 원이 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를 물려받았다.
재산 증식 과정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야권에서는 홍종학 후보자 일가가 증여세를 적게 내기 위해 '쪼개기 증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상가 건물 지분을 배우자와 딸이 각각 25%씩 나눠 받았는데, 과세표준 금액을 낮춰 누진 증여세를 적용받지 않기 위해 '쪼개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홍종학 후보자의 딸이 어머니로부터 2억2000만 원의 채무를 진 것도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녀에게 무상으로 돈을 빌려주면 증여로 간주돼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홍 후보자의 딸이 4~8% 가량의 이자를 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는 지점은 홍종학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상속세, 증여세 인상론자'였다는 점이다. 야권은 홍종학 후보자가 증여세를 늘리자면서 본인은 '증여세 쪼개기'를 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프레임을 적용하고 있다.
과거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내용의 저서도 논란거리다. 홍종학 후보자는 1998년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시절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는 제목의 책을 냈고, "명문대학에 나오지 않은 사람들은 세계의 천재와 경쟁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소양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재산 형성 과정 도덕적 문제 없다"
홍종학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내각 구성원이다. 이미 내각 구성이 늦어진 만큼, 만약 홍종학 후보자마저 낙마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문제는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이 홍종학 후보자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딸 증여 논란에 대해 홍종학 후보자는 "장모님 건강 악화로 재산을 정리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절차에 따라 증여세를 정상적으로 낸 뒤 딸이 증여받은 것"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비춰 과도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학벌주의 조장 논란에는 "이유 여하를 떠나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반면에 여당에서는 홍 후보자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세금을 다 내신 것 아닌가. 재산 형성 과정이나 증여 과정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홍종학 후보자가 부의 세습 자체를 금지하자고 주장한 적은 없는 만큼, 부유한 장모에게 상속받은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최근 국정감사를 전면 보이콧하면서 그 불똥이 홍종학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튈 수도 있다. 홍종학 후보자 측 관계자는 "야당이 제기하는 '내로남불' 프레임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면서도 자유한국당의 거부 등으로 인사청문회가 파행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가능성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다음달 1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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