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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했지만 미세먼지 효과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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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했지만 미세먼지 효과 미미?

[함께 사는 길] 황당한 환경부, 부실 연구로 언론 현혹

정부는 미세먼지 감축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6월 한 달간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 중 전국 8기(충남 4기, 보령1, 2호기와 서천1, 2호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그리고 지난 7월 25일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번 가동중단 기간 중 충남지역 40개 지점에서 미세먼지(PM2.5) 농도를 실측한 결과 지난 2년 평균치보다 15.4퍼센트 낮아졌으며(26→22㎍/㎥), 대기 모델링 결과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저감효과는 충남 전역에서 1.1퍼센트 낮아지고, 최대 영향지점에서는 3.3퍼센트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개선효과가 거의 없다는 애매한 발표였다. 언론들도 혼란스러웠는지 SBS와 연합뉴스TV에서는 주요 뉴스에서 보도했지만, KBS, MBC, JTBC, YTN 등에서는 보도하지 않았으며, 일부 신문은 가동중단 효과가 미미한 전시행정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바로 아래 자리한 마을. ⓒ함께사는길(이성수)

가동중단 효과 발표를 살펴보니


이번 환경부 발표는 몇 가지 면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 충남지역에서 정밀하게 측정하여 믿을만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을 것으로 믿었기에 황당하기까지 하다.

첫째, 환경부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충남지역 40개 지점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실측한 결과라고 발표하였으나, 환경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하여 답변 받은 자료에 의하면, 단 세 지점으로 충남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변화를 산출했다. 과거 측정자료 존재 여부 및 주변 다른 오염원을 고려하여 선정했다지만 겨우 3개 지점에서 측정한 결과로 충남지역의 미세먼지 농도 변화를 산출한 것이다. 더구나 지난 2년 평균치 산출 시 2015년의 경우는 단 한 곳의 측정자료만 활용하였다. 2015년 한 곳의 6월 평균치(30)와 2016년 세 곳의 6월 평균치(각각 25, 25, 25)를 더하여 4로 나눠 산출한 평균치(26)를 2년 평균치로 삼은 것이다. 이와 달리, 2015년 한 곳의 6월 평균치(30)와 2016년 세 곳의 6월 평균치(각각 25, 25, 25)의 평균치(25)를 2016년의 평균치로 하여 둘을 더한 후 2로 나눠 산출한 평균치(28)를 2년 평균치로 삼을 수 있다. 무엇이 더 타당한가.

둘째, 더 놀라운 것은 표본 표집이다. 농도 변화를 산출한 세 지점은 각각 천안시 성황동과 세종시 신흥동, 세종시 아름동이다. 즉 보령화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70킬로미터 안팎)으로 가동 중단 효과를 가장 적게 받는 세 곳을 선정한 셈이다. 이 세 지점이 충남을 대표한다는 것인가. 발전소와의 거리별로 더 많은 지점을 선정했어야 한다.

셋째, 농도 변화 산출이 이렇게 엉성하다면 발전소 가동중단 효과를 산출해냈다는 모델링 결과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엉터리 자료를 입력했으면 엉터리 결과가 나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교 기간에는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주는 기상 조건이 비슷하고,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도 적은 시기이며, 다른 오염원의 배출량이 크게 감소했을 리도 없으므로 15.4퍼센트 개선효과 대부분은 발전소 가동중단 효과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예상과 달리 발전소 가동중단 효과는 1.1퍼센트에 불과하고 14.3퍼센트는 다른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 14.3퍼센트 감소 요인을 밝혀야겠지만 환경부는 '다른 오염원의 영향 감소, 국지적 기상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너무나 막연한 설명을 내놓았다. 모델링이 엉터리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과연 신뢰할만한 분석이었는지 전문가들의 검증이 필요하다.

지난 5월 15일 SBS 뉴스에 의하면, 전국 석탄발전소 59기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양이 전체 미세먼지의 14퍼센트 정도이며,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가동중단하면 미세먼지가 1~2퍼센트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 전국 석탄발전소의 절반이 몰려 있으며 4기를 가동 중단한 충남지역에서는 미세먼지 감소효과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넷째, 최대 영향지점에 대한 발표내용도 미흡하다. 최대 영향지점은 보령화력에서 약 3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월평균 3.3퍼센트, 일 최대 8.6퍼센트, 시간 최대 14.1퍼센트 감소로 개선되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확히 어느 지점인지 밝히지 않았다. 거리와 풍향을 고려하면 홍성과 예산의 경계 지점쯤일 것이다. 연구에 자신이 있다면 이 지점이 어디인지 공개하고, 최대 영향지점 인근에서의 측정 결과도 공개하여야 할 것이다. 모델링을 신뢰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다.

최대 영향지점의 명확한 의미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환경부 발표에 의하면 모델링에 의한 최대 영향지점은 석탄발전에 의한 월평균 미세먼지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지역으로 보이는데, 발표 자료만으로 보면 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보다 홍성과 예산의 경계 지점 지역 주민들이 더 고통받는다는 말인가. 이 사실을 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이 동의할까?

환경부는 "올해 6월 한 달간 충남 천안과 세종의 세 지점 미세먼지 농도 실측결과, 지난 2년 평균치보다 15.4퍼센트 낮아졌으며,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기상조건이 예년과 비슷했기 때문에 미세먼지 개선효과의 상당 부분은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중단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어야 했다.

▲ 미세먼지 주범, 석탄화력발전소 중단을 외치는 시민들. ⓒ함께사는길(이성수)

환경부의 엉터리 발표에 유감

환경부는 이번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과 관련하여 신뢰도가 떨어지는 연구로 '미세먼지가 감소했지만 석탄발전소 가동중단 효과는 거의 없다'라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극히 일부 자료로 충남지역의 미세먼지 변화를 엉터리로 산출하여 일반화하고, 신뢰도가 검증되지 않은 모델링 분석으로 석탄발전소 가동중단 효과를 엉터리로 분석한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엉터리 연구결과 발표의 파급효과이다. 석탄발전소의 미세먼지 기여도를 저평가하여 발전사들의 사회적 환경적 책임에 면죄부를 줄 것이며, 앞으로 가동중단 여부 결정 시 근거 자료로도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부실한 연구에 언론을 현혹한 탁월한(?) 발표다. 재발 방지를 위해 연구결과를 반드시 검증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국민은 환경부가 환경 가치를 우선시하고 다른 부처들이 지속가능한 정책을 펴도록 견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길 기대한다.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 신뢰도 높은 연구는 필수이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전문성 높은 연구와 진실을 정직하게 알리는 정책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회복하여 국민의 신뢰를 받기를 기대한다.

이런 연구결과를 내놓을 거라면 차라리 충남지역의 여러 마을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미세먼지 변화를 분석해 보시라. 발전소 인근 지역 선량한 주민들의 한 맺힌 호소와 절규를 들을 수 있을 것이며, 국민과 함께하는 연구로, 국민과 소통하는 연구로 국민들로부터 더 신뢰받을 것이다. 당진 화력 인근 마을 주민들은 창문을 열고 살 수 없다며 마치 집이라는 감옥에 갇혀 사는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또한 다른 지역에 비해 암 등 질병 발생률이 높게 나타나는 건강 실태 조사결과도 있다. 그동안 고통을 감수하며 희생하고 생업과 건강의 위협을 느끼며 피해에 시달려온 충남 서해안 석탄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우리는 국가를 위해 할 만큼 했다"며 한 맺힌 절규를 한다.

사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지난날의 환경부는 무기력하고 존재감이 없고 실망스럽기만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지난 9월 1일 '환경부 비전 선포식'에 거는 기대는 크다.

'국민과 함께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비전과 △ 지속가능한 경제·사회로 전환, △ 환경정의 실현, △ 생명과 미래가치 보호, △ 국민 참여 거버넌스 강화라는 4대 목표에선 희망이 보였다. "국민의 환경권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는 환경부가 되겠습니다"라는 약속에선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정책과 발표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이렇게 좋은 비전과 목표는 한낱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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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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