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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생존 골든타임이 끝나간다, 우리는 너무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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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생존 골든타임이 끝나간다, 우리는 너무 절박하다"

조선업살리기경남대책위 "금융권의 조속한 RG 발급과 기준완화 등 절실"

“골든타임 10월이 끝나간다. 우리는 절박하다. 너무나 절박하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7월 3일 서울회생법원 법인회생3부로부터 법정관리 조기졸업 결정이 내려졌다. 경영난 때문에 지난해 5월 27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년2개월 만에 채권단의 품으로 돌아와 재도약의 꿈을 꾸게 됐다.

선박 수주도 잇따랐다. 지난달 말까지 해외선사들로부터 5만톤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 10척이 계약됐고, 3척은 의향서를 받은 상태이다. 또 국내선사들과도 1만1,000톤급 석유·곡물운반 탱크선 5척을 계약했다.

▲조선업살리기경남대책위원회가 지난 23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형조선소 선수금환급보증 발급과 기준완화, 정부와 광역지자체 차원의 법적 제도적 지원대책 조속한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김병찬 기자

어려운 국내 조선산업 상황을 고려하자면 눈에 띄는 실적이다. 더구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이어 회생절차를 조기 종결한 후 올해 수주 재개와 함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어서 조선업계의 관심이 STX조선해양으로 쏠리고 있다.

하지만, 선박 계약의 필수조건인 선수금환급보증(RG)의 발급이 지연되고 있어 어렵게 따낸 일감을 놓칠 위기에 처했다. 당장, 이번 달 31일까지가 RG발급 만료기간인 수주선박 수만 4척이다. 그리스 선사인 오션골드가 계약한 5만톤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들이다.

또, 이 건에 대한 RG 발급이 되지 않으면 다음달 24일까지 기한인 그리스 선사 판테온탱커스의 5만톤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 6척에 대해서도 발급을 장담할 수 없어 계약이 취소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통영의 신아SB와 SPP조선의 경우 선박수주를 했지만 RG 발급이 되지 않아 사업장 문을 닫아야만 했던 쓰라린 경험을 조선업계는 기억하고 있다.

조선산업살리기경남대책위원회는 중형조선소들이 정부의 지원만 있으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회복할 수 있으며, 10월은 중형조선소를 살리는 ‘골든타임’이므로 RG 발급과 수주 지원으로 중형조선소의 침몰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산업은행이 RG 발급과 관련해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데 있다. 산업은행은 RG 발급 기준을 수주계약의 수익성 1%이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정부가 중형조선소에 대한 방향과 정책을 정하지 않음에 따라 RG 발급이 힘들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기업은행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입장은 확인됐다.

이날 이진복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STX조선해양이 3개월 전에 RG 발급을 요청한 적이 있는지, RG가 발급되면 1억3,000만 달러 정도의 선박 수주가 이루어지는데 발급이 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산업은행 측에 물었다.

정용석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 부행장은 “문제는 RG를 발급하더라도 그 기업이 지속 가능하느냐 하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살펴보고 있고, 현재 실사작업이 진행 중이다”라고 답했다.

정 부행장은 또 “채권단이 지난 2013년부터 STX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며 “그래서, 이런 상태에서 RG를 발급하는 것이 수익창출과 기업의 지속적인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업계는 정부와 산업은행의 입장에 대해 현재 시장상황을 무시한 방침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남대책위는 지난 23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는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통해 조선업을 살리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중형조선소 살리기 정책들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며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 정부의 정책 부재가 오히려 한국 조선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경남대책위는 또 “산업은행은 아직도 1% 이상의 수익성을 고집하고 있지만, 현재 시장상황으로는 외국선사뿐만 아니라 국내선사들과의 계약에서도 이를 충족시킬 수 없는 게 현실이다”며 “철강재 가격상승으로 수익성은 더 낮아지고, 금융권이 RG 발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글로벌 선사들도 외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조선산업과 실업의 고통에 내몰린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과 긴급히 재정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남대책위는 “그동안 경남에서 3만1,000여 명의 조선 노동자들이 실업의 고통을 감당하고 있었고, 올해 10~12월과 내년 상반기에 또다시 많은 실업이 예상되고 있다”며 “휴업과 해고가 불가피한 사업장에 고용유지를 위한 긴급 자금 지원을 통해 대량 해고를 막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기존 실업 노동자들에 대한 실태파악과 실업대책 강구도 필요하다”며 “경남도도 즉각 조선소 노동자 살리기 특별고용기금을 마련해 조선 사업장에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적 제도적 장치로서는 △중형 조선소 RG 발급 확대지원 △발주량 확대를 위한 정책금융 강화 △중형 조선소 지원방안 조속 마련 △긴급 추경예산 편성 결의 △노사정 참여 경남도 특별위원회 구성 등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이다.

경남대책위는 “조선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조건 노동자를 자르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며 “독일이 지난 1987년 정리해고 대신 직업능력 향상 훈련과 대안생산 방식의 고용유지 정책을 펼친 것은 좋은 선례”라고 제시했다.

또, RG 발급 제도와 관련해서도 “대기업과 차별을 두지 않는 방식으로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하루하루 생존의 골든타임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안다면 정부와 정치권, 경남도는 우리의 요구에 답을 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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