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 상승세가 확연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말 정책금리를 올리리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드러냈다.
시중은행들은 벌써 반응했다. KEB하나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5년 고정, 이후 변동 금리)를 지난 20일 3.740∼4.960%에서 오는 23일 3.827∼5.047%로 0.087%포인트 올릴 예정이다. 5%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사실상 저금리 시대 종말 신호로 통한다. 실제로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 역시 오르고 있다.
'초이노믹스'도 끝났다…금리 인상은 불가피
'초이노믹스'는 이제 흘러간 물이 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경제정책을 주도했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이름을 따서 '초이노믹스'다. 금리를 낮게 묶어두는 게 핵심 기조였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가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띠면서, 저금리를 고집할 명분이 사라졌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3.0%로 조정했다.
금리는 양날의 칼이다. 낮아도, 높아도 부담이다. 금리를 억지로 낮추면, 투기에 불이 붙는다. 실제로 '초이노믹스'의 주요 수혜자는 부동산 자산가들이었다.
또 1400조 원대 가계부채 역시 무리한 저금리 기조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지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한다는 차원에서도, 금리 인상은 명분이 있다.
굳이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더라도,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내에 들어온 외국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주가 하락이 필연이다. 아울러 환율이 급변할 수도 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선 불안한 소식이다.
복지 아닌 빚으로 생존한 저소득층
이제 금리는 오르막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환경을 규정하는 핵심 변수다. 금리 인상은, 부동산 투기 억제라는 정부 목표와도 맞물려 있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 역시 최근 금리 동향을 예민하게 주시한다.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다. 22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글로벌 주택시장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 1분기 93.0%다. 2001년 56.1%에서 37%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빚으로 유지돼 온 내수 경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치다. 이 말을 뒤집으면, 금리 인상은 내수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뜻이다.
빚에 의지해서 생계를 꾸리는 정도는 저소득층일수록 심각하다. 휴일 없이 일해도 결국 적자를 보는 영세 자영업자가 대표적 사례다. 이들의 생존을 가능하게 한 건, 복지가 아니라 빚이었다.
급증한 취약차주, 금리 인상 직격탄
이런 구조에서 금리가 오르면, 저소득층부터 타격을 입는다. 아울러 소비 위축이 필연이다. 이는 다시 영세 자영업자 등 서민의 목을 조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취약차주 부채는 80조4000억 원이다. 취약차주란,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 계층에 해당하는 경우다. 취약차주 부채는 최근 1년 반 사이에 6조9000억 원(9.4%) 가량 늘었다. 이들은 신용이 낮은 탓에,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대출이 대부분이다.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이들은 낭떠러지로 내몰린다.
아울러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부채 '고위험 가구'는 2만5000가구씩 늘어난다. 가계부채 '고위험 가구'란, 빚이 자산보다 크고, 벌어들인 돈의 40% 이상을 빚 갚는데 쓰고 있는 가구다. 소비 위축과 자영업자 매출 감소 역시 필연이다.
정부,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예정
이런 상황은 정부 당국 역시 잘 알고 있다. 금리를 올리되, 빚에 기대서 생활하던 이들의 충격은 완화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오는 24일 '가계부채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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