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당시 안상수 대표가 "대등한 당청관계"를 천명했던 때보다 후퇴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서 최고위원은 "최근 당이 운영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정국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최고위원은 또 최근 한나라당의 '감세 논쟁'과 관련해 "소득세, 법인세 세율 인하 문제에 대해, 감세 기조를 조금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소득세 과표 최고구간에 한해 추가 감세를 하지 말아야 하고, 법인세 감세는 유지해야 한다고 했지만, 서 최고위원은 "법인세 추가 감세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본인의 소신을 밝힌 것이다.
다만 서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가 "감세 철회"를 논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표는 철저한 "감세론자"라는 것이다.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치는 세운다)'는 박 전 대표의 대선 경선 공약에 비췄을 때도 달라진 게 없다고 주장했다.
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이 "특검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수사는 전적으로 검찰의 몫이다. 따라서 현재 한나라당 입장에서 "재수사 촉구" 이상의 행동을 취할 수 없다. 특검은 그래서 한나라당의 재수사 요구에 대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서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 이재오 특임장관이 연일 주장하고 있는 '정치 개혁'에 대해서도 불편한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이는 친박계 의원들이 주로 영남권에 기반해 활동하는데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시사한대로 '중대 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아무래도 지역 기반의 친박계 인사들의 토대가 흔들리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서 최고위원 인터뷰 전문.
▲ 한나라당 서병수 최고위원 ⓒ프레시안(최형락) |
"당이 중심이 되지 못하는 모습이 자꾸 보인다"
프레시안 : 윤진식 의원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에 반대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을 때까지 당무를 정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과정이 어땠나?
서병수 : 윤진식 의원을 최고위원에 지명하겠다고 하는 것은 한달 쯤 전부터 이야기가 비공식적으로 있었다. 제 입장에서는 안된다. 충청권 친박 인사를 지명한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정치적인 현안들이 있다. 청목회, 민간인 사찰 문제, 예산 국회를 제대로 하기 위해 당이 힘을 좀 모아야 하는 시기기 때문에 우리 사이의 갈등을 노출시키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안 했다. 그런데 어제 밤에 원희룡 사무총장에게 전화가 와서, 오늘 비공개 회의 의제로 상정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이것을 감추고 있을 일이 아니고, 공개적으로 발언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프레시안 : 안상수 대표에게 연락이 없었나?
서병수 : 아직까지는 연락이 없고, 이렇게 말을 했으니 내 반응, 친박 의원들의 반응을 듣고, 본인 입장에서도 본인의 지지자도 있고 의논해야 할 부분들도 있지 않겠나.
프레시안 : '청와대 거수기가 되려 하느냐'는 얘기도 했다. 실제 지금까지 당청 관계가 어땠나?
서병수 : 그런 점도 불만인 점이 있다.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주요한 이유 두 가지를 두고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온 얘기가 있다. 첫째, 친이-친박 갈등 때문에 패배한 요인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계파간) 상생, 화합을 노력을 하겠다고 한 것이 있었고, 두 번째가 당청 관계를 정상적으로 복원시켜야 한다는 것이 있었다. 국정 운영을 당이 주도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방선거를 지나면서 당원, 국민이 한나라당에 요구하는 것이었다. 전당대회 때 안 대표를 포함해 모든 후보들이 다 외친 사안이다. 그런데 이후에 7.28재보선에서 무난한 성과를 거둬서, 이런 것을 잊은 게 아닌가. 그리고 최근 당이 운영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정국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자꾸 보인다. 수도권 의원들 중심으로 (당 주도의 정국 운영을) 요구하고 있고,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선임이 그런 것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상징적인 기준이 되지 않겠나. 그래서 말을 한 것이다.
'감세론자' 박근혜의 복지는 '선택적 복지'
프레시안 : 박근혜 전 대표가 감세와 관련해 본인의 입장을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소득세 추가 감세 철회, 법인세 추가 감세 기조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서병수 최고위원의 경우는 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까지 얘기하고 있다.
서병수 : '철회'라는 것, '부자감세 철회', '감세 철회'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이미 2008년 말에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감세 법안을 만들었다. 그래서 감세를 해 나갔다. 정책이라는 게 경제 정책을 포함해 모든 것이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감세 정책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표 상에도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고용 창출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된 것 같다. 그렇다고 하면 고소득층 최고구간, 법인세 추가 감세 드을 조금 완화할 수 있지 않나. 기획재정위에서 앞으로 데이터를 가지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전 대표의 감세 입장 표명을 두고, '박 전 대표가 정부의 주된 기조에 반대한 것이고, 이는 박 대표의 감세에 대한 입장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고, '박 전 대표는 여전히 감세론자고, 바뀐 것은 없다'고 하는 해석도 있다.
서병수 : 바뀐 것이 없다. 박 전 대표가 '줄푸세'라고 하는 것도 결국 현 정부의 감세 정책과 맥이 통하는 것이다. 그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 그래서 박 전 대표도 말을 할 때 '이것은 감세 정책 철회가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리고 복지,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문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이 따르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로 하면서 복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여력을 비축하자는 입장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감세 정책 기조는 지켜가는 게 맞다. 다만 현재 경제 상황에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그러나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면서 감세는 지속한다고 하면 상충되는 부분이 아닌가?
서병수 : 그렇지 않다. 감세가 세율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세율을 떨어뜨린다는 목적 자체가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 경제에서 투자와 소비가 촉진되고, 수출이 잘 되고 내수 잘 돼 경제가 성장하면 자동적으로 세액이 늘어난다. 그 전체적으로 늘어난 세액을 갖고 복지 정책, 재정 건전성을 얘기하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박 전 대표의 복지와 민주당의 복지, 둘의 결정적 차이가 무엇인가?
서병수 :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은 '보편적 복지'라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복지를 펴겠다는 것인데, 예를 들면 무상급식이 있다. 물론 국가가 재정이 튼튼하고 그것을 마음대로 써도, 재정 파탄이 안나면 그런 방향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가능성은 없다.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하지만, 무조건 세금을 많이 거두면 지속적인 복지가 안된다. 제한된 재원을 가진 상황에서는 우리가 할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그래서 (박 전 대표는) '선택적 복지'를 말한다. 똑같은 복지 예산을 가지고 무상 급식에 전액을 투자한다고 치자. 그러나 학교에도 공교육 정상화 등의 다른 이슈도 있고, 또 다른 의미에서 보육 문제, 육아 문제 등 여러가지 이슈가 있다. 그에 대한 지출도 중요하다. 그래서 (민주당 등이 주장하는) 그런 복지는 정치적인 구호에 불과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 한나라당 서병수 최고위원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민간인 사찰 관련, 한나라당 내에서도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청와대 개입 의혹이 나오는데 대해서도 당내에서는 "털고 가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서병수 : 재수사를 하느냐, 안 하느냐는 어디까지나 검찰의 몫이다. 그래서 정치권 차원에서 민간인 사찰 부분에 대해서도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부분 있고, 또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 재수사 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에 재수사가 타당하다. 정권 차원에서도 이런 것이 의혹을 남긴 채 가는 것이기 때문에, 수사를 안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또 다시 불거지고 또 계속 이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계속 진행되면 정권에도 부담이 가지 않나. 빠른 시간안에 매듭지어야 한다.
프레시안 : 안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 사이에서의 기류는 어떤가?
서병수 :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지도부에서 재수사 논의는 했었나?
서병수 : 본격적으로 논의는 안 하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런 문제가 나오면 대체로 비슷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 다만 이것이 실제로 검찰이 수사를 해서 어느 정도까지 수사를 했는가에 대한 검찰에서는 '수사를 한들 더 나올 게 없다'고 주장하니까. 이런 데 대해 우리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검찰에 계속 촉구를 하는 수준이다.
프레시안 : 국정조사, 특검은 어떻나?
서병수 : 국정조사는 해 봐야 정치적으로 오히려 의혹만 제기할 뿐이지, 실제로 국정조사를 해서 과거에도 어떤 문제가 마무리 되고 한 적이 없다. 특검은 검찰의 앞으로의 태도를 봐서, 나중에 논의할 문제다.
프레시안 : 가능성은 없지 않다?
서병수 : 그렇다.
프레시안 : 야당이 이 문제를 가지고 '장외 투쟁'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서병수 : 그런 (손학규 대표가) 극단적인 언급이나 행동으로 나가는 빌미를 왜 우리가 줘야 하는 것이냐, 그런 생각을 한다.
프레시안 : 청목회 사건도 국회가 얼어붙은 주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서병수 : 그렇기는 하다. 그런데, (정치자금)법을 고친다고만 해서만이 능사가 아니다. 소액 후원금 제도는 과거의 (잘못된) 정치 행태, 그런 것을 없애기 위해서 나름대로 만든다고 해서 만든 것인데, 이 법이 만들어졌으면 법의 취지에 맞게 후원금을 받아야 하는데 정치인들이 너무 쉽게 생각한 점도 있었다. 의원들이 물론 '법에 저촉되지만 받겠다'고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청목회는 청원경찰의 근무 환경 등이 워낙 열악하고 도와줘야 하겠다는 생각들이 많았지 않나. 저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다. 후원금과 관계 없이 법을 개정했을 것이다. 그런 정도까지는 이해가 된다. 다만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나 과정을 보면 그런 것들을 (국회의원이 후원금을) 먼저 요구를 했다거나, 쪼개기 형식 납부를 유도했다거나, 이런 사례들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당당하게 나와서 조사도 받고 빠른 시일 안에 해결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청목회 사건 외에도 유사한 사건들이 있는데, 이런 것을 발판삼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정치개혁에 나서는 것 아니냐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객토(客土, 논밭의 토질을 개량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흙을 가져와 섞는 것)'라는 말까지 써가면서 정치개혁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서병수 : (최고위원회에서) 논의된 적은 없다. 이 장관이 묘한 얘기를 한 것 같다.
프레시안 : 연말에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고건 위원장)가 중대선거구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구제 개편 화두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서병수 : 선거구제를 어떤 형태로 바꾸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우리가 안고 있는 그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존의 제도라도 제대로 논의될 수 있도록 정치인이 계속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선거구제 개편을 하기 위한 (애초의) 취지와 목표가 오히려 달성되지 않겠나. 영남에서는 민주당이 안되고, 호남에서는 한나라당이 안되고, 이런 것들이 문제라고 해서 그것(선거구제)을 고친다 한들 과연 객관적을 공평하게 원하는대로 정치적 구도가 형성될 것인가 하는 것은 의심스럽다. 어느 한 쪽은 득을 많이 본다고 한다면 어느 한 쪽은 손해보는 구도가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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