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철회' 논란을 촉발시킨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22일 "권력을 누리는 데 관심이 많은 간신(奸臣)들의 기술은 권력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거"라며 정권 초부터 자신과 대립해 온 '이상득계'를 '간신'이라고 칭해 논란을 예고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정권을 만든 주역 중 한 사람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 "버려진 셈"이라며 그 이유에 대해 "권력을 잡으려는 사람은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사람과 권력을 누려보겠다는 사람의 두 부류로 나뉘는데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은 누리려는 사람들에게 항상 밀린다"고 설명했다.
"MB, 일 전문가지 정치 전문가는 분명 아니다"
정 최고위원은 "(간신들은) 인사상납으로 주변 사람들을 매수하지만 나는 그 구조에서 스스로 빠졌다"며 "자존심 때문에 아쉬운 소리 하기 싫었는데 그런 과정에서 계속 음해와 오해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가타부터 설명하기도 우스워서 그러면서 자연스레 (대통령과) 소원해졌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당연히 (세상을) 바로잡으려고 하는 게 강한 분인데 밑에 사람들이 잘못한 것"이라며 "(대통령도 권력을) 누리려는 자가 바로잡으려는 자를 밀어낸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일의 전문가지, 정치 전문가는 분명 아니"라고 덧붙였다.
정 최고위원은 "물론 억울하고 배신감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내가 힘들었다"며 "하지만 '계산'을 해 보면 나는 세속적인 자리는 못 누렸지만 그분 덕에 정치적으로 남는 '장사'를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권력 사유화' 발언을 놓고 그는 "권력을 사유화하지 말라는 것은 '정치학 교과서'에 나온 말"이라며 "사람들이 나를 전략가, 기획통이라 하는데 난 지극히 상식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역사는 누리려는 자가 이긴다고 했지만 태평성대에는 다르다"며 "결국 최고 권력자의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을 제대로 쓰는 '용인(用人)'이다. 차기에 누가 집권하더라도 나는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자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에 제일 위협적인 야당 후보는 유시민"
차기 대선과 관련해 그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현재로서는 '이회창 프레임'과 똑같다"며 "당내에서는 천하무적, 본선에서는 퀘스천(question,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지지기반의 한계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모든 선거는 중간층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박 전 대표도 요즘 이것을 알고 노력하는 것 같다"며 "최근 그가 감세 철회 쪽으로 선회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에 대해서는 "서민후보로는 딱이지만 주변이 폐쇄적이라는 점에서 박 전 대표와 차이가 없다"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너무 빨리 나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제일 위협적"인 인물로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을 꼽았다. 그는 "(유시민 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현실적이고 스테이블(stable, 안정)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가면 2012년 야당은 '부자정권 종식' 간판 내 걸 것"
본인이 촉발시킨 감세 철회 주장이 야당의 프레임 아니냐는 지적을 놓고 그는 "이대로 가면 2012년 총선, 대선 때 야당이 내걸 간판은 '부자정권 종식'"이라며 "한나라당의 입지를 치명적으로 약화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감세안은 경제 위기 수습 차원에서 나온 것인데 이제 위기가 끝난 상황이 아니냐"며 "(감세 철회는) 한나라당이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행보에 대해서도 그는 "(겉으로는) 중도실용 서민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뭘 했냐"며 "학자금 대출이나 미소금융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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