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요구한 민간인 사찰 특검법, 국정조사 등을 한나라당이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다만 재수사 요구에 대해서는 "논의해보겠다"고 여운을 남기는 등 '민간인 사찰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데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19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특검, 국정조사는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5당이 특검법을 발의한데 대한 답변이었다.
이로써 민간인 사찰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갈등의 파고가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실질적으로 재협상 국면으로 돌입한 한미 FTA 비준 문제에 대한 야당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비준 가능성을 내비침으로써 여야 충돌의 또다른 뇌관으로 떠올랐다.
"재수사 해봐야 나올게 있겠나"
김 원내대표는 민간인 사찰 문제와 관련해 "재수사 문제는 예민한 부분"이라고 고민을 내비쳤다. 김 원내대표는 사견임을 전제로 "지금 구속된 사람(진경락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팀장)이 이 자기 선에서 다 했다고 하고 있고 다른 얘기를 안하기 때문에 재수사 해봐야 나올 게 있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국민 감정은 석연치 않다는 점도 인정을 한다. 어려운 문제기 때문에 (재수사 촉구를 해야 할지 여부는) 좀 더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요컨대 국민 감정을 고려해 재수사를 수용한다고 해도 면피용에 그칠 것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 문제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문책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간인 사찰 사건의 '몸통'은 건드리지 않고 도마뱀 꼬리자르기로 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22일 열릴) 정책 의총 중에 그런(민간인 사찰 재수사) 얘기가 안나오길 바라지만 나오면 토론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일부의 재수사 요구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김 원내대표는 청목회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연말 되면 TV를 통해 선관위에서 (10만원 소액 후원금) 캠패인도 벌인다. 10만원을 기부해서 깨끗한 정치 만들고 환급 받자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하는 것은 분명하게 무리한 강제수사"라고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현재 민주당이 민간인 사찰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예산심사를 보이콧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런 것은 예산과 관련해 협상 대상이 아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한나라당이 이같은 입장을 보이면서 정국은 더욱 경색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날 예결위 회의에 참석한 뒤 기습적으로 단상 점거 시도를 했다. 현재 이주영 예결위원장을 둘러싸고 민주당 의원 10여 명이 "대포폰 게이트 규탄한다", "국정조사 즉각 실시"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 후 10여 분만에 해산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중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나 현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 역시 국회 농성 중인 손학규 대표가 사활을 걸고 특검 및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이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미FTA, 자동차 정도는 미국에 해주도 괜찮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가 "재협상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조금 고칠 수 있는 것 가지고 '자동차 다 내주고 다 팔아먹는다'는 언론 보도는 국민 판단을 왜곡해 보도하는 것으로 잘못됐다"고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자동차 협상 관련 환경 기준, 연비 등, 이것 정도는 나는 (미국에) 해줘도 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가 재협상을 하고 문구를 수정한뒤 다시 비준을 요구하면 받아들이겠느냐'는 질문에 "보고 합리적이라면 받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것 해줘서 미국 자동차 수입이 얼마나 더 늘어나겠느냐. 요 조그만 부분을 미국이 해달라고 하는데, 우리가 '노(No)' 했을 때 우리가 연간 120만 대 가까이 미국에 수출하는 것과 관련해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불이익이 돌아는지 생각을 해보라"며 "현대차 기아차도 스스로 그 정도는 (미국입장을 들어주는 정부를 이해) 해줘야 하는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미국 자동차 기름 많이 들어가고 냄새 나고 우리 나라에서 별로 인기 없다. 나는 미국차를 타봤는데 불편한 게 많다. 고장도 잘나고 고치려면 부속도 비싸다"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해 "그 사람은 애국심 없겠냐. 바보겠냐. 다 어련히 알아서 판단하는데, 그것을 가지고...(비난하느냐) 그런 풍토를 바뀌어야 한다"고 정부를 옹호하고, 야당은 물론 언론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특전사 파병, 150억 들이면 소득은 몇 배 더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또 UAE(아랍에미리트)에 특전사를 파병하는 것과 관련해 군인들의 자랑스러운 중동 진출로 차원에서 봐주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적 이득을 위해 병력을 파견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김 원내대표는 "국방부가 무능한지, 자꾸 사고가 나고 있는데, (파병과 관련해) 제대로 홍보가 안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원내대표는 "UAE 아부다비는 두바이보다 석유가 거의 3분의 2이상 나는 나라"라고 '자원 부국'임을 강조하며 "거기에 특전사를 파견해 우리 특전사 훈련을 시켜주고 우리 군 체계를 수출하는 것이다. 물론 (파병을) 들어갈 때는 150억 들어가지만, 나오는 소득은 몇 배가 더 나온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앞으로 T50(훈련용 전투기)도 우리가 수출할 기회 생기고, K2 전차, K11 소총 등 얼마든지 수출할 길이열린다. (국방부가) 이런 것을 차분하게 설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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