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오전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정례회동에서 '감세 철회' 논란에 대해 입을 뗐지만 상황은 오히려 더 모호해졌다.
이 대통령은 안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지금 논의되는 부분은 감세에서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상위 부분의 감세 논의"라면서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란 기조를 유지하면서 당에서 조속히 결론을 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을 강조한 것은 감세 철회에 부정적인 의미로 들리고 '상위 부분의 감세는 꼬리 부분'이라는 부분은 안상수 대표가 들고 나온 '소득세 과표구간 신설'과 맞닿지 않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희정 대변인은 "오늘 당 대표가 최종안을 가져온 것도 아니고, 당이 정책의총을 통해 (최종)안을 가져오면 이 기조(낮은 세율, 넓은 세원)안의 내용은 듣겠다는 것"이라면서 "큰 방향성에 있어서는 변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 백용호 정책실장 등이 국정감사에서 감세철회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을 때와 달라진 것이냐. 열어놓고 듣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기조는 변함없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당에서 정리된 의견이 나오면 그 때 입장을 밝히면 되는 것이다"고만 답했다.
또 '조속한 결론'이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도 정부의 기존 입장과 달리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고세율 구간의 감세는 내년까지 2년간 유예된 상태여서 내년 정기국회에서 결정하면 될 사항"이라며 "1년 후에 가서 경제상황 재정상황을 감안해서 정기국회에서 결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감세철회 논의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청와대 정책라인도 비슷한 기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은 또 달랐던 것.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윤 장관이 정책기조와 맞는 말을 한 것이다"면서 "(최고세율 구간) 감세가 당장 되는 것이 아니라 2012년, 2013년에 적용되는데 그 시기에 가서 조율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부연했다.
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안 대표가 곧 의총이 열린다고 말해서 화답하는 차원에서 대답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야기가 복잡해지자 김 대변인은 "지금 대변인이 (대통령 의중이) 어느 쪽에 방점이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적합치 않다"고 정리했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은 미묘하게 나마 '감세 유지'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듯한 것도 사실이다.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청와대 관계자들도 많다.
하지만 여의도 분위기에 밝은 청와대 정무라인 쪽은 고소득층 감세 철회에 가깝다. 정무라인 쪽에선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를 비롯해 감세고수파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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