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17일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범죄인데, 이명박 정부 들어 내려온 이러한 기조가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불법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연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에서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시의 '청년 수당' 사업을 제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명박 정부 때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 때도 '박원순 죽이기'가 있었다"는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지적에 이같이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에 대해 "전 국가기관과 재벌, 시민단체, 언론을 활용해 박원순 시장의 정책에 대해 음해, 탄압하는 내용이 들어있고, 그게 실제로 실행됐다"며 "1987년 이후에 한 개인 정치인에 대해서 이렇게 전면적이고 체계적이고 집요하게 탄압한 사례는 미처 없었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는 다시 있을 수 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책임의 핵심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 미래를 위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B 고소 정치적" 지적에 "정치 아니라 정의의 문제"
바른정당 황영철 의원도 "국가 권력기관이 정치인을 사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집권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이런 행위는 잘못됐다고 본다. 박원순 시장 사찰에 대해 처벌할 사람은 처벌해야 한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황영철 의원은 박원순 시장이 '박원순 제압 문건'의 총책임자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목하고 고발한 데 대해서는 "이렇게까지 시장님이 나섰어야 했는지 아쉬움이 있다. 시정에 집중해야 하는데, 정치 논쟁의 중심에 서면 서울시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나"라고 질타했다.
이에 박원순 시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고소는)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라고 본다"며 "이런 탄압 때문에 서울시정이 피해받고, 서울시민이 큰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받아쳤다.
장제원 "박원순, 아이들에게 사회주의 경제 가르치나"
이날 국정감사장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좌편향성'을 주장하는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명박 정부의 박원순 시장 사찰을 비판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정면 충돌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서울시가 1억9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자유시장경제는 악으로 표현하고, 사회적 경제는 착한 사람들이 상생하는 것이라고 표현한 교과서를 초·중·고등학교에 배포했다"며 "자유시장경제를 배워야 하는 아이들을 사회주의 경제의 신봉자로 만드는 박원순 시장을 고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본적으로 우리 헌법은 자유시장경제를 전제하지만, 동시에 경제 민주화나 균형 경제도 언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전세계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자유시장경제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어서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기업이 필요하다는 점은 보편적으로 동의한다.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아예 '사회경제적연대 장관'이라는 정부 부처까지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가 하는 사회적 경제는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가장 철저히 많이 배워가서 잘하고 있다"며 "전국의 시도지사들이 서울시 정책을 가져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경제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지지한 바 있다.
여당 의원들은 "사회적 경제와 사회주의를 혼동해서 그래"라고 장제원 의원에게 소리를 질렀고,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질의 시간이 끝난 뒤에도 여당 의원들을 향해 "이따위 짓하면서 말이야. 정신이 나갔어. 체통은 당신이 지켜"라고 소리 질렀다.
한편,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고민은 하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반대로 경남도지사 선거 차출설에 대해서는 "전혀 근거가 없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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