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청와대 대포폰'의 존재를 알고도 통화 내역을 제외한 관련 수사기록을 법원에 넘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민간인 사찰에 대한 청와대 개입 여부를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청목회 로비 의혹으로 소속 의원들이 동시 압수수색을 당한 민주당을 비롯해 야5당은 8일 오전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민간인 사찰, 대포폰 게이트,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또 "미진할 경우 특검을 요구한다"며 '대(對) 검찰' 총연합전을 다짐했다.
검찰, '대포폰 관련 수사기록' 법원에 전부 넘기지 않았다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달 26일 재판부에 제출한 수사기록에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최모 행정관의 진술조서가 빠져 있다. 최모 행정관은 최근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밝혀낸 일명 '대포폰'을 국무총리실 장모 주무관에게 '빌려준' 인물이다.
그런데 검찰은 법원에 수사기록을 제출하면서 이 최모 행정관의 직책과 직위를 빼버리고 '최아무개 씨'라고만 적었다.
또 검찰은 장 주무관이 제3자 명의로 된 휴대전화를 사용했던 사실과 그 휴대전화의 통화목록은 법원에 증거 자료로 제출했지만 최 행정관이 언제 어떻게 대포폰을 개설했고 장 주무관에게 언제 전달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은 수사기록에 넣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이석현 의원이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최모 행정관이 7월 초 이 '대포폰'을 개설했고 7월 7일 하루 동안 장 주무관에게 '빌려' 줬으며 8월에 이 대포폰을 해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손학규 "살아있는 권력은 못 건드리는 검찰이…"
국회의원 11명 등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 이후 검찰을 향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야당은 대포폰 문제가 검찰의 불공정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판단하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살아 있는 권력은 못 건드리는 정치검찰이 국회와 야당을 상대로 엄정한 법집행을 얘기한다면 납득이 가겠냐"며 "검찰이 진정 의지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정치권의 요구에 앞서 청와대 대포폰 문제를 스스로 다시 수사하고 엄정한 법집행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도 "검찰이 대포폰 문제가 있는 청와대는 왜 압수수색하지 못하는가. 청와대는 성역인가"라고 비판했다.
야권은 본격적인 공동대응에 나섰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5당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회동을 갖고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대포폰 게이트 등 민간인 사찰 사건과 스폰서 검사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아가 특검도 요구하기로 했다. 또 이들은 국회 인급 현안질의를 요구하고 국회의장의 입장표명 및 대책도 요구하기로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