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붉은 불개미'가 처음 발견된 부산항 감만부두에 대해 11일간 정밀조사를 벌인 결과 모두 사멸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여왕개미 사체는 여전히 발견되지 않아 지속적인 방역과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 합동으로 부산항 감만부두(배후지역 포함)를 비롯해 내륙컨테이너기지 등 전국 34개 주요 항만을 조사한 결과 붉은 불개미는 추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역본부는 교미를 한 뒤 날개를 자른 여왕개미가 부산항에 반입된 컨테이너에 정착해 국내로 유입됐고 막 번식을 시작하던 시점에 발견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번식이 가능한 여왕개미의 경우 합동 조사에서 사체가 발견되진 않았으나 최초로 발견된 개미집의 규모나 범위를 고려하면 이미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여왕개미의 경우 번식기가 되면 교미를 한 뒤 스스로 뒷다리를 이용해 양 날개를 잘라버려 더이상 비행을 할 수 없게 된다. 한 번에 최대 1500개의 알을 낳을 수 있으나 서식 환경에 따라 개체 수를 조절하거나 영양 보충을 위해 알을 머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박봉균 검역본부장은 "발견된 개미집에 알이 있던 방은 2개 정도였던 점을 보면 큰 규모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며 "현장을 관찰한 관계기관 전문가들 역시 여왕개미가 죽었을 것 같다고 1차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왕개미가 날개를 떼고 알을 놓는 상황이었으나 부산항 감만부두의 바닥 콘크리트나 아스팔트에 틈이 있고 그 틈을 비집고 나온 잡초에 진딧물이 서식하면서 붉은 불개미가 외부로 나와 번식했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컨테이너를 통해서 유입된 만큼 또 다른 컨테이너를 통해 붉은 불개미가 번식하거나 이동했을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검역본부는 1차 유전자 조사 결과 부산항의 붉은 불개미가 미국에 분포하는 붉은 불개미 개체군과 동일한 유전자형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다만 제3국에도 동일한 유전형이 분포할 가능성이 있고 미국에 분포하는 개체군이 다른 나라를 거쳐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기에 미국에서 넘어왔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며 "추가적으로 집단 유전학적인 정밀한 분석을 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9월 28일 부산항 감만부두에 붉은 불개미 25마리가 처음 발견된 데 이어 29일 10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개미집이 발견되면서 추석 연휴 동안 3차례에 걸쳐 정밀조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정확한 붉은 불개미의 유입 경로는 아직 밝히지 못했다.
이어 지난 9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환경부, 산림청, 외부전문가 등 47명과 함께 감만부두 일대 컨테이너 배후지역 등지에 설치한 개미 유인용 덫 163개와 컨테이너 곳곳 빈틈을 확인한 결과 추가로 발견된 불개미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34개 주요 항만 및 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도 불개미는 추가로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부산항 감만부두에 대해서는 발견지점 반경 100m 이내 컨테이너는 전량 소독 후 반출하도록 했고 이외에는 10일 정오부터 소독 절차 없이 반출을 허용했다.
또한 향후 최소 2년간 부두 전체에 대한 예찰 조사를 하고 균열지면 보수와 잡초 제거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전국 34개 주요 항만에 대해서는 주 2회 이상 예찰 조사를 시행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