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공동위원회 특별회의에서 한국과 미국이 개정협정에 착수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이번에 합의한 개정 협상은 빨라야 내년 초에나 시작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미국과 한국 모두 국내 '통상절차법'에 따라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치킨게임의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
한미 FTA의 개정 협정과 관련한 핫이슈는 다음 3개다.
1)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의 개정 협상을 밀어붙이는 진짜 속셈은 무엇인가? 2) 한미FTA 개정 협상에 대한 한국 정가의 반응은 어떤가? 그리고 3) 한국의 가장 바람직한 전략은 무엇인가? 등이다.
첫째, 트럼프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거의 '강압적'으로 한국에 강요하는 속내를 짚어보자. 미국 인터넷매체 엑시오스(Axios)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초 백악관에서 열린 고위 전략회의에서 한미FTA 개정 협상을 이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그들(한국인들)에게 이 사람(트럼프 본인)이 너무 미쳐서 지금 당장이라도 손을 뗄 수 있다고 말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이다. 도대체 믿기지 않는 보도이지만 발언자가 트럼프라면 가능하다. 왜냐하면, 본인의 말대로 현재 트럼프는 '미칠 정도로' 일반 국민, 심지어 자신의 골수 지지층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라는 여론 조사에 겨우 24%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특히 외교 문제에서는 자신의 정당인 공화당 상원 외교위원장 밥 코커 의원과 거친 설전을 벌이며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코커 위원장은 지난 8일 "다른 나라들에 대한 충동적이고 무분별한 위협이 미국을 '제3차 세계대전'의 길로 이끌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현재 '성인 탁아소'로 전락한 백악관의 운영을 개선하라고 질타했다.
이 같은 절체절명의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트럼프는 이른 시일 안에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와 '일자리 찾아오기' 정책을 환호하는 골수 지지층을 만족하게 할 어떤 극적인 업적을 이뤄내야 하는 절박감에 빠져있다. 이것이 바로 트럼프가 미 협상팀 대표에게 '미치광이 전략', 즉 기존 한미 FTA 폐기라는 무기를 사용하라고 지시한 이유이다.
둘째, 이처럼 강요된 한미 FTA 개정 협상에 대한 한국 정가의 반응은 다행히 여야 모두 "국익을 우선 하라"고 이구동성으로 주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 정부들이 저지른 '굴종적인 저자세' 협상을 하지 말라고 강력히 주문하고, 한국 언론의 대다수도 강력하고 당당한 정부 대응을 요구한다.
즉 한국 정부는 한미 FTA 개정 협상에 냉철하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며, 특히 지식재산권과 여행서비스 등 점점 커지는 대미 서비스 수지 적자와 미 농수산물 수입 관세,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의 개선 등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야당은 이번 기회를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카드로 사용하려 하지만, 그 영향은 매우 미미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한국 협상팀은 '한국 우선주의' 깃발 아래 한국 국익을 보호한다는 프레임에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
셋째, 지난 9월 14일 미주중앙일보 오피니언에 발행한 "트럼프의 '충동적' 전략의 민낯"라는 필자의 칼럼의 결론처럼 "쫄지 말고 당당하게 대응하면 된다. (…) 한미 FTA 협정은 지속하든, 개정되든, 심지어 폐기되든, 손해가 큰 쪽은 미국이다."
정태인 교수는 이보다 한 발 더 나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미치광이 전략'을 지시한 트럼프는 이 협상을 치킨게임으로 인식하고, 이 치킨게임에서는 미친놈이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 한국 협상팀은 어떤 전략을 써야 하나? 답은 간단하다. 한국도 당연히 '폐기하자'며 미치광이 전략을 쓰면 된다고 주장한다.
결론으로 한국 협상팀은 이번 협상이 '경제 정책(Policy)'이 아니라 '경제 정치(Politics)' 임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미국의 앙탈과 갑질로 최종적인 합의안이 기존 한미 FTA 내용보다 더 나쁘게 될 경우 과감히 기존 협정의 폐기를 선언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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