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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폰' 논란, 청와대는 왜 머리 파묻은 타조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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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폰' 논란, 청와대는 왜 머리 파묻은 타조가 됐나?

靑 관계자 일제히 '함구'…최모 행정관 감싸는 이유는?

관련 증거와 의혹은 더 나타나고 한나라당에서조차 비판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검찰은 변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증거인멸과 관련된 '대포폰'이야기다.

"검찰 조사 중이다"->"재판 진행 중이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G20 정상회의와 관련한 설명을 한참 끝낸 후 '대포폰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청에 "엊그제도 충분히 말씀드렸지만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 조사는 이미 종결됐고 재판이 진행 중이며, 검찰이 재조사 기미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금 (검찰 조사가 아니라) 재판이 진행 중이지 않냐"고 말을 바꿨다.

김 대변인은 지난 2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대포폰 개설자인 최모 행정관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언급할 것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검찰 조사가 종결되면 징계할 것은 징계하고 조치할 것은 조치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 말대로라면, 청와대 직원은 온갖 흉악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는 자체 조사도 받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다.

이 문제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것은 김 대변인 뿐이 아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민간인 사찰 문제 등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이명박 대통령은 답하지 않았다.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 문제가 나오면 "나는 모른다"면서 질문 자체를 회피했다. 함구령이라도 떨어진 듯한 분위기다.

최모 행정관을 청사가 아닌 별도의 장소에서 단 한차례 조사하는데 그친 검찰은 그를 기소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나설 기미도 없다. 청와대 직원이 대포폰을 만들어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지급했고, 그 대포폰이 증거인멸에 이용됐는데도 아무런 탈이 없게 된다는 이야기다.

의원과 금감원 움직일 계획, 공직윤리지원관실 혼자서?


▲ ⓒ프레시안(손문상)

검찰은 최모 행정관에 대해 충분히 조사했지만 (증거인멸과 관련된) 범죄행위가 인정되지 않아 기소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검찰 주장대로 최모 행정관이 증거인멸에 직접 관여 하지 않았을 순 있다. 하지만 '몸통'으로 지목됐던 이영호 전 고용노동비서관의 직속 부하이자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함께 노동부에서 잔뼈가 굵은 최모 행정관이 지원관실에 대포폰을 지급했다는 것은 '윗선' 의혹에 설득력을 더하기 충분하다.

<서울신문>은 4일 'KB 강정원 행장 비리 관련 보고(김종익 관련)'이라는 문건을 보도했다. 지난 7월 2일 작성된 이 문건에 따르면 지원관실은 불법 사찰 문제가 대두되자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과 김종익 씨 뒷조사 내용을 하나로 묶어 대책을 마련했다.

문건에는 ▲본건을 권택기(한나라당) 의원에게 통보, 선(先) 의혹제기로 김종익 측 지원세력들의 예봉을 꺾고 ▲국회에서 의혹 제기, 금감원 등에서 진상조사·보고토록 조치 등 내용이 담겼다.

이 문건의 내용이 실제로 집행되진 않았다. 하지만 이 내용은 '뒷배'를 자신하지 않은 채 공직윤리지원관실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총리실 윤리지원관실 지시를 받아서 김종익씨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면 그 민간사찰의 몸통은 형님(이상득 의원) 아닌가"라고 여권의 아픈 구석을 찔렀다.

상황이 이 정도 되니 한나라당도 시끌시끌하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민간인) 사찰사건에 대한 수사 양태를 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BH(청와대)하명' 메모, '대포폰' 지급 사실이 나왔음에도 검찰이 이를 적당히 넘어가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최고위원은 지난 2001년 당시 김대중 정부 내 감찰라인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를 실시해 검찰총장,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구속됐던 사실까지 상기시켰다.

국무총리실 불법사찰의 피해자인 남경필 의원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늦게 하거나 대포폰 등 증거를 감추는 것처럼 하다 보니까 수사의 신뢰성이 점점 추락하고 있다"면서 "결국 재수사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힘을 보탰다.

남 의원은 '대포폰' 논란에 대해 "청와대가 연루된 것처럼 보도도 나오고 증빙자료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의 신뢰를 위해서도 자체 조사를 해 국민께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밝히고 오해받는 부분이 있다면 오해를 털어내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부담 감수하는 이유는 무엇?

뿐만 아니다. <조선일보>등 보수언론도 사설로 청와대를 엄중히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청와대는 오불관언이다. 대포폰 문제가 김윤옥 여사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에 대한 공세의 발목을 잡는 측면이 있는데도 말이다.

도대체 왜 청와대는 모래밭에 머리를 파묻고 있는 타조 꼴이 되었을까? 최모 행정관을 건드리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일까?

홍준표 최고위원은 말했다. "정권차원에서 공정사회라고 했으면 그 핵심과제는 사법 절차의 공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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