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기에 덧붙인다. 그럴수록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 눈의 들보 말이다.
똑같다. 강기정 의원이 대통령 부인의 남상태 연임로비 의혹을 제기한 거나 조현오 경찰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의혹을 제기한 거나 성질이 똑같다. 전자는 대통령 부인을 상대로, 후자는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급'이 같다. 전자와 후자 모두 '검은 돈'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내용물이 같고, 주장만 있고 근거는 없다는 점에서 신뢰지수 또한 같다. 두 사안은 복사판이다.
하지만 다르다. 똑같은 사안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은 판이하게 다르다. 강기정 의원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벼르면서도 조현오 청장에게는 임명장을 수여했다. 면책특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법적 보호망의 존폐까지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면책특권하고는 상관없는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정치적 면죄부를 부여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이중태도를 보이면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다. 지켜보는 사람에게 이해는 구할지언정 동의는 얻지 못한다.
▲ 민주당 강기정 의원. ⓒ연합 |
이명박 대통령 말대로 "아니면 말고 식 무책임한 발언이 더 이상 용납돼선 안(되는)" 풍토를 만들려면 지금이라도 잘못 꿴 첫단추를 다시 풀어야 한다. "의원이 아니었으면 구속감"이라고 말하는 그 배포로 조현오 청장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고소사건을 뒤로 미루는 검찰 태도에 한 마디 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에게 사과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두 달이 넘도록 말 한 마디 안 하고 있는 조현오 청장에게도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압박해야 한다. 나아가 지금이라도 조현오 청장의 진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작용을 부른다. 청와대가 팔을 안으로 굽히면 굽힐수록 맞은편 사람들도 팔을 안으로 굽힌다. 청와대가 강기정을 치면 민주당은 조현오를 때리고, 청와대가 징계를 요구하면 민주당은 해임을 촉구한다. 평행선에서 무한대치하는 양상을 자초하는 것이다.
면책특권제도 개선은 다음 일이다. 아니, 면책특권제도 개선은 먼 일이이다. 그건 헌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일이니까, 다시 말해 현재로선 가능하지 않은 일이니까 그렇다. 청와대가 지금 당장, 그리고 최대한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호흡을 고르는 것이다. 응징과 불공정의 기색을 지우고 중립적 위치에서 정치발전을 위한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야 면책특권 부작용에 대한 국민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국회의원의 진중한 발언태도를 유도할 수 있다.
청와대가 호흡을 고르지 않고 거꾸로 열을 더 내면 정략적 측면이 부각된다. 강기정 의원 발언 파문으로 '대포폰 파문'에 물타기를 하고, 나아가 의정 주도권을 쥐어 예산국회를 돌파하려는 의도가 깔린 정치적 공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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