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손학규 대표가 예상을 깨고 민주당 대표로 등극하면서 야권의 정치지형에 변화가 생겼다. 대표가 되자마자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10%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손 대표와 유 전 의원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감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손학규 등장에 '몸 단' 유시민의 '선방'?
'선방'을 날린 것은 최근 손 대표에게 대선 후보 지지율 역전을 당했었던 유 전 의원이다. 그는 26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이 이재오 특임장관 등과 이원집정부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으로 비공개 협상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 지난 6.2지방선거 개표 결과를 지켜보는 유시민 전 의원과 손학규 대표 ⓒ뉴시스 |
이는 "개헌은 정권 연장의 음모"라며 개헌 반대 의사를 밝힌 손 대표 체제의 민주당 내에서 '야합'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에 경종을 울리는 것으로, 사실상 손 대표를 겨냥한 '폭로'라는 분석이 나온다.
손 대표는 이에 화답하듯 같은 날 관훈토론회에서 "앞으로 대선에 나올 후보들이 개헌 입장을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표명하고 그것을 기초로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다음 정권이 들어섰을 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내가 민주당 대표인 한 이번 정권에서 개헌 논의는 없다'는 것이다.
지지율을 두고도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손 대표가 유 전 의원을 다소 앞섰던 것과 관련해 유 전 의원 "지지율 등락으로 보기엔 너무 적은 변화"라며 "통계적 오차범위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지율이 변화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의미를 깎아내렸다.
손 대표 측근인 민주당 김영춘 최고위원도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유 전 의원은 나름대로 아주 많은 숫자는 아니라도 확고한 고정 지지층이 있는 분"이라며 유 전 의원의 지지율에 대해 다소 폄하하는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9일 발표한 주간 정례 조사에 따르면 손 대표가 12.7%, 유 전 의원이 12.3%를 기록했다. 박근혜-손학규-유시민 순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전날 공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손 대표는 지난 주 대비 1.5% 포인트 감소한 11.2%를 기록했고, 유 전 의원은 11.6%을 기록해 다시 2위로 올라섰다.
민주 텃밭 광주의 '미니 재보선'은 손학규-유시민의 '전초전'
당장 10.27재보선에서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 서구청장 선거는 손학규-유시민의 자존심 싸움으로도 해석된다. 민주당 김선옥 후보와 나머지 야4당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서대석 후보가 맞붙어,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손학규 대 유시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 전 의원은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손 대표 입장에선 지면 영향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서구청장을 지냈던 김종식 후보가 출마해 민주당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참여당 서 후보의 입장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따라서 손 대표는 정치적 의미 부여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손 대표는 선거를 하루 앞둔 26일 광주에 내려가지 않았다. 유 전 의원은 광주에 내려가 기아자동차 노조를 방문하는 등 서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다녔다. 유 전 의원 역시 손 대표와의 '대결 구도'에 대해서는 "진짜 때 이른 보도"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이같은 구도가 만들어진 것은 야권의 두 거물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가 높음을 방증한다. 더 나아가 선거 결과를 통해 나타날 광주 민심의 변화가, 두 인물의 정치적 역학관계에 일정부분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주 서구청장 선거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일정부분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당장 손 대표의 리더십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지난 전당대회에 이은 '변화의 바람'이 광주에서 여전하다는 사실이 증명되는 셈이어서 손 대표에게 딱히 불리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유 전 의원은 타격을 입겠지만, 득표율에 따라 '민주당의 아성'에 어느 정도 균열이 생겼는지를 점칠 수 있다. 6.2지방선거에서 패배했던 민주노동당 오병윤 후보가 오히려 갈채를 받았던 점을 상기하면, 유 전 의원에게도 불리하지만은 않다.
결국 이번 선거는 본격적인 '야권 경쟁구도'가 생성되기 전의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양 측 모두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선거 후 양측의 신경전은 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다. '야권 몸집 불리기'라는 공통의 목적을 표방하는 손 대표와 유 전 의원 간 '대권' 싸움은 이제 워밍업 단계에 들어섰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