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지난 5일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공식 선포했다. 조례는 학교 내 체벌 금지를 비롯하여 학생 동의 아래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소지 자체 금지 불가,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 여부나 설치 장소에 관한 학생의 의견 수렴 등의 조항을 담고 있다. 그간 학교 현장에서 학칙 혹은 학생지도라는 명목아래 휴대전화를 비롯한 학생들의 개인적 물품에 대한 압수, 수색을 행하여 학생들의 사생활, 더 나아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선포를 계기로 학생들의 사생활이 정당한 권리로서 보호되기를 기대해 본다.
펜실베니아주 여고생 핸드폰 압수한 학교 당국 제소
미국에서도 종종 학생들의 소지품 검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어왔다. 사생활 보호냐 학생에 대한 정당한 지도냐를 둘러싸고 해묵은 논란이 반복되면서 경우에 따라 법정으로 가서 다투어진 적도 종종 있었다. 특히 공립학교에서 그 같은 일이 일어날 경우는 공립학교를 일종의 정부행위자 (state actor)로 간주함에 따라 헌법상의 권리문제로 제기되곤 했다.
지난 5월 10일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있는 턴크행콕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한 여학생은 그 학교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학교 담당자들이 자신의 핸드폰을 압수하고 핸드폰의 내용을 수색해 미국 헌법 첫 번째 수정 조항과 네 번째 수정 조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개인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법원에 제소하였다.
핸드폰 학교 내 사용금지 학칙이 아니라 핸드폰 내용 수색이 문제
사건은 올 1월 23일 발생하였다. 수업이 막 시작되기 전 이 소송사건의 원고인 17살의 여학생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이를 본 선생님은 그 여학생의 핸드폰을 압수하였다. 그 학교 학칙에 의하면 학생들은 학교에서 생활하는 동안 핸드폰을 전원을 끈 상태로 사물함에 넣어 보관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학칙을 담은 핸드북에는 핸드폰 사용에 관한 학칙을 어길 경우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까지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따라서 그 여학생은 핸드폰 사용을 금지한 학칙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은 아니다. 문제를 삼은 것은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이다.
핸드폰을 뺏긴 그날 오후 그 여학생은 교장실로 오라는 호출을 받았다. 그러나 수학 시험을 치르고 있던 여학생은 시험 중간에 핸드폰을 뺏긴 문제로 교장실을 가게 되면 시험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시험을 다 마치고 교장실을 찾아 갔다. 교장실에 갔더니 교장은 양호교사와 함께 있었다. 그리고 교장은 양호교사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있어야 할 것 같아 불렀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경찰에 넘겼기에 돌려 줄 수 없다고 하였다. 교장은 그 여학생의 핸드폰에서 부적절한 사진이 발견되었기에 경찰에 핸드폰을 넘긴 것이라고 하였다. 부적절한 사진이란 그 여학생이 바로 전날 자신의 나체 사진을 찍어 핸드폰에 저장해 두었던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이 일로 인해 그 여학생은 3일 정학 처분까지 받았다. 하지만 여학생은 학교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압수하여 그냥 보관한 것이 아니라 교장이 핸드폰에 있는 내용을 봐 사생활을 침해 했다는 것에 대해 몹시 화가 났다. 문제가 된 그 사진은 그 여학생이 사용한 전화기의 사용법에 익숙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세 단계를 거쳐야 하는 곳에 저장되어 있었다. 만일 교장이 그 전화기의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았다면 수차례 전화기에 담긴 내용을 뒤지는 작업을 통하여 그 사진을 찾게 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부당한 수색과 압수를 금지한 미국 헌법 네 번째 수정 조항 위반
그 여학생은 부당한 수색과 압수를 금지한 미국 헌법 네 번째 수정 조항에 의거해 문제를 제기하였다. 비록 그가 학칙을 어겨 휴대전화기를 학교에서 사용한 것은 인정하지만, 전화에 담긴 사진을 문제로 삼는 것이라면 그건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전화에 담긴 사진이 문제라면 전화를 압수할 당시 그 사진을 문제 삼아 전화를 압수했어야 합리적인 압수가 되는데, 전화를 압수할 당시에는 그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수업 전 전화통화를 문제 삼아 전화기를 압수한 것이므로, 전화기를 압수한 선생님이 전화기에 카메라가 달렸는지 조차 알지도, 문제 삼지도 않았다.
그리고 휴대폰 안에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휴대폰 사용자가 사생활 보호라는 차원에서 보호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하는 것이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교장이 여러 단계를 거쳐 사진을 찾아 낸 것은 자신의 사생활을 부당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사생활 보호가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는 경찰이라 할지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 혹은 정당한 이유에 근거한 영장 발행 없이 압수, 수색하는 것은 미국 헌법 네 번째 수정 조항에 의하여 금지 되어 있다.
남자친구와 사진 교환은 표현의 자유
두 번째로 그 여학생이 의거한 헌법 조항은 미국 헌법 첫 번째 수정조항이다. 그 여학생은 자신이 찍은 자신의 나체 사진을 단지 남자 친구와 교환했고 다른 어느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았다. 나체 사진을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보였다면 음란물 유포 등으로 취급될 수도 있는 문제일지 모르지만 자신의 남자 친구와 사적으로 그 사진을 교환했을 뿐이므로 그것은 미국헌법 첫 번째 수정조항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라는 원칙하에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비록 그 사진이 담긴 휴대폰을 학교에 가지고는 왔지만 문제가 된 사진은 휴대폰에 얌전히 담겨져 있었을 뿐 학교에서 꺼내 본적도 없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이런 사진이 전화기에 담겨 있었던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명백히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학교 측의 3만3000달러 배상으로 합의
결국 이 사건은 판사의 판결이 내려지기에 앞서 학교 측과 원고인 여학생의 합의로 끝났다. 피고인 학교와 관련 당국은 비록 그들이 법적으로 잘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 여학생에게 3만3000달러 배상함으로써 법정에서의 다툼을 피하고 합의를 하는 것을 선택했고 여학생도 그 합의를 받아 들였다.
학교에서 핸드폰을 비롯한 소지품 검사를 통하여 학생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을 염려 해왔던 사람들은 이 사건이 학교 측의 배상으로 종결됨으로써 최소한 학교에서 학생들 핸드폰을 '탐색'하는 일이 줄어 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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